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에서 자신을 찾은 위대한 영혼 루소의 가장 내밀한 기록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4년 11월 3일 | ISBN 9788956608167
사양 변형판 140x210 · 240쪽 | 가격 12,000원
시리즈 은행나무 위대한 생각 7 | 분야 비소설
“행복하기를 원할 줄 아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는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찾은 위대한 영혼 루소의 가장 내밀한 기록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근대 유럽의 대표적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죽기 2년 전부터 집필하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미완성으로 남은 유작이다. 열 번의 산책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루소는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들과 마음에 상처로 남은 사건들을 회상하고 정리한다. 그러면서 자의식에 대한 고찰로부터 나아가 행복, 진실과 거짓,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자연의 아름다움, 고독의 즐거움 등 보편적 주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까지 이른다.
자연 속에서 홀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함으로써 얻은 깨달음을 담은 이 책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위고를 비롯한 프랑스 작가들은 물론 괴테, 실러와 같은 독일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은행나무 위대한 생각> 시리즈는 위대한 철학자의 진솔한 내면 기록을 넘어,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에 있어 불후의 산문시로 평가받는 이 책을 일곱 번째 위대한 생각으로 선보인다.
1.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와야 했던 비운의 사상가
그리하여 이제 나는 나 자신 이외에는 형제도, 이웃도, 친구도, 어울리는 사람도 없이 이 지상에서 외톨이다. 누구보다 사교적이고 다정다감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만장일치로 추방당하고 말았다. (…) 그런데 그들로부터,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만 나 자신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이것이 내가 탐구해야 할 남은 과제이다. (9~10쪽)
사유재산제를 비판하는 《인간불평등 기원론》, 근대 교육론의 효시인 《에밀》, 프랑스 혁명과 민주주의 정치이론의 바탕이 된 《사회계약론》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루소는 18세기 프랑스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루소의 책들은 금서가 되었고, 문인·귀족·종교인들은 입을 모아 그를 반사회적 인물로 몰아갔으며, 공권력도 그를 외국으로 추방하려는 압박을 가해왔다. 루소는 이에 저항하기 위해 자전적 에세이 《고백록》과 《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대화》로 자신의 솔직하고 결백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거짓말쟁이에 인간 혐오자라며 더욱 비난받았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스위스 시골에 은둔하여 사회와 단절되다시피 고독한 여생을 보냈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루소는 자신이 노쇠하여 오래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과 사상을 이해받고자 했던 희망도 버린 상태였다. 그리하여 책의 유명한 첫 문장에서 루소는 자신이 생전이든 후대이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바람을 포기한 채 완전히 평온해진 상태이며, 이 기록은 오로지 자신의 정신적 함양만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2. 가장 지독한 고독으로부터, 가장 충만한 행복에 이르기까지
(…) 초연함은 내 지혜의 산물이 아니라 나의 적들이 만들어낸 성과이다. 그러니 그런 특혜를 그들이 나에게 행하는 악행들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는 것을 배우자. 그들은 나를 역경에 무감각하게 만듦으로써, 그 타격에 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선을 나에게 행했던 것이다. (183~184쪽)
첫 번째 산책에서 루소는 자신의 노쇠하고 고독한 처지를 말하며, 죄 없는 자신에 대한 박해와 ‘음모’에 대한 강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심연의 밑바닥에서도 초연해졌으며, 사람들에게 아랑곳 않고 자신의 결백을 향유하며 평화롭게 생을 마치겠다고 선언한다.
두 번째 산책에서는 산책 중의 경험담을 들어 홀로 걸으며 느낀 도취야말로 박해자들 덕에 얻은 즐거움이며,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자기 안에 있던 그런 보물들을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산책에서는 노인에게 해야 할 공부가 남아 있다면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죽어서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일찍이 마흔 살부터 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사교계에 대한 포기와 고독에 대한 취향이 시작되었고, 스스로 숙고하여 선택한 원칙들을 언행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이후의 박해와 치욕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네 번째 산책에서는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천성적인 혐오를 다뤘다. 십대 시절의 절도와 그것을 남에게 뒤집어씌웠던 일에 대한 반성이 진실과 거짓의 정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다섯 번째 산책은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으로, 루소는 평생 가장 행복했던 생피에르 섬에서의 생활을 회상한다. 그곳에서의 단조롭고 평온한 일상, 식물채집을 하며 느꼈던 즐거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홀로 몽상에 잠겨 느꼈던 완벽하고 충만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여섯 번째 산책에서는 거지 소년에의 적선을 계기로 하여 참된 선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한다. 또한 그러한 선행을 행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사정을 토로한다.
일곱 번째 산책에서는 식물학이 오랫동안 자신에게 주어온 기쁨을 회상한다. 아름다운 꽃과 풀, 채집을 위한 산책, 자연 속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은 사람들의 증오, 경멸, 모욕과 악행을 잊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여덟 번째 산책에서는 다시 한 번 과거와 현재의 삶을 성찰한다. 오랜 번뇌 후에 마침내 숙명을 감내하는 법을 배우고 자기 자신만을 의지함으로써 절망 대신 평화, 심지어 행복조차 되찾았다고 말한다.
아홉 번째 산책에서는 그의 악명 높은 일화, 즉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위탁했던 일을 해명한다. 그 이유로 자식을 잘 키울 만한 경제적 가족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호소한다.
열 번째 산책에서 루소는 후견인이자 연인이었던 드 바랑 부인과의 첫 만남 50주년을 맞이하여 그녀와 함께했던 시절, 그의 인생을 결정지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려 한다. 그러나 이 장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로 사망하게 된다.
3. 매일을 이방인으로 내몰리는 우리에게 건네는 철학의 위안
내가 긴 인생의 부침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추억이 나를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고 감동시키는 시기는 가장 달콤한 즐거움과 가장 강렬한 기쁨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흥분과 열정의 그런 짧은 순간들은, 비록 강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인생이라는 선 가운데에서 아주 듬성듬성한 점들에 불과할 뿐이다. (…) 하지만 나의 마음이 진정 아쉬워하는 행복은, (…)소박하고 항구적인 하나의 상태로, 그 자체에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그것이 지속됨에 따라 매력이 증가하여 마침내 거기에서 비할 바 없는 지복을 발견하게 된다. (114쪽)
이처럼 자신이 이 세상에서 철저한 단독자(單獨者)임을 깨달은 루소는 이 작품을 통해 신과 인간 앞에서 부끄러움 한 점 없는 자신의 참된 내면세계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 곳곳에서 자신이 떠나왔던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워하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묻어난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모순과 나약함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프랑스 문학사가 랑송은 루소에 대해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영혼, 바람 한 점에도 활짝 피거나 시들어버리는 영혼, 햇살 한 줄기나 그림자 한 자락에도 즉시 모든 조화가 깨어져버리는 영혼”의 소유자라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상처 받은 위대한 사상가에게서 우리는 외부로부터 끝없는 경쟁과 그로 인한 모독들로, 내부로부터는 자기연민과 피해망상으로 지쳐, 사람들 속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렇게 자기반성과 성찰로 채운 그의 마지막 기록은 곧 우리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