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

지음 이연규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01년 7월 15일 | ISBN 8987976815

사양 변형판 148x210 · 262쪽 | 가격 7,500원

분야 비소설

책소개

나이 마흔에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면 정말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 그만큼 고통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사람은 숨을 쉬고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니 자기 자신을 잃은 것과 같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의 저자 이연규 씨는 38세에 방광암 진단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8년간 두 번의 수술과 3차에 걸친 항암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그는 참으로 인생을 열심히 산 사람이다.
그는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중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생명에 입사해 장기 근속한 “영원한 보험인”으로, 자신은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하늘이 내리신 일 즉 소명이 곧 보험일이라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것이다.
사내에서 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그는 “팔방미인”으로 통했다.
무대에서 연주를 도맡아 할 정도로 뛰어난 기타연주 실력을 지녔고, 그림, 노래, 테니스, 하모니카, 탁구 등등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또 회사에서는 유능한 선배와 재치 있는 후배로, 가정에서는 다소 권위적이긴 했지만 본받을 것이 너무나 많은 아빠와 형님으로 기억되고 있다.
재주가 많아서 일까, 아니면 일등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너무 급하게 앞만 보며 달려서 일까, 죽음이 너무나 빨리 그에게 다가와 버렸다. 단순히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찌뿌둥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종합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날,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후반에 암선고를 받은 그는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포기란 말은 없기 때문이었다. 방광을 부분 절제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2년 6개월간을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암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똑같은 종류의 암이 이번에는 폐에서 발견된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역시 희망은 남아 있었다. 수술이 꺼져 가는 그의 생명을 또 한번 살린 것이다. 두번째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의 승리만을 위해 살아왔던 그가 더 넓은 가슴과 따듯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아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럴수록 살고 싶다는 욕구는 더해만 갔으며, 그만큼 건강관리와 생활리듬을 철저히 지켜 나갔다. 그러나 암의 마수는 여전히 그를 감싸고 있었다. 2000년 봄 또 다시 폐와 임파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담당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고통을 잠시 잊기 위한 항암치료만을 받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식이요법만으로 암을 이겨내고 있다. 세번째 암은 그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1등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와 후배들에게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바뀐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는 그는 늘 주변 사람들 걱정에 잠 못 이룬다.
자신이 떠나게 되면 홀로 남아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아내, 이제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는 연년생 남매, 회사 일이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는 후배, 삼촌처럼 되고 싶다는 의젓한 조카……. 그가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깊이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세번째 암을 선고 받은 이후에 그는 여행을 참으로 많이 다녔다.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서울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체력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여행을 더 다녀볼 생각이란다.
여행은 돈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라며,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그. 요즘에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하고 있다. 세상을 다르게 보라고, 그렇게 긴 인생이 아니니 너무 서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왜 그라고 살고 싶은 욕심이 없겠는가? 왜 그라고 40대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죽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올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더 조급해 하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의 저자는 조급할수록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안되면 돌아가고, 1등보다는 2등이 편안하며, 사랑이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것도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눈부신 청춘을 보낸 한 인간이 죽음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영정사진과 함께 이 책을 준비했다. 이 책이 자신처럼 성급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충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의 빈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기 위해, 그리고 너무나 작은 인간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베란다 창 너머로 우면산을 바라보니 눈물이 난다. 은행나무가 무수히 잎을 떨구고 있는 게 보인다. 세 번이나 찾아온 암, 그 고통과 좌절을 이기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 나에게 은행잎들이 몸을 나풀대며 속삭였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
