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감당해내는 용기와 위대함, 인간성에 대한 가슴 뭉클한 성찰
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노벨라 01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4년 8월 6일 | ISBN 9788956607900
사양 변형판 130x199 · 124쪽 | 가격 8,000원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1 | 분야 국내소설
단편의 짜릿함, 장편의 여운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
도서출판 은행나무가 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를 선보인다.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의 분량의 노벨라 시리즈는 뮤지션들의 싱글음반처럼 독립적이면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이트(light)’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은행나무 노벨라’는 단편과 장편 사이에서 형식적 고민을 하는 젊은 작가들을 주축으로 우리 소설의 서사의 회복을 꾀하는 한편,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에 맞춘 좀 더 최적화된 분량의 소설을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한때 ‘소설의 문제작은 모두 중편소설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서사가 넘치던 시대에 중편소설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윤흥길의 <장마>(1973), 이청준의 <이어도>(1974),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성석제의 <호랑이를 봤다>(1999) 등 현대소설의 전범이자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 거개가 모두 중편으로 세상에 발표되었던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에 은행나무는 ‘은행나무 노벨라’를 통해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짜릿함과 장편의 여운을 선사할 새로운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젊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다양한 이야기로 꾸려질 이 시리즈에는 현재 배명훈, 김혜나, 김이설, 이기호, 안보윤, 정세랑, 윤이형, 서유미, 강태식, 최민경, 황현진, 이영훈, 최진영 등 13명의 젊고 참신한 작가들이 참여하기로 했고, 매달 한 권씩 출간된다. 또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기획한 ‘웹카페 노벨라’라는 별도의 웹 공간을 통해 독자에게 매달 각 작품의 북사운드트랙, 북트레일러, 웹툰, 포토에세이 등의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은행나무 노벨라 01 《가마틀 스타일》 배명훈 소설
“모든 로봇은 일탈을 합니다. 그렇다고들 합니다.”
운명을 감당해내는 용기와 위대함, 인간성에 대한 가슴 뭉클한 성찰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능청맞은 풍자, 소설의 무대를 무한 확장시킨 통 큰 상상력,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 소설가 배명훈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첫 소설집 《타워》에서부터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장편소설 《신의 궤도》 《은닉》 《청혼》에 이르는 작품들의 궤적을 꿰고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른 별에서 써가지고 온 서사의 신선함’(신경숙)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그동안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참신한 감각을 선보여온 그가 올 여름 ‘은행나무 노벨라’의 첫째 권 《가마틀 스타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작가의 강점이기도 한 SF적 상상력에, 전 연령대의 독자를 포섭할 수 있는 동화적 요소를 가미한 《가마틀 스타일》은 완성된 자아를 가진 전투로봇 가마틀이 오류와 고장으로 불완전한 육체를 갖게 되면서 빚어지는 갈등과 일탈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운명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능수능란한 서사 구성과 유머러스한 입담, 독자의 예상을 압도하는 반전, 노을을 좋아하고 이따금 행성이 되는 꿈을 꾸는 아름다운 로봇의 내면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듯한 과학적이고도 문학적인 묘사가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빛을 발한다. 우리 안의 ‘마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지 작가는 생생하고 산뜻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안에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이제 오른팔이 나의 운명입니다.
미친 과학자 미야지마 상의 계략으로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설계된 540대의 로봇들 중 하나 가마틀. 로봇들은 인간을 공격하도록 명령받았고 모두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다 부서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가마틀만은 전투가 시작된 지 십오 분 만에 전장자동통제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나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인류는 마지막 남은 공격형 로봇 가마틀을 제거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지표면연합 사령부 특별조사관 민소는 로봇의 일탈을 이해하기 위해 골몰하다 마침내 가마틀이 절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지 않고 일탈을 감행했다는 것은 로봇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뜻이기 때문.
가마틀이 사라진 지 한 달쯤 뒤 전 세계에서 가마틀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매일 삼백 건 이상 들어온다. 가마틀에게 납치되어 모종의 실험을 당한 것 같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마틀을 포함한 전투로봇들을 제작한 미야지마 박사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고,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무기가 프라하 근처의 비밀생산시설에서 발견된다. 마드리드 시내를 폐허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무시무시한 무기 LP13 레이저포다. 그날 마드리드를 공격한 로봇들 중 오른팔에 LP13 레이저포를 장착한 로봇은 단 열두 대. 그중 한 대가 바로 가마틀이었다는 사실에 민소는 다급함을 느낀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전투로봇 생산네트워크와, 가마틀에게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위치가 포개지는 지점들을 따라 마침내 가마틀의 이동경로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순간 또 한 건의 결정적인 납치사건이 발생한다. 지표면연합 사령부는 드디어 병력을 움직여 가마틀 포획 작전에 나서기로 하고 그 순간 밝혀지는 가마틀의 또 다른 비밀! 포위작전, 돌파, 그리고 추격전!
