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이성과 의심의 계보

지음 빅토르 델보스 | 옮김 이근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7년 3월 22일 | ISBN 9788956600710

사양 변형판 146x216 · 232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인문학 코멘터리 | 분야 인문

책소개

프랑스 현대 철학은

데카르트의 끝없는 재구성이다

 

프랑스 철학의 학맥을 따라가는 데카르트 코멘터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서양 근대 철학을 열어젖힌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과 데카르트가 현대 프랑스 철학에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책 《데카르트, 이성과 의심의 계보》(은행나무 刊)가 출간되었다. 사실에 입각한 엄정한 서술을 하기로 손꼽히는 20세기 초의 철학사가 빅토르 델보스가 남긴 데카르트 관련 저작들을 이근세(국민대 교수)가 골라 엮고, 데카르트의 철학이 프랑스 현대 철학에서 끊임없이 논의된 현장을 소개하는 해제를 덧붙여 데카르트 철학의 이해를 돕는다. 빅토르 델보스가 소개하는 스피노자 철학으로의 계승과, 해제에서 소개하는 20세기 후반의 ‘게루-알키에 논쟁’과 ‘푸코-데리다 논쟁’에서 데카르트가 생생히 논의되는 것을 보면 현대에도 유효한 데카르트의 유산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철학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빅토르 델보스의 저작들은 엄정한 서술에 대한 그의 명성에 따라, 그가 소개하는 철학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안내서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원전을 읽는 것도 좋지만, 델보스의 저작처럼 원전에 대한 철저한 해부와 사실 관계의 엄격한 규명이 함께한 2차 저작물을 길라잡이로 선행하여도 좋을 것이다. 더욱이 빅토르 델보스가 스피노자 연구자로도 이름을 떨친 만큼, 데카르트의 철학이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으로 어떻게 계승되어 근대 철학의 시작이자 전부가 되었는지 그 맥을 살피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양 근대 철학의 대부 데카르트의 철학을

가장 엄정한 철학사가의 서술로 만난다

 

빅토르 델보스의 저작들을 모은 1부는 데카르트의 생애와 사상을 전반적으로 다룬 1장 「데카르트의 삶과 철학」으로 시작한다. 델보스의 생전 마지막 저작이자소크라테스, 스피노자, 칸트 등 철학자들을 소개한 《철학자들의 인물과 사상》(1918)을번역한 것으로, 이 한 장만으로도 데카르트의 생애와 철학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장에서 라플레슈 학교에서 귀족들을 위한 일반적인 교육을 받으며 수학의 정확성에 대한 사랑을 느낀 데카르트가 스스로의 사유와 학교 바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형성해온 과정을 그리고, 파리,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며 『방법서설』 『성찰』 『철학의 원리』 등 현전하는 명저들을 저술하고 팔츠 선제국의 엘리자베스 공주와 교류한 이력, 스웨덴의 궁정에 초빙되어 지내다가 숨을 거두기까지의 생애를 저작과 역사적 사실들에 의거하여 서술한다. 이에 덧붙여 이성에 의한 정확성에 입각하여 과학을 대했던 엄격한 태도,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으로 위시되는 그의 회의론, 그 끝에서 입증한 신의 현존 등, 중세 철학으로부터 현격한 독창성을 선보인 데카르트의 철학을 소개한다.

