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
맛과 사람, 그리고 정이 어우러진 음식 이야기
출판인이자 문화운동가, 그리고 음식 칼럼니스트인 김학민이 우리 음식 문화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소개해 주는 책을 펴냈다.
음식이나 음식점을 소개하는 책이 근래에 들어 꾸준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 일과 시간에 쫓기는 일상생활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역시 언뜻 보기에 음식과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는 형식에서는 그러한 책들과 다를 바가 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몇 꼭지만 골라 읽어보라. 저자의 음식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손끝에 익은 글 솜씨와 걸쭉한 입담에 보통 음식 소개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 지식이 돋보이는 맛깔스러운 책
청국장, 빈대떡, 칼국수, 해장국, 과메기, 막창구이, 곱창, 곰장어, 순대국, 선지국, 돼지껍데기, 묵요리, 장국밥, 짜장면, 보리밥, 비빔밥…….
저자는 이 책 안에 보통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음식들을 골라 담아놓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파는 식당이 철거 직전에 다다른 허름한 곳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김학민이 차려놓은 상차림은 다른 책에서 소개해 주는 근사한 음식과는 달리 초라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처음 손에 든 독자들은 적잖은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색다른 외식으로 나이프라도 잡고 한껏 분위기를 내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이만저만 기대에 어긋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렇게 소박한 음식들만을 골라 소개한 것은 "음식은 보통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더 맛있고 또 그런 음식에서 진정한 사람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지은이의 단순명쾌한 음식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글은 다른 음식 소개서들과는 달리 특정한 식당을 알려주거나 특별한 음식을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주는 데에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식당이나 음식의 역사, 문화적 배경, 그리고 먹을거리와 사회/경제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의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에 기대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