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고료 2010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절묘한 접합
한국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가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컨설턴트》는 소설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담보한 것이 미덕이다. 1인칭 시점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며 거기에 속한 구성원은 무력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컨설턴트》는 상식적이지 않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약자에게 벌어지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영화판에서 기량을 다진 작가의 내공이 녹아들어 마치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까지 갖추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회사의 심벌은 이 작품의 총체적 상징이다. 다이아몬드를 두 개의 삼각형이 받치고 있는 모양은 구조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음을 뜻한다. 구조는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오직 효용가치가 없어진 구성원들만 자연히 소멸될 뿐이다. 《컨설턴트》는 ‘킬러’인 주인공을 내세워 이러한 구조와 개인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총 281편, 국내 장편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
올해 세계문학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다. 지난해 5월 공모요강을 고지한 뒤 12월 24일 마감한 결과 모두 281편이 접수됐다. 이는 작년보다 약 120여 편이나 늘어난 수치로,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역대 한국 문학상 사상 가장 많은 응모작 기록을 세운 뜨거운 열기였다. 심사위원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문학상만의 독특한 구성인 노·장·청 9명(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구효서, 김형경, 은희경, 하응백, 우찬제, 김미현)으로 꾸렸다. 몇 년 사이 장편소설 시장의 수요로 인해 1억 원 고료 장편소설 문학상이 늘어났지만 세계문학상 수상작처럼 작품성과 흥행성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드물었다.
차세대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작가를 배출하며 젊은 작가의 산실이 되어온 세계문학상인 만큼 심사기준도 엄격했다. 올해 세계문학상은 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작가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를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삼고 수상작 선정에 고심했다. 그리고 본심에 올라온 3편 중 과반의 찬성을 얻어 《컨설턴트》가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 되는 세태를 향한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한 개인의 자각과 저항
암살 청탁을 받은 회사는 주인공에게 ‘킬링 시나리오’를 의뢰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물을 ‘티 안 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하여 암살한다. 주인공의 명함에 적힌 직업은 ‘컨설턴트’이다. 죽음도 일종의 구조조정인 것이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종착지는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흔히 변명하는 ‘어쩔 수 없다’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소설에서 킬러를 고용하는 건 ‘회사’인데, 회사란 정체는 불명한 이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컨설턴트》는 갖가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회사는 관료주의의 상징이다. 이 작품 속에서 자본주의는 구체성이 제거된 상징으로 표상된다. 곳곳에 등장하는 수상한 죽음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투명하지도,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음을 뜻한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시니컬한 유머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웃고 있으며, 작품에 사용된 추리적 기법은 사회적 성찰을 위한 장치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이 누리는 것의 정당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게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진중하면서 재기발랄하다!
선 굵은 스타 작가의 탄생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완벽한 죽음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법의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신문의 부고란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인공이 쓰는 킬링 시나리오가 액자소설로 등장하면서 커다란 서사 속에서 잘 짜인 또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단순히 말초적인 재미만을 주기 위해 이 작품이 쓰였다면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소설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컨설턴트》에는 콩고와 마운틴고릴라, 등의 키워드가 반복된다. 이것은 자본주의 속에서 일반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알레고리에 대한 일종의 암시이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무심히 넘긴 것들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인류의 기아와 살상 등을 불러일으킨다는 무시무시한 상상-혹은 현실-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말 속에 진실을 은폐해버리는 현대인을 각성시킨다. 이것은 작품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커다란 함의이다.
시대를 꿰뚫는 발칙한 시선
구조 속에 가려진 현대인의 익명성과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
‘우리의 행동은 욕망에 따라 결정되고 욕망이란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한때 X세대라 불렸던 친구들, 막차를 탄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투영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구조조정이란 단어는 늘 우리 세대의 생존본능을 자극하곤 하니까’라는 구절처럼 작가는 동년배의 세대가 살아남기 위해 조직에 적응하고 사회에 타협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는 반장의 모습으로, 혹은 목사로, 회장님으로 그려진다. 반장은 일반적인 화이트컬러를 대변하고, 목사는 자본에 의한 종교의 왜곡을 상징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회장님의 죽음은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잠재적 적들에게 노출되고 물질에 의해 고립되는 고독한 현대인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 모두는 인간적인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전직 대기업 직원이었던 정도 마찬가지이다. 그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타협일 뿐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익명으로 처리된 것은 현대인의 익명성을 뜻한다. 그 가운데 유독 현경과 예린의 이름만이 거론이 되는데, 이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이기-역으로 나머지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때문이다. 현경은 희생자, 예린은 만들어진 인물, 즉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가상의 캐릭터이기에 실명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중심축을 끌어나가는 주인공이 가장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개개인의 성찰과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거울효과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을 잘 하지만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일반적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살인행태’를 꼬집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개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사회는 결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모든 답은 스스로가 구하는 것이다.
