쿠바홀릭 이겸의 귀로 듣고 마음으로 떠나는 쿠바기행
메구스타 쿠바
카메라를 든 순례자 이겸, 30일간의 쿠바기행
“영원히 잠들지 않는 정열의 땅 쿠바에 취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진가 이겸의 바람 같은 쿠바여행기
누군가에게는 붉은 혁명의 기운이 꿈틀대는 정열의 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며, 누군가에게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매혹적인 선율이 울리는 매혹의 나라 쿠바. 하지만 동시에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기 위해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버지의 땀이 있는 곳이고, 검은 얼굴의 예수와 마리아가 팔을 벌리고 있는 곳이다. 아직 우리에게 낯선 곳 쿠바를 담은 책 <메구스타 쿠바 Me gusta CUBA>이 출간되었다. 순전히 이 책의 글과 사진을 위해 직접 쿠바를 여행한 ‘길 위의 사진가’ 이겸은 우리에게 낯선 이국의 황홀한 풍경뿐 아니라 자칫 그것에 가려 놓치기 쉬운 쿠바의 삶과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한 달간의 기행을 통해 저자가 얻은 기쁨과 가슴 뭉클함, 희망과 아련함이 이 한 권의 쿠바 순례기에 녹아 있다.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가 이겸이 스스로 순례라 지칭한 이번 여행을 통해 쿠바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잠깐 들러 이국적인 풍경에 감탄하고 훌쩍 떠나는 관광지 위주의 여행 대신 혁명의 뜨거운 숨결이 살아 있는 산티아고 데 쿠바와 대문호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아바나 같은 쿠바의 주요 도시는 물론 파스텔 빛 담벼락이 늘어선 트리니다드, 천혜의 휴양지로 꼽히는 플라야 히롱처럼 이름난 관광 도시, 넓은 사탕수수 농장과 고원이 펼쳐진 바야모,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산타클라라, 스페인 식민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마탄자스와 카데나스, 독특한 풍경의 까마구웨이, 새롭게 태어난 젊은이의 섬 후벤투드,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바라데로 등 여행자가 드문 작은 도시까지 구석구석을 다니며 진정한 쿠바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또한 쿠바의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차례차례 이동하는 동안 시외버스 비줄, 스쿠터 모토리노, 바퀴 셋 달린 인력거 릭샤와 불법영업 택시까지 경험하며 겉모습 아래 실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버거운 현실의 벽이 존재하지만 그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희망의 노래, 삶과 예술을 공유하며 곤궁한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순수한 미소, 너무나 아름다워 아련하고 너무나 흥겨워 가슴 뭉클한 쿠바에서의 추억. 사진가 이겸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프레임 속 쿠바는 한 치의 가공 없는 날 것 그대로다.
쿠바, 혁명과 정열 그리고 낭만의 땅
북회귀선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섬나라 쿠바. 1492년 콜럼버스는 이 땅에 도착한 후 ‘이 섬은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곳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라며 감탄했다. 그러나 이후 이 아름다운 섬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어 잔혹한 역사를 갖게 되었고,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성취하기까지 긴 시간 압제에 신음해야 했다. 또한 자립을 이룬 현재까지도 오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민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주의 정책뿐 아니라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쿠바에 대해 계속해서 경제재재를 해오고 있으며 자국인의 쿠바 출국도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바를 찾는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인들이다. 그들은 멕시코나 캐나다를 경유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아름다운 적국’ 쿠바로 향한다. 20년간 쿠바에 머물면서 <노인과 바다> 같은 대작을 집필한 헤밍웨이도 미국인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쿠바의 아름다움을 칭송해왔으며, 오늘날 쿠바는 여행자들에게 꼭 가보고 싶은 땅, 희구의 대상이다.
아직까지 쿠바의 역사나 문화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제대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쿠바에 대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하늘까지 닿은 푸른 카리브 해와 하얀 백사장으로 대변되는 아름다운 자연과 영원한 혁명가라 불리는 체 게바라 정도이다. 혹 관심에 따라 쿠바의 향기로운 커피를 떠올리거나 영화 <대부> 속 마피아의 손에 늘 들려있던 시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쿠바가 가진 전부는 결코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쿠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쿠바의 사람들. 순수하지만 강인하고, 고통 속에서도 때 묻지 않은 웃음을 짓는 그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열정이 쿠바의 빛나는 풍광들보다 더욱 천국처럼 느껴진다. 우리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이들을 만나고 스쳐가면서 저자는 나만의 혁명,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답변을 선물로 받았다.
저자는 자신의 사진 속에 남은 쿠바의 온기를 전하면서 쿠바로 향하는 이들이 그저 스쳐가는 호흡이 되기보단 머무는 숨으로 쿠바를 체험하기를, 따뜻하게 다가오는 검은 얼굴의 천사들을 가까이서 느껴보길 희망한다. 결코 막연히 아름다운 바다와 흥겨운 노래, 시원한 칵테일만으로 쿠바를 그리지 않기를, 때로 짜증이 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 여행의 한 묘미로 삼기를 바란다. 사람과 세상에 특유의 유쾌함과 경건함으로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진가 이겸의 따스한 사진과 글을 읽노라면, 이 책의 제목 ‘메구스타 쿠바’가 ‘나는 쿠바를 좋아한다’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사실에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인다. 그는 정말로 쿠바를 좋아한다고, 이 아름다운 땅과 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해 쿠바, 카리브의 낯선 천국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누군가에게는 붉은 혁명의 기운이 꿈틀대는 정열의 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며, 누군가에게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매혹적인 선율이 울리는 매혹의 나라 쿠바. 하지만 동시에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기 위해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버지의 땀이 있는 곳이고, 검은 얼굴의 예수와 마리아가 팔을 벌리고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 낯선 이국의 황홀한 풍경뿐 아니라 자칫 그것에 가려 놓치기 쉬운 쿠바의 삶과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 지은이 이겸 ㅣ 펴낸곳 도서출판 은행나무 ㅣ 신국판 변형(152 x 210) ㅣ 352쪽 ㅣ 값 13,000원.
<<민족복음화신문>>
2007년 8월 15일(제 23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