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10인의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의 힘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보듬어주는 그림책의 힘
상상력과 창조성의 놀라운 진실에 관해
유럽 그림책 작가 10인이 답하다
*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
누구보다 남다른 시선을 가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한 영감을 찾는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은행나무 刊)가 출간되었다. 프랑스,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 10인의 아뜰리에를 저자가 직접 방문하여 진행한 인터뷰를 실제 작업 풍경과 곁들여 엮은 책이다. 지금의 그들을 빚어낸 유년시절, 그림책을 짓는 작가로서의 철학, 아이들과 소통하는 마음가짐 등에 관한 진솔하고도 경쾌한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상상력이나 창의성의 비밀이 의외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 위로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효한 그림책의 힘이 느껴지는 책.
프랑스 유학 시절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들에 매료된 저자 최혜진은 잡지 피처 에디터로 10년간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난 경험을 살려 작가들에게 질문들을 던졌다. 때로는 작가들이 할애하려 했던 시간보다 더 길고 또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고, 날카로운 질문들은 현지 언론에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한 사진작가 신창용의 사진은 진지하고도 유쾌한 작가들의 생생한 모습과 함께 그들의 손길로 꾸민 아틀리에의 매력을 놀라울 만큼 잘 포착하여 책에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영감과 위안을 주는 그림책을 짓는 작가들이 말하는
10개의 창조 키워드
우리는 마치 영험한 주문처럼 창의력, 창조성과 같은 단어들을 외지만 정작 그 단어들의 실체는 모호하여 와 닿지 않는다. 우리가 자라온 교육 시스템이나 지금의 사회를 보면 한참은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도, 창조적인 아이를 길러낼 것도 막막한 이들에게 이 인터뷰집은 소소한 영감과, 동시에 위로를 안긴다. 그림책과 함께 자라나 그림책을 짓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림책에 어른의 마음마저 기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게 한다.
작가들과의 인터뷰에서 창조성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키워드를 한 개씩 뽑았다. 무조건 사실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치 도감과도 같은 그림책을 판화로 만들어내는 《똑똑한 동물원》, 《펭귄 365》의 작가 조엘 졸리베는 오랜 시간 공들여 관찰하면 시선이 머무른 자리에서 상상력이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조엘 졸리베의 키워드는 ‘관찰하는 시선’. 국내에는 《난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만 소개되어 있지만 현지에서는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도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는 등 그림책의 장인으로 널리 인정받는 키티 크라우더는 ‘상상을 만드는 질문’을 키워드로 삼는다. 선천적인 난청으로 부족한 청각 정보를 메우기 위해 ‘왜’, ‘어째서’를 묻는 것이 평생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워털루와 트라팔가르》, 《무릎 딱지》로 국내에서 사랑받는 올리비에 탈레크는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자주 다니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계발했던 ‘공감의 쓸모’를 말한다. 현지 독자와 평단 모두의 사랑을 받고 그에 대한 비평서도 나올 정도로 아동문학계 고전의 반열에 오른 클로드 퐁티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듬어준 그림책의 추억으로 ‘치유하는 상상’을 원형으로 삼는다.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나는 기다립니다…》의 세르주 블로크는 창의성이 “그저 무언가를 할 용기”라며,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도록 우선 질러보는 ‘작은 용기’를 꼽았다. ‘곰의 노래’ 3부작과 《알몸으로 학교 간 날》로 큰 사랑을 받은 벵자맹 쇼는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었던 아이로 유년기를 회상하며 빈틈과 서투름에서 자신의 특질을 깨달은 경험에 따라 ‘결점에서 태어난 창의성’을 이야기한다.
자기 믿음, 공감, 결점의 인정, 다르게 또 오래 보기…
작고 평범한 것에서 얻는 상상력의 실마리
어린 시절 생활에 쫓겨 대화 없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혼자 보낸 시간이 많았다는 《책놀이》의 에르베 튈레는 오히려 그런 심심한 순간에 상상력과 창의성이 폭발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때의 불안함을 포용하는 ‘깊은 심심함’을 이야기했으며, 《바람은 보이지 않아》의 안 에르보는 유년시절의 본인이 즐겼고 지금 어린 아들에게도 즐기게 두는 몽상의 시간이 사물에 대한 풍부한 시선을 제공한다며 ‘다르게 보기, 오래 보기’를 제안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에서 나고 자란 일본 출신의 이치카와 사토미는 사회가 몰아붙이는 데에 휘말리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시간 사용법’을 추천한다. 이러한 키워드들은 사물을 보는 시각을 사소하나마 달리하는 것,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태도, 감정이입으로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의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말하는 ‘자기 믿음’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믿음.
인터뷰에서 자연스레 배어나는 작가들의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은 불완전한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를 안긴다. 어린 시절 그림 말고는 잘하는 게 없어서 불행했다던 벵자맹 쇼나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고백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등거리는 우리에게 안도감을 선사하며,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학대당한 클로드 퐁티나 부모님과 소원했던 에르베 튈레의 기발한 작품 세계는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내지 못하더라도 풍부한 감수성과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무엇보다 사회가 규격화한 삶의 양식을 달성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인이 되어 시간을 폭넓게 쓸 것을 장려하는 이치카와 사토미의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준다.
날카롭고 깊이 있는 질답 너머로 전해지는
그림책 작가들의 따스한 시선과 통찰
작가들이 내비치는 키워드들은 그림책의 세계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작품에 드러난다. 낯선 세계에 처한 주인공이 온갖 모험과 시련을 겪은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클로드 퐁티 스타일, 없어졌으면 했던 것을 잃어버린 뒤 되찾는 과정을 통해 결점에서 귀함을 찾는 벵자맹 쇼 스타일, 뭔가 남들과 다르거나 부족해 소외감을 느끼던 주인공이 고민 끝에 제자리를 찾아 행복을 느끼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스타일 등… 작가들의 가치관이 일관된 서사 구조에 오롯이 배어나는 것이다. 인터뷰를 읽으며 이들의 작품에 관심을 던지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 각 인터뷰의 말미에 작가들의 대표작을 따로 꾸려 소개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그림책은 하나의 든든한 무기가 된다. 내가 위로받는 이 메시지를 내 아이가 어려서부터 지니고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면서, 남들이 하는 대로 교구며 전집이며를 잔뜩 들이지 않아도, 지금 그대로 함께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동심과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작가들이 알려주는 그림책을 통한 아이들과의 소통 방식 등의 육아 철학도 큰 도움이 된다.
더없이 창조적인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긍정하는 데 따스한 위로와 격려로 다가올 것이다. 그림책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들이라도, 그림책의 힘을 믿고 그에 기대고 싶어질 특별한 인터뷰집.
프롤로그
‘관찰하는 시선’ 조엘 졸리베
‘상상을 만드는 질문’ 키티 크라우더
‘공감의 쓸모’ 올리비에 탈레크
‘치유하는 상상’ 클로드 퐁티
‘작은 용기’ 세르주 블로크
‘결점에서 태어난 창의성’ 벵자맹 쇼
‘깊은 심심함’ 에르베 튈레
‘다르게 보기, 오래 보기’ 안 에르보
‘시간 사용법’ 이치카와 사토미
‘자기 믿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