2장 「데카르트에서 철학과 과학의 관계」와 3장 「데카르트의 철학」은 유고작인 『프랑스 철학』(1919)에 실린 데카르트와 연관된 장들을 옮긴 것이다. 2장에서는 데카르트가 해석기하학과 물질계의 모든 현상을 포괄하는 기하학적 물리학을 창안함으로써 근대의 신(新)과학에 끼친 기여를 이야기한다.바로 보편적 수학 이념에 따라 스콜라철학과 대별되는 연역으로서 일궈낸 것이다. 이성에 의거, 확실성에 대한 과학을 정당화하여 과학적․철학적 태도를 설정함으로써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데카르트의 신학이 철학과 별개의 공고한 학문이 된다. 데카르트의 철학을 압축한 3장은 데카르트가 주창한 제1진리인 ‘코기토 에르고 숨’으로 시작한다. 명석판명한 이성으로 연장된 물질을 인식하던 실재론과 절대 진리로서의 신의 현존을 증명해냈던 관념론의 이원론에 입각하여, 근대 철학의 시작이자 그 유산이 현재의 철학까지도 이어지는 데카르트 철학의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대의 모든 위대한 사상들이 데카르트 철학의 일면을 간직했다고 하는 것은 과장 없이 옳은 말이다. 데카르트 없는 스피노자가 무엇이겠는가? (…중략…) 기하학적 명증성의 방법론, 명확한 관념들의 합리론, 본질들의 실재론은 스피노자로 하여금 절대 존재의 통일성에 대한 범신론적 직관을 철학적 체계로 표현하도록 해준 것들이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를 반박할 수 있었고 특히 그를 보완하는 쪽으로 갈 수 있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유심론적 일원론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라이프니츠가 그의 유심론적 개념을 가지게 된 것은 데카르트의 관념론 때문이 아닌가? (…중략…) 칸트는 사유만으로 현존으로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가 우리 인식의 조건이라는 원리는 어디로부터 그에게 온 것인가? 다른 한편, 로크는 데카르트를 공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스스로 고백했듯이 데카르트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으며, 지성에 대한 분석 계획 자체는 인식의 조건에 대한 검토를 모든 철학의 출발점으로 정하는 데카르트적 영감에 속한다. 버클리의 비물질주의, 흄의 현상주의, 그리고 영국의 모든 경험심리학은 즉각적인 것은 의식의 재료이고 정신에 대한 설명은 가장 단순한 요소들을 통해 정신의 발생을 밝히는 데 있다는 전적으로 데카르트적인 관념에서 비롯된다.

_본문 P. 102

 

4장 「데카르트의 철학과 스피노자의 철학」은 스피노자 철학 연구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델보스의 역작 《스피노자 철학》(1916)에서 데카르트 철학과의 관계를 논의한 부분을 옮긴 것으로, 스피노자의 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근대 철학의 형성에 데카르트가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헤겔에 의해 데카르트 철학의 완성이라 평가받은 바 있는 스피노자 철학에 대해 델보스는 기하학적 방법론이나 순수한 객관적 진리 등 데카르트적 재료들을 활용해 이뤄냈다고 말한다.

1부의 뒷부분에는 데카르트가 영원한 진리에 관해 메르센 신부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부록으로 붙임으로써, 신학과 진리에 관한 데카르트의 생각을 본인의 언술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메르센 신부는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던 데카르트의 철학을 깊이 지지하며 그가 유럽 각지의 지성들과 서신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 당대에 ‘파리의 데카르트 중개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인물이다. ‘영원한 진리’ 개념은 데카르트의 철학 체계 전체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데카르트의 주저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던 것이어서, 이 편지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영원한 진리에 대한 데카르트의 생각을 접하는 것은 데카르트 철학의 이해에 있어 좋은 기회일 것이다.

 

‘게루-알키에 논쟁’과 ‘푸코-데리다 논쟁’을 거쳐

지금의 프랑스 철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로 자리매김하다

 

역자의 원문보다 더 긴 해제로 이루어져 있는 2부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데카르트의 철학을 계승한 프랑스 철학자들의 주요 논쟁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1957년 루아요몽 수도원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펼쳐진 마르샬 게루와 페르디낭 알키에의 논쟁이고,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 철학계의 슈퍼스타 미셸 푸코와 자크 데리다의 논쟁이다. 먼저 5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체계인가 경험인가?」에서는 프랑스 강단 철학의 거두 게루와 알키에가 철학의 구조적 체계와 사유 주체로서의 실존 중 어느 것이 우선적인지에 관해 격렬히 논박했던 논쟁을 소개한다. 1953년 게루가 『근거들의 질서에 따른 데카르트』를 출간하면서 1950년에 『데카르트에서 인간의 형이상학적 발견』을 출간한 알키에를 겨냥한 서술들을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후 데카르트를 주제로 개최된 루아요몽 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맡은 게루와 첫 번째 발표자로 참여한 알키에 간에 논쟁이 일어났다. 저마다의 주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던 당시 토론의 녹취록을 고스란히인용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두 철학자가 스피노자 철학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함께 소개하기에 근대 철학이 현대 철학으로 계승된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6장 「광기에 대하여」에서 소개하고 있는 푸코와 데리다의 논쟁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으로 간주된다. 푸코는 첫 대작 『광기의 역사』에서 데카르트의 제1성찰(감각적인 인식에 대한 의심)을 언급한다.