그의 살인 방식은 간단하다. 회사의 의뢰를 받아 고객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의 연쇄를 계획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행들이 누적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타살처럼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불행해지는 사람 따위는 없다. 이 때문에 그는 그러한 죽음도 일종의 서비스업이 며, 자신이 컨설팅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회사이다. 그는 항상 회사가 자신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의 선택을 조종하고 있으므로, 실제로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으며,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연스러워 보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고객들 역시 과거를 조사해 보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의 가해자였으므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청혼을 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는 그의 옛 애인의 구조조정을 의뢰한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들지만 어렵지 않게 옛 애인의 죽음을 설계한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고, 옛 애인이 자신이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옛 애인이 남긴 유서에는 그녀의 죽음이 자신이 낙태한 둘 사이의 아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회사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평범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그는 여기저기 좌충우돌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닥친 일련의 불행들을 그는 납득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모든 사람들, 심지어 그가 청혼하려 했던 사람마저 회사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괴로워하던 그는 도망치듯 콩고로 떠난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콩고를 가로지르며, 그는 회사의 정체를 서서히 깨달아 간다. 동시에 자신을 지구 반대편까지 끌고 왔던, 자신을 두려움에 빠뜨렸던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주어와 술어가 뒤엉켜 뒤죽박죽 문장을 쓸 수밖에 없는 실서증은,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문장과 문장을 통해 서사(敍事)를 담고, 문제의식의 공감 폭을 넓히는 것이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13일 자신의 첫 장편소설 ‘컨설턴트’(은행나무 펴냄)로 제6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임성순씨는 2년 전부터 실서증을 앓고 있다.
작가의 꿈을 함께 꾸며 습작도 같이 하던, 친구처럼 가깝던 어머니의 죽음이 준 충격 탓이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 쓰기는 차라리 전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쓴 해괴한 문장을 바꾸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하루 쓴 분량을 마감할 때면 다시 문장을 고치고 다듬어야 했다.
임씨는 “아침에 다듬고, 저녁에 고치고 하는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다보니 글을 수정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문장도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실서증은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글을 잃었지만, 그는 별 문제없이,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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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임성순(34)씨의 장편소설 ‘컨설턴트’가 발간됐다. 완벽한 살인을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가 주인공이다. 암살 청탁을 받는 회사는 주인공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티 안 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 사람들을 암살한다. 주인공의 명함에 적힌 직업은 ‘컨설턴트’다. 죽음도 일종의 구조조정인 셈이다.
1인칭 시점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며 구성원이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심사위원들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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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는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절묘한 접합을 시도해 한국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담보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며 거기에 속한 구성원은 무력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상식적이지 않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약자에게 벌어지는 사회의 부조리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영화 작가의 기량이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의 흥미도 갖췄다.
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1만1500원
\\\\\\\\\\\\\\\\\\\\\\\\\\\\\\\\\\\\\\\\\\\\\\\\\\\\\\\\\\\\\\\"컨설턴트\\\\\\\\\\\\\\\\\\\\\\\\\\\\\\\\\\\\\\\\\\\\\\\\\\\\\\\\\\\\\\\"는 완벽한 살인을 하기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등장시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씨 등 심사위원들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 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컨설턴트(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펴냄)=완벽한 살인을 하기 위해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 주는 주인공 작가는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을 연쇄적으로 계획해 그런 불행이 쌓여 결국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조장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소설로 지난 1월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만1,500원.
\\\\\\\\\\\\\\\\\\\\\\\\\\\\\\\\\\\\\\\\\\\\\\\\\\\\\\\\\\\\\\\"컨설턴트\\\\\\\\\\\\\\\\\\\\\\\\\\\\\\\\\\\\\\\\\\\\\\\\\\\\\\\\\\\\\\\"는 완벽한 살인을 하기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등장시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씨 등 심사위원들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 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완전범죄로 살인을 하기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에 대해 비판한 당선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컨설턴트’로 문단에 등단한 신예 임성순씨는 2004년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영화 연출부 생활과 시나리오 기획에도 참여했던 문학청년입니다. 당선작은 도서출판 은행나무에 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응모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김화영(문학평론가) 박범신(소설가) 윤후명(소설가) 김형경(소설가) 구효서(소설가) 은희경(소설가) 하응백(문학평론가) 우찬제(문학평론가) 김미현(문학평론가)
사전을 찾아보니 그것은 ‘난서증’이 아니라 ‘실서증(失書症)’이었다.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를 방불케 하는 6회 세계문학상 당선자 임성순(34)씨는 자신이 난서증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실서증’이란 실어증과 비슷한 증세로 문장을 제대로 완성시킬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 1억원 고료 문학상 당선에 가장 기뻐할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머니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 어머니가 전주에서 여고를 다니던 시절 문학소녀로 날렸다고 해서 어느 고등학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여, 그럼 어머니에게 전화를 바로 넣어보라고 했더니 그 어머닌 돌아가셨다는 대답이 돌아와 가슴이 턱 막혔다.