- 2000년 10월 20일 일기 중에서
추천사
희망의 꽃 한 송이를 다시 피울 수 있기를……
그는 가슴 가득 꽃을 품고 살아온 멋쟁이다. 암 투병 중에도 내색을 않아 심지어 그가 암 환자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그의 가슴속에서 피었다가 사그라진 무수히 많은 꽃들을 보았다. 그 동안은 그저 그가 피워낸 꽃만 보고 감탄만 하였을 뿐이나, 비로소 그가 씨를 뿌리고 잎새를 드리우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가 희망의 꽃 한 송이를 다시 피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배정충(삼성생명 사장)
삶과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책!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차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의 시간에 혼신의 힘을 다 기울여 쓴 이 글을 읽다가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부지불식간에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암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순간에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마음을 대할 때는 새삼 인간의 존엄성과 위대한 면모를 보는 듯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진정 값진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삶과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조창인(소설 『가시고기』의 작가)
본문 중에서
사랑하는 당신에게!(본문 212쪽, 한해를 보내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재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소.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고 있는 것이지. 작년 이 시간에는 광화문 네거리에 있었지. 새천년을 맞이한다는 벅찬 감정으로 생전 처음 광화문 네거리로 뛰쳐 나간 기억이 나는군.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맞았던 새해가 또 그렇게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거야. 당신, 올해도 참 고마웠소.
괴롭고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 준 당신이 너무 고맙소. 당신과 함께 한 세월이 벌써 18년인가. 참 빠르구려. 당신의 곱던 그 얼굴에, 그 사랑스런 눈가에 잔주림이 늘어가니……. 그래도 단란하게 살아왔잖소. 아이들도 이제 제법 커서,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할 터이고. 이제 당신과의 시간을 더 충분히 갖고 싶었는데……. 여보, 우리 참으로 어렵게 시작했지? 재산이라곤 사랑뿐이었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나를 믿고 단칸방에 보금자리를 튼 당신,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한테는 미안한 심정뿐이오. 그래도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줬으면 하오. 우리 그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알뜰살뜰 살림을 꾸렸지.
어느덧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었고, 딸과 아들을 연년생으로 낳아 정말 잘 키웠잖아. 이 모든 것이 다 당신의 사랑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하오. 이사를 몇 번이나 다녔을까? 열한 번쯤으로 기억되는데, 그때마다 당신 고생이 심했지.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당신 혼자서 이삿짐을 챙겼고, 심지로 이사간 집을 못 찾아 허둥대는 나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았잖소.
이제는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고 전원에 눌러앉아 텃밭이나 가꾸며 살고 싶었는데……. 당신은 또 얼마나 혼자서 이삿짐을 싸야 할지, 그것이 미안할 따름이오. 참, 우리 아이들이 있잖소. 이제는 그 아이들이 나보다도 더 잘 당신을 챙기지 않겠소. 그나마 한 걱정 덜게 되었소.
지금 생각하니 당신은 참 무던했소. 잦은 술자리로 밤늦게 귀가할 때도 항상 거실을 환하게 밝혔고, 늦은 시간 만취 상태로 쳐들어오는 숱한 친구들을 항상 웃음으로 반겨 주었소. 밤새 토악질을 해대던 친구들,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해 제시간에 출근도 못하던 친구들, 이부자리에 지도까지 그려 놓고 줄행랑 친 친구들, 당신은 그런 친구들의 양말과 와이셔츠까지 빨아 서둘러 아침 출근을 시키곤 했지.
친구들이 그러더군. “야! 임마. 너 제수씨 한번 잘 얻었다. 네가 바람 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 얘기를 들을 때는 샘도 나더라구. 뭐 그렇게까지 잘해 줄 필요는 없는 친구들인데 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속으로는 당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르오. 그런 당신을 혼자 두고 떠나야 한다니……. 남편 노릇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하구려. 남의 얘기로만 알았던 암 선고를 받고 밤마다 소리 없이 베갯잇을 적시던 당신, 신경쇠약에 부정맥까지 생겨 얼굴과 손바닥이 노랗게 변해도 앓는 소리 한번 없었던 당신, 내가 절망 속에 기도원 생활을 할 때 주말마다 일주일분의 녹즙을 만들어 그 먼 태백의 기도원까지 찾아와 주던 당신,
7년이라는 긴 투병기간을 말없이 뒷바라지한 당신, 사경을 헤맬 때마다 용기를 주었고, 카트에 실려 수술실로 향할 때면 내 손을 꼭 쥐고 눈물로 말하던 당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알뜰살뜰 가계부를 정리한 당신, 직장일과 애들 뒷바라지 그리고 남편 병수발에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그 많은 일을 억척스레 감내해 온 당신…….
그런 당신과 이별을 해야 하나보오. 이제는 제법 이별이란 단어가 익숙해졌고, 나나 당신 그리고 우리 아이들 모두 이별연습을 하고 있소. 이별의 아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별 후의 일이지. 그 모든 것을 당신에게 미뤄야 하기에 당신은 더욱 강해져야 하오. 그리고 명심해 두오. 내가 당신을 지킬 거요.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들과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줄 거요.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구려. 그냥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그렇게만 하면 될 거요.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유산을 남겨주고 싶소.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 삶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항상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지며, 아주 작고 평범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싶소.
고맙소. 그리고 미안하오. 당신을 사랑하오.

