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4분 33초
놀라운 패기와 재기,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심사위원 박범신·김인숙·이기호·류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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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당신의 4분 33초》 출간
“<당신의 4분33초>는 풍성한 소설이다. 생의 파편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소설이 마침내 음악처럼 들린다. 놀라운 패기와 재기,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_김인숙(소설가)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의 산실, 황산벌청년문학상의 올해 화제의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박범신, 김인숙, 이기호, 문학평론가 류보선 심사위원으로부터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한국문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보기 드문 격찬을 받은 이서수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밀도 높은 세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모처럼의 호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는 심사평에서 보듯 예사롭지 않은 최종심 분위기였지만 《당신의 4분 33초》는 심사위원 모두의 흔쾌한 동의 끝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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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접적 종합(the disjunctive synthesis)의 형식을 취한 《당신의 4분 33초》는 우리 시대의 루저 이기동과 현대 예술사의 탈-존적인 존재인 존 케이지의 이야기를 번갈아 묘사하면서, 이 시대 각각의 존재들은 어떤 윤리를 지녀야 하는지를 제시한 묵직한 작품이다. 문제의식은 묵직하지만 문체는 나는 듯 경쾌하다. 묵직하되 가볍고 비극적이되 낙관적이며 장면장면이 생동감 넘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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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는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존 케이지의 연주곡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사회에서 좌절과 낙담이 체취처럼 몸에 밴 인물 이기동.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받는 천재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 작가는 두 사람의 삶을 병치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기동의 ‘웃픈’ 현실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대단한 성취를 일궈냈다. 심사위원단의 평처럼, 이전 한국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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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불화한 천재라면 살아나가기가 힘들지. 나는 내가 시대와 불화한 둔재라고 생각할래. 그게 정신 건강에 나아.” 되는 일 하나 없는 팍팍한 삶이지만 소설은 시종일관 시니컬한 대사들로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래서 더 친근한 인물들이 블랙코미디와 같은 상황에 내던져지고, 그들의 차진 대화는 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특별할 것 없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바로 지금, 생의 한가운데를 투영하고 있는 이야기. 끝내 주목받지 못해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연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담백한 위로와 위안을 주고, 동시에 ‘우리 시대 소설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를 흐트러짐 없이 밀고 나가는 대단하고 묵직한 작품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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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파편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소설이
마침내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 희망은 시작된다
〈4분 33초〉를 작곡한 미국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는 1992년에 사망했다. 당시 이기동은 열두 살이었으며, 밀린 학원비 때문에 체르니100을 끝으로 피아노와 멀어졌다. 잠수함을 발명했던 존 케이지의 아버지와 달리 이기동의 아버지는 한 번도 성실히 돈을 벌어온 적 없는 기묘한 가장이었다. 이기동의 어머니는 날마다 김밥을 말아 그를 키웠다. 딱히 되고 싶은 것도, 욕심나는 것도 없었던 이기동은 장래희망을 기입하는 칸에 별생각 없이 ‘의사’라고 적었고, 어머니는 학부모 의견을 기입하는 칸에 커다랗게 ‘동감’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건 아들의 성적과는 무관한 어머니의 바람일 뿐이다. 그의 시험 점수는 학창시절 내내 평균 70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계속 공부 못하는 범생이로 남을 것인가, 공부는 못하지만 오토바이는 탈 줄 아는 날라리가 될 것인가. 그는 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망설였고 결국 아무런 변화 없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공부 못하는 범생이였다.”_본문에서
이기동의 삶은 이십대가 되어서도 녹록지가 않다. 삼수 끝에 겨우겨우 법대에 입학했으나 취직도 못한 채 글을 끄적이고, 아버지가 쓴 원고를 절반 정도 고쳐 덜컥 신춘문예에 당선되지만 청탁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노량진 고시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공무원 아내와 결혼하지만 신혼이 끝나자마자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기동은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 운명처럼 존 케이지의 책을 만나게 된다. 두꺼운 양장본, 존 케이지만큼이나 전위적으로 느껴지는 책. 난해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책을 이기동은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느낀다. 존 케이지가 살았던 인생 속에 그가 고민하는 문제의 답이 있는 것 같다고. 이기동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보며 왜 맨날 책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드는 거냐고 물으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이기동은 처음으로 자신의 직감을 굳게 믿고 마음을 다잡는다. ‘당신의 4분 33초’란 제목의 소설을 쓰겠다고. 과연 이기동의 소설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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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캐릭터와 위트 넘치는 문장의 향연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 격찬을 받은 대형 신예의 탄생!