어머니의 평생 소원이 소설가로 등단하여 단행본 한권 출간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써놓은 단편소설을 보니 자기가 써도 그보다는 나을 것 같아 1년에 한두 편씩 습작을 시작한 것인데, 정작 200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한 문장도 제대로 끝까지 완성시켜내지 못하는 마비 증세가 찾아왔다. 서술어나 조사가 제대로 안 붙고 철자도 전혀 엉뚱하게 구사됐다.
성균관대 국문과 시절에는 제법 매끈한 문장을 구사했다고 그는 자부했다. 모친의 타계 직후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진 내상이 실서증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결국 소설로는 안 되겠다 싶어 영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곽경택 감독과 안권태 감독 아래서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시나리오도 썼다. 시나리오라면 주로 행동을 지시하는 단문으로도 가능할 법했다. 한데 시나리오는 철저하게 기획 작품이어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답답함이 컸다. 소설은 자본이 없어도 최소한 완성은 시킬 수 있는 장르여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엎어지는 일은 없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는 실서증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서 2년 전 첫 소설 ‘컨설턴트’를 완성시켰고 그 작품이 ‘문학동네 소설상’ 최종심에 올랐지만, 그 해 ‘문학동네’는 당선작 없음을 선언했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고치고 줄여 세계문학상에서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2회 세계문학상 차석이었던 ‘캐비넷’이 이듬해 문학동네 소설상에 당선된 걸 보면 문운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행동들 때문에 어딘가 주변부에선 죽음을 당하거나 기아에 시달리는 모습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회 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다’거나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건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컨설턴트’의 주인공은 킬러다. 그 킬러는 직접 살인은 하지 않고 암살 대상이 타살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죽은 것처럼 기획하는 일을 수행한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종착지는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흔히 변명하는 ‘어쩔 수 없다’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소설에서 킬러를 고용하는 건 ‘회사’인데, 회사란 정체가 불명한 이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임씨는 ‘회사’를 소재로 3부작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2부작 ‘문근영은 위험해’는 이미 써놓았다. 한 루저 캐릭터가 문근영이 스타로서는 너무 완벽한 게 이상하여 파고든 결과 그네를 국민여동생처럼 느끼게 만드는 모종의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미디어에 대해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3부작은 ‘전락’이라는 제목으로 집필 중인데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장기를 활용하는 게 공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한 의사와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그의 상상력은 진중하면서 매우 발랄하다. 새로운 스타 작가 탄생을 충분히 예감케 한다.
“영화는 철저하게 보여주어야만 하는 데 비해 문학은 다양한 서술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단점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문학이 영화보다 훨씬 간결하게 접근할 여지가 많은 장르여서 오히려 작가로 하여금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 차원에서 쉽게 타협할 여지가 많은 편이지요. 하지만 개인작업과 단체작업의 차이가 너무나 명확한 데다, 영화는 자본이 투입되는 단계에서부터 이야기의 한계가 확실히 규정되기 때문에 문학의 자율성과 힘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작고한 어머니가 60년대부터 사서 모아놓은 책들을 어린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글을 깨치기 전부터 증조할머니 무릎에 누워 이야기 하나씩을 들어야 잠에 빠졌다고 하니, 그는 천생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셈이다. 그는 아직 미혼인데 “우리나라 직업 중에 가장 평균 연봉이 낮은 영화판”이 이유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려는데 그가 머뭇거리며 따라와 “어머니 이야기는 빼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가 재혼하셨는데 새어머니에게 누가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누선(淚腺)을 자극하더니 점입가경이다.
문학 을 시작한 게 그 어머니 때문인데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고, 대신 당신의 그 말을 기사에 넣겠다고 답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돌아서서 천천히 떠났다.
조용호 선임기자
임성순 프로필
▲1976 년 전북 익산 출생
▲2001〜2004년 곽경택 감독 ‘챔피언’, 안권태 감독 ‘우리 형’ 연출부
▲2004 년 성균관대 국문과 졸업
▲2008년까지 영화사 근무
1억원 고료가 걸린 제6회 세계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임성순씨(34)의 소설 「컨설턴트」(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임씨가 출간을 기념해 13일 기자들과 만났다.