작가 소개

이연규 지음

이연규 – 1955년 경기도 김포군 양서면 송정리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중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삼성생명에 입사해 장기 근속한 "영원한 보험인"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하며 치열하게 살아왔으며, 세 번에 걸쳐 찾아온 암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 글을 쓰면서 그는 긴 투병생활의 극심한 고통과 절망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한다. 암이 아니었더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 글은 자신의 삶의 편린들이 녹아 있는 솔직한 기록이자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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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암과 세번 싸운 이야기
출처: 한겨레신문
암과 세번 싸운 이야기

인생의 중턱에서 세 번이나 찾아온 암과 싸우고 있는 40대 남성의 투병일기가 출간됐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은행나무 펴냄)가 그것. 대기업 중견 간부로 승진 가도를 달리던 이연규(46)씨는 38살 때 방광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다시 폐암이 찾아오고, 기적같이 폐암을 치료하고 났더니 또 임파절암을 겪고 있다. 8년 동안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씨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자유롭고 행복해진다. `일등"이 제일이라고만 믿고 살아왔던 그에게 이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삶이다. 영정사진과 함께 이 책을 준비했다는 그는 “자신처럼 너무 성급하고 조급하게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충고가 되길 바라는 바람으로 글을 썼다”고 말한다.


2001년 8월 3일 금요일
김아리 / 한겨레신문
눈물로 쓴 중년 사내의 癌투병기
출처: 파이낸셜뉴스
눈물로 쓴 중년 사내의 癌투병기

“천천히 책상을 정리하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현관문을 나설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삼성생명과 나는 마치 탯줄로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이곳에서 청춘을 바쳤건만, 모든 것이 끝났고 떠나야만 한다.”

한 40대 중년 샐러리맨에게 불현듯 암이 찾아왔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세번씩이나. 가혹한 운명을 짊어진 이 주인공은 삼성생명 특수영업부의 이연규부장(46). 두번씩이나 찾아온 암과의 싸움에서 이겨냈고 이제 세번째 암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 가까이에 선 그가 처절한 투병생활 끝에 삶과 사랑에 대해 성찰한 자서전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은행나무)를 펴냈다.

‘영업의 귀재’ ‘타고난 교육통’이란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운명의 그림자가 처음 드리워진 것은 지난 93년 9월. 방광암선고를 받고 투병끝에 이겨냈으나, 운명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97년 11월 폐암말기라는 끔찍한 선고를 받은 후 피나는 노력으로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난해 3월 세번째 암이 악마의 미소를 보내왔다. 아직 완전히 삶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그는 더이상 삶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기로 했다. 그 대신에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가족과 동료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금 이순간, 거실바닥에서 정겨운 사람과 마주 앉아 베란다의 난초 꽃망울을 바라보며 푸짐한 삼겹살에 소주를 딱 한병씩만 비우고 싶다.” 그가 글 속에서 인용한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라는 박정만 시인의 글귀처럼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그의 꿈은 이와 같이 너무나 소박하다.




2001년 8월 22일 수요일
/ 파이낸셜뉴스
[화제의 책]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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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URL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1072417141&in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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