가마틀이 물었습니다.
“완치할 수 있나요?”
“완치? 허허. 그래, 완치. 완치할 수 있어. 하지만 네 삶이 좀 달라지기는 할 거야.”
“어떻게요?”
“어떻게? 글쎄다.”
“미래가 안 보일 정도로 비참한가요?”
“설마! 그런 건 아니래도. 하지만 음, 이렇게 정리해두자. 네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네 스스로 다시 정하게 될 거야. 그런 방식으로 달라질 거야.” _97쪽
아름다운 인공지능로봇 가마틀이 꾸는 꿈, 오른손이 부여한 운명을 따라 끝없는 모험을 선택한 가마틀의 마음은, 그를 쫓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깊고 뚜렷한 발자국 하나를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세상에 태어나 문득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 순간 어떻게 생긴 자아와 어떻게 생긴 몸이 ‘나’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었던가. 또한 그 두 가지가 내 기대와 맞지 않았을 때, 세상은 우리에게 어떤 모험을 제시했던가. 맨 처음 그 모험의 길이 펼쳐졌던 우리 인생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과연 그 여정을 감당할 만큼의 용기와 적당한 정도의 위대함, 그리고 인간성을 갖추고 있었던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그런 것들이다. _<작가의 말>에서
가마틀 스타일
작가의 말
[책과 길] “성장해야 할 건 자아가 아닌 세계죠”
가마틀 스타일/배명훈/은행나무
한승주 기자
입력 2014-07-2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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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성장해야 할 건 자아가 아닌 세계죠” 기사의 사진중편 신작소설 ‘가마틀 스타일’을 펴낸 작가 배명훈. 그는 “어른들은 항상 우리에게 변해야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세상이 우리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접근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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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명훈(36)은 우리 문단의 정통 코스를 밟지 않았다. 예컨대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지 않았다. 그는 2005년 SF소설인 ‘Smart D’로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부문에 당선됐다. SF소설은 장르소설로 여겨져 문단에서는 잘 쳐주지 않는다. 장르문학으로 데뷔한 그에겐 SF소설 작가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후 발표작도 기성작가들의 작품과는 달랐다. SF적인 발랄한 상상력에 인간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 그의 작품은 비관적이거나 심각하지 않았다. 애써 작가의 고뇌를 포장하지 않았다.
차츰 기성문단에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데뷔 5년 후인 2010년 ‘안녕, 인공존재!’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대표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신의 궤도’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갖게 됐다.
배명훈의 신작 소설 ‘가마틀 스타일’(은행나무)이 25일 나왔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1년 예정으로 미국 뉴욕으로 곧 떠난다고 했다. 맨해튼에 머물며 글을 쓸 예정이다. 017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쓰는 그는 요즘 보기 드문 폴더폰을 만지작거렸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바꿀 이유가 없었단다.
‘가마틀 스타일’에서 작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전작에 비해 대중적이어서 빠르게 읽힌다. 분량은 원고지 350자 정도. 단편의 기교와 장편의 묵직함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분량이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경장편(중편) 시리즈인 ‘노벨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이 시리즈를 제안했어요. 길이가 애매해 갈 데 없어 1년 이상 묵혔던, 맘에 들었던 글이죠. 아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인공지능이 있는 로봇. 중무장한 전투로봇 중 한 대인 ‘가마틀’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직한 테러공격 중 대열을 이탈해 사라진다. 특별조사관 민소와 공학자 은수는 행방불명된 가마틀을 추적한다.
그는 “인간성을 갖게 되는 로봇 이야기는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많은 작가들이 이 문제를 붙들고 있다는 건 인간성의 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주제라는 뜻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중요한 건 기계가 인간성을 갖게 되는 순간의 경이로움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기계가 인간성을 갖게 됐는가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아를 찾아가는 가마틀의 이야기를 성장소설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성장해야 할 것은 자아가 아니라 세계”라는 것이다.
배명훈은 서울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는 “내 소설에 가장 영향 준 것은 바로 전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정치학에서는 개인보다 세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소설에선 인물보다는 세계가 중요하고, 세계가 인물에 맞춰 변한다. 국제정치학은 사회에서 써먹기 힘든 학문인데 난 정말 잘 살리고 있다”며 웃었다.
대학 동기들은 주로 대기업, 연구소 등에 있다. “졸업 후 회사도 다녔는데 그때가 더 불안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이 갖고 있다. 1년에 장편 하나씩을 쓸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더 낫지 않을까하는 확신이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업 작가로 살아남기 힘든 시대. 원고지 장당 1만원 받는 수입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된다. 그는 “문단에선 많이 버는 편인데 밖에 나가면 달라진다. 돈 잘 못 버는 자영업자가 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번역이나 강의 제의를 종종 받지만 안하려고 애쓴다. 다른 일과 병행해서는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