「컨설턴트」는 살인 청부를 하는 회사와 이에 고용돼 완벽한 살인을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쓰는 일에 휘말린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실업난 속에서 앞날이 암울한 가운데 어느날 ‘회사’로부터 엄청난 돈과 함께 범죄소설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가상한 소설을 쓰지만 곧 그것이 살인을 위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범죄스릴러를 읽는 듯한 장르적 재미와 현대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고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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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컨설턴트>(은행나무)의 작가 임성순(34·사진)씨는 이 소설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설계하는 킬러’라는 아이디어에서 솟아났다고 말했다. 13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였다.
기사 더 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5817.html
이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물을 티 안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해 암살하는 게 이 회사의 주특기. 컨설턴트는 바로 주인공의 직업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한다.
거기에 속한 구성원은 무력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시니컬한 유머와 진중하면서도 재기발랄함이 약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부조리함이라는 무거운 주제, 서사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읽기를 제공한다.
컨설턴트/ 임성순/은행나무
완전범죄로 살인을 하기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에 대해 비판한 당선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컨설턴트’로 문단에 등단한 신예 임성순씨는 2004년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영화 연출부 생활과 시나리오 기획에도 참여했던 문학청년입니다. 당선작은 도서출판 은행나무에 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응모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김화영(문학평론가) 박범신(소설가) 윤후명(소설가) 김형경(소설가) 구효서(소설가) 은희경(소설가) 하응백(문학평론가) 우찬제(문학평론가) 김미현(문학평론가)
어머니의 평생 소원이 소설가로 등단하여 단행본 한권 출간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써놓은 단편소설을 보니 자기가 써도 그보다는 나을 것 같아 1년에 한두 편씩 습작을 시작한 것인데, 정작 200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한 문장도 제대로 끝까지 완성시켜내지 못하는 마비 증세가 찾아왔다. 서술어나 조사가 제대로 안 붙고 철자도 전혀 엉뚱하게 구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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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장편소설|은행나무|296쪽|1만1500원
킬러인 \\\\\\\\\\\\\\\\\\\\\\\\\\\\\\\\\\\\\\\\\\\\\\\\\\\\\\\\\\\\\\\"나\\\\\\\\\\\\\\\\\\\\\\\\\\\\\\\\\\\\\\\\\\\\\\\\\\\\\\\\\\\\\\\"의 전문 분야는 독특하다. 회사의 의뢰를 받고 \\\\\\\\\\\\\\\\\\\\\\\\\\\\\\\\\\\\\\\\\\\\\\\\\\\\\\\\\\\\\\\"킬링 시나리오\\\\\\\\\\\\\\\\\\\\\\\\\\\\\\\\\\\\\\\\\\\\\\\\\\\\\\\\\\\\\\\"를 만들어 우연을 가장해 회사의 조직원을 살해한다. 그런 \\\\\\\\\\\\\\\\\\\\\\\\\\\\\\\\\\\\\\\\\\\\\\\\\\\\\\\\\\\\\\\"나\\\\\\\\\\\\\\\\\\\\\\\\\\\\\\\\\\\\\\\\\\\\\\\\\\\\\\\\\\\\\\\"의 명함에는 컨설턴트라는 직업 이름이 찍혀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구조는 놔두고 조직원만 사라지게 하는 현대사회의 초상을 절묘하게 풍자한다. 2010년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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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주인공 ‘나’는 고객사로부터 의뢰받은 ‘킬링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물을 ‘암살’한다. ‘나’의 직업은 회사 구조조정 전문 컨설턴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알레고리다. 회사는 관료주의의 상징이고, 목사는 자본에 의한 종교 왜곡의 상징이다. 소설은 문학상 심사위원들로부터 통렬하게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재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성순 지음·은행나무·1만1500원
킬러, 옛 애인을 살해하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주인공 ‘나’는 킬러다. 그렇다고 칼이나 총을 들고 사회악을 처단하는 영화 속 킬러를 상상하진 말자. ‘나’의 살인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회사의 의뢰를 받고, 고객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의 연쇄를 계획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행들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른다. 즉 타인에 의해 계획된 자살을 하는 것이다. 명백히 타살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범죄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하기에 편하다. 더 나아가 그 죽음 때문에 누구도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으며, 따라서 죽음을 제공하는 자신의 일은 일종의 서비스업이자 컨설팅을 하는 전문직이라고까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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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지음
주인공인 킬러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의뢰를 받으면 고객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의 연쇄를 계획한다. 킬러는 죽음을 제공하는 일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며 컨설팅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킬러에게 두려운 존재는 회사다. 회사는 언제나 선택을 조종한다. 때문에 킬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그러므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양심의 가책도 없다. 킬러는 이 모든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킬러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청혼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는 옛 애인의 구조조정을 의뢰한다. 석연치 않은 감정이 들지만, 늘 그렇듯이 옛 애인의 죽음을 설계하는 킬러. 그런데 그녀의 죽음으로 킬러는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고, 완벽했던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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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지음/ 은행나무/ 296쪽/ 1만1500원
나는 킬러다. 하지만 내가 하는 살인은 키보드 앞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구조조정을 한다. 구조조정이란 구조는 변치 않고 구성원만 사라지는 일이다. 살인 방식은 간단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행이 누적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죽음에 이른다.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성순. 은행나무. 1만1500원
2010 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에 조종 당하는 어느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다양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저자의 경력 덕분에 마치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까지 느낄 수 있다.
