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만남,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

봄의 정원

원제 春の庭

지음 시바사키 도모카 | 옮김 권영주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6년 4월 11일 | ISBN 9788956609928

사양 변형판 128x188 · 156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오늘의 일본문학 17 | 분야 국외소설

수상/선정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책소개

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천천히 읽어주세요
기억과 만남,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성숙도가 높은 작품” _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단

작가는 자신이 써야 할 것을 확실히 붙잡고 있다.
그것을 손바닥이 파고들 만큼 꽉 쥐고 있다.
그 아픔을 결코 이쪽에 보이지 않으려는
작가의 끈질긴 강인함에 축복을 보내고 싶다.” _오가와 요코(소설가, 아쿠타가와상 심사평에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오늘의 사건사고》를 비롯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스민 동시대의 분위기를 선명하게 포착한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 현대문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실력파 작가 시바사키 도모카의 신작 장편소설 《봄의 정원》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추구해온 주제와 표현기법을 집대성한 소설이라고 평가한 《봄의 정원》으로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성숙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제15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이자, 지난해 수상작인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으로 대중적으로도 새로운 조명을 받으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봄의 정원》은 도쿄 도 세타가야 구의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주인공 다로와 이웃들의 은은한 관계를 그려낸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직 미용사 다로는 철거 예정의 낡은 연립에 이사 왔다. 그는 우연히 같은 연립에 사는 여자 니시가 담을 넘어 이웃한 물빛 집 부지에 침입하려는 것을 목격한다. 주의를 주려고 니시를 불러 세운 다로는 그녀에게서 의외의 동기를 듣게 되고, 물빛 집을 향한 니시의 기묘한 열정에 관심이 생겨 일련의 행동을 같이하게 된다. 이렇게 기억과 만남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에 독자들은 자연스레 낯익은 듯한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마음속에 저마다의 풍경을 끌어안은 채
우리는 지금 이 거리에 살고 있다

다로가 사는 연립에서 대각선으로 뒤쪽에는 밝은 물빛의 벽널, 납작한 피라미드 같은 각뿔형의 적갈색 기와지붕, 창끝 모양의 꼭대기 장식이 돋보이는 물빛 집이 자리하고 있다. 집요하리만치 니시가 이 집에 매달리는 이유는 소설의 제목인 ‘봄의 정원’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이 물빛 집에 사는 젊은 광고 감독과 여배우 부부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사진집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이 사진집의 제목이 ‘봄의 정원’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사진집을 접하고 대학에서 사진부에 들어간 니시의 마음속에는 이 사진집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고, 니시는 인터넷에서 이사할 집을 찾던 중 우연히 물빛 집을 발견하고 물빛 집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어 이웃한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사진집 속 물빛 집과 지금의 물빛 집을 비교하며 관찰하고,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젊은 부부의 삶의 단면과 지금 그 곳에 살고 있는 단란한 일가족의 삶을 상상해본다.

적어도 거실 소파에서 툇마루 너머 정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니시는 충족감을 느꼈다. 기울어가는 석양이 자신이 앉은 곳까지 비쳐 들고, 새소리를 제외하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툇마루 널은 군데군데 허옇게 닳아서 그곳에 흐른 수십 년의 세월과 지금 지나가고 있는 오후 시간이 겹쳐져 보였다. _93~94쪽

물빛 집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는 하늘, 공장, 담장, 나무, 벌레 등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풍경들이 가득하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을 좇아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담아낸 연속 사진을 보는 듯하다. 이는 단순히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타인을 느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군데군데 흠이 파인 거리를 걷는 것은, 계절을 품은 작은 정원을 거니는 것은 그 정경에 스며든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그의 존재를 생생하게 실감하는 매혹적인 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거리를 더욱 구석구석까지 걷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소소한 일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군가의 관심을 끌려 하거나
이야기로서 설득력을 높이려는 의도 따위 전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저자는 이런 무뚝뚝한현실 앞에서 겸허함을 선택한다.
이것은 좀처럼 흉내 낼 수 없는 일이다.” _시마다 마사히코(소설가, 아쿠타가와상 심사평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 채 흘러간다. 눈을 반짝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완결성을 갖추고 드러나지 않는다. 물빛 집에 큰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결혼이라든지 사랑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 사진집의 주인공인 젊은 부부는 현재 이혼한 상태이며, 다로와 니시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10년 전 돌아가신 다로의 아버지의 유골을 빻은 절구와 공이는 그냥 그렇게 존재하고, 3년 만에 만나는 다로와 누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저 충실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상을 일상적으로 묘사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소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쉽사리 얻어낼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진정으로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비로소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뭉근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곧 《봄의 정원》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풍경을 안고 담담한 흔적을 남기는, 완성되지 않은 우리들의 스냅사진이 실린 사진집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소개

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1973년 오사카 시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에서 인문지리학을 전공했다. 200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오늘의 사건사고》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제24회 사쿠야코노하나상을 수상했다. 2006년 《그 거리의 현재는》으로 제2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대상,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후보, 제27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7년 《다시 만날 때까지》로 제20회 미시마유키오상 후보, 2008년 《주제가》로 제137회 아쿠타가와상 후보, 2010년 《하르툼에 나는 없다》로 제143회 아쿠타가와상 후보, 《자나 깨나》로 제32회 노마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4년 《봄의 정원》으로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 중에서 가장 완성도와 성숙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네 번의 도전 끝에 제15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권영주 옮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달려라 메로스》, 《아시야가의 전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보틀넥》, 《인질의 낭독회》, 《데이먼 러니언》, 《11 eleven(일레븐)》,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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