《당신의 4분 33초》에서 특히 돋보이는 건 살아 숨 쉬는 듯한 묘사이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서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후 청탁이 없어 괴로웠고 결국 소설을 포기한 적도 있었음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계기로 “우리 인생에서 대다수의 음악은 침묵 속에서 연주된다는 것을, 귀를 기울여보면 소리가 아주 없진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언제나 소설로 다시 돌아갈 것임을 담담히 고백한다. 그가 “이기동은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힌 것처럼, 이서수는 본인이 그간 걸어온 길 위에서 겪었던 풍성한 경험들을 뭉근히 녹여내 마치 모든 인물이 어딘가에서 꿋꿋이 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듯, 모든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 생생히 그려내었다.
“어쩌면 장편소설 하나를 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갈 것이며, 도대체 왜 소리도 나지 않는 연주를 계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젠 안다. 우리 인생에서 대다수의 음악은 침묵 속에서 연주된다는 것을. 귀를 기울여보면 소리가 아주 없진 않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소설로 돌아갈 것이다.”_‘작가의 말’ 중에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이 경구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저 한 줄의 문장이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삶은 언제나 (비교적) 희극에 가깝고, 심지어 타인의 불행은 (때때로)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당신의 4분 33초》 속 주인공 이기동의 삶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한 줄로 심플하게 그를 소개하자면 공무원 아내를 둔 소설가. 하지만 당연히, 더 깊숙이, 더 집요하게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깊어지는 어머니의 한숨, 자신을 조금씩 부끄럽게 여기는 듯한 아내의 태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삶. 실은 우리 모두, 어렸을 때 꿈꾸곤 했던 멋지고 찬란한 순간과는 많이 다른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기동의 삶은 조금 불운하게는 보일지라도 결코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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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파편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소설이 마침내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 이기동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직면하며 그 안에서 희망을 찾는다. 이를 통해 희극과 비극, 그 장르를 전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당신의 인생을 멀리서 봐도 비극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 아니면 가까이서 들여다봐도 희극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 그 핵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우리의 장르는 단번에 뒤바뀔 것이다. 시트콤에서 드라마로, 코미디에서 로맨스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이기동이 끝내 그러했던 것처럼. 이토록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위트 넘치는 문장의 향연. 오랜 연마로 빚어낸, 2020년 한국문학의 수확으로 자리매김할 작품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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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말
존 케이지의 발칙함과 이기동의 비루함을 한 꿰미로 엮어내는 반어법적 재미의 쏠쏠함은 8할이 문장의 생동감에서 오는 게 아닐까. 보들보들하고 스피디하고 유연하다. 감출 길 없이 비어져나오는 작가의 재능을 날것으로 만나는 재미도 좋다. _박범신 (소설가)
《당신의 4분 33초》는 풍성한 소설이다. 생의 파편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소설이 마침내 음악처럼 들린다. 놀라운 패기와 재기,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_김인숙 (소설가)
묵직하되 가볍고 비극적이되 낙관적이며 장면장면이 생동감 넘친다. 본질적인 문제를 이토록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무거우면서도 가볍게 다루어내는 능수능란함은 이미 충분히 값진 것이며 앞으로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한국문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_류보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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