 

그러나 이 두 손이 그리고 이 몸통이 내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는가? 이것을 부인하는 것은 미치광이의 짓과 다름없을 것이기에 말이다. 미치광이는 검은 담즙에서 생기는 나쁜 증기로 인해 두뇌가 아주 혼란되어 있기 때문에 알거지이면서도 왕이라고, 벌거벗고 있으면서도 붉은 비단옷을 입고 있다고, 머리가 진흙으로 만들어졌다고, 몸이 호박이나 유리로 되어 있다고 우겨댄다. 그렇지만 이들은 한갓 미치광이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이들의 언행 가운데 몇 가지만이라도 흉내 낸다면 나 역시도 미치광이로 보일 것이다.

_본문 P. 175

 

이에 대해 푸코는 데카르트가 단순한 시대적 편견에 따라 광기의 논거를 배제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데리다가 이에 대해 2년 뒤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코기토와 광기의 역사」를 발표하면서 데카르트가 광기의 논거가 꿈의 논거보다 덜 타당하다고 생각했기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 반박은 푸코의 『광기의 역사』 전체를 해체하려는 시도였으며, 9년 뒤 푸코는 『광기의 역사』 재판에 「내 몸, 이 종이, 이 불」이라는 긴 글을 부록으로 실음으로써 데리다의 반박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을 강화한다. 이 논쟁의 과정을 설명함에 있어 역자는 푸코와 데리다가 논쟁 이전 얼마나 친근했는지, 그리고 그 논쟁이 얼마나 격렬하게 벌어졌는지를 푸코가 데리다에게 보냈던 편지나 서로를 겨냥하여 해체하려거나 반박했던 논문의 구절들을 예시로 들어가며세밀히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7장 「데카르트의 현대성」은 데카르트의 철학이 현대 철학자들이 견지하는 입장에 따라 읽어내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그러한 대논쟁들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중세 철학의 모든 것을 스스로의 사유와 독창적인 철학 정신으로 대번에 발전시킴으로써 근대 철학의 시초가 된 데카르트의 사상은 그의 일생이나 근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견해를 가진 철학자들이 재해석하고 기여함으로써 매순간 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데카르트 철학을 소개하는 동시에 데카르트 철학이 20세기 이후 현대 철학에서 어떻게 진화해나갔는지 이야기함으로써, 포스트모던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 철학의 발전 양상을 조망하는 하나의 새로운 현대 프랑스 철학의 계보가 될 것이다.

목차

역자 서문

I 데카르트와 근대 철학
1. 데카르트의 삶과 철학
2. 데카르트에서 과학과 철학의 관계
3. 데카르트의 철학
4. 데카르트의 철학과 스피노자의 철학

영원한 진리에 관한 데카르트의 편지들
1630년 4월 15일, 메르센 신부에게
1630년 5월 6일, 메르센 신부에게
1630년 5월 27일, 메르센 신부에게

II 데카르트 철학의 계보
5.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체계인가 경험인가?
6. 광기에 대하여 — 미셸 푸코와 자크 데리다의 논쟁
1) 푸코와 데카르트
2) 데리다의 공격
3) 푸코의 반격
7. 데카르트의 현대성

작가 소개

빅토르 델보스 지음

프랑스에서 가장 엄정하기로 손꼽히는 철학사가 중 한 사람. 프랑스 수재들의 집결지인 고등사범대학 출신으로 앙리 베르그손, 에밀 뒤르켐, 모리스 블롱델, 레옹 브런슈빅, 레비 브륄 등이 동학이다. 프랑스 철학계에서 특히 스피노자와 칸트 연구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처녀작인 『스피노자의 철학과 그 역사에서 도덕의 문제』와 『스피노자 철학』은 스피노자 철학 연구사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칸트의 실천철학』은 기념비적인 칸트 연구서로 정평이 나 있다. 델보스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 정초』는 프랑스 철학계에서 정본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고작인 『철학자들의 인물과 사상』 『프랑스 철학』 등은 서양 철학사 연구 전반에 매우 유용한 작품들이다. 멘 드 비랑의 철학에 관한 종합적 연구서 『멘 드 비랑과 그의 철학 작품』도 있고,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에 대한 탁월한 연구 논문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관념론과 실재론」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로크의 철학」 등 100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남겼다.

이근세 옮김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학교 철학고등연구소(ISP)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뤼셀 통‧번역 대학교(ISTI) 강사를 역임하고 귀국했다. 경희대학교 철학과, 한양대학교 철학과 등에서 강의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전공 분야는 서양근대철학, 프랑스철학이다. 점차적으로 연구의 초점을 동서비교철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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