\\\\\\\\\\\\\\\\\\\\\\\\\\\\\\\\\\\\\\\\\\\\\\\\\\\\\\\\\\\\\\\"컨설턴트\\\\\\\\\\\\\\\\\\\\\\\\\\\\\\\\\\\\\\\\\\\\\\\\\\\\\\\\\\\\\\\"는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작가는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 안권태 감독의 \\\\\\\\\\\\\\\\\\\\\\\\\\\\\\\\\\\\\\\\\\\\\\\\\\\\\\\\\\\\\\\"우리 형\\\\\\\\\\\\\\\\\\\\\\\\\\\\\\\\\\\\\\\\\\\\\\\\\\\\\\\\\\\\\\\"의 연출부 생활을 했고, 다양한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
소설은 암살 청탁을 받은 회사의 의뢰를 받아 \\\\\\\\\\\\\\\\\\\\\\\\\\\\\\\\\\\\\\\\\\\\\\\\\\\\\\\\\\\\\\\"킬링 시나리오\\\\\\\\\\\\\\\\\\\\\\\\\\\\\\\\\\\\\\\\\\\\\\\\\\\\\\\\\\\\\\\"를 쓰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회사는 추리소설 동호회 출신 주인공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물을 암살한다. 그는 1년에 4, 5명의 암살 시나리오를 짜고 변호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주인공의 직업은 컨설턴트이고, 회사는 암살을 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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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당하는 입장이나 구조조정을 직접 지시하는 입장이나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와 책임 회피다. 동료 한 사람이 구조조정 당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남겨진 사람은 진정 승자인가?
저자는 넌지시 ‘다른 사람의 삶을 구조조정하는 데에는 너나없이 다 똑같은 가해자일 뿐’이라고 읊조린다.
주인공 ‘나’는 킬러지만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다.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그럴듯한 살인을 ‘창조’한다. 살인 계획은 치밀하고 촘촘하다. 완벽한 살인을 위해 직접적으로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모든 요소를 활용한다.
누군가에게는 인슐린 과다 복용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스 질식에 따른 편안한 죽음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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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니야, 구조조정”(p.16)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임성순 씨의 『컨설턴트』는 한 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이자 구조조정을 자문하는 킬러의 이야기다.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킬러는, 회사가 청탁한 암살자를 시나리오에 따라 ‘티 안 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하여 암살한다. 관료주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는 회사가 자행하는 구조조정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상한 죽음들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 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4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컨설턴트』의 임성순 저자의 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연출부, 시나리오 작가 등의 이력을 지니고 있는 저자에게, ‘회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는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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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모전의 심사위원들(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구효서 김형경 은희경 하응백 우찬제 김미현)은 수상작 『컨설턴트』에 대해 “살인을 기획하는 과정의 디테일이나 정보가 흥미롭고, 서 사적 논증이나 추리에 바탕을 둔 플롯도 탄탄하다”면서 “미드 범죄 스릴러 ‘CSI’ 를 연상시킬 정도로 잘 읽히고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작가 임성순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 곽경택 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 <챔피언>을 거쳐 안권태 감독의 <우 리 형> 연출부 생활을 했다. 영 화판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그의 소설은 긴장감이 있다. 소설 속 캐릭터의 생동감 있는 묘사와 빠른 전개, 긴장의 완급을 조율하는 장면 전환, 반전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하 지만 그는 한동안 소설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몇 해 전 어머니를 잃고 생긴 실서증(失書症) 때문이다. 실서증 극복을 위한 그의 노력과 수상소감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에게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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