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1.01-02

정지돈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1월 6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12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34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2021년의 처음을 열어젖히는 『Axt』 34호가 발행되었다. 지금의 시간·장소·인간을 설명할 때 코로나19를 빼놓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해를 넘어가도록 기세가 꺾이지 않는, 이토록 강력한 현실 앞에서 문학은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는가. 2021년의 시작, 시인 김혜순은 그에 대해 문학의 자리에서 묻는다.

“우리는 우리를 잠재적 감염자 취급한다. 구멍을 노출한 인간은 갑자기 도심지에 출몰한 야생동물처럼 위험해 보인다. 오염된, 혹은 불온한 존재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는 거리에서 누군가를 만질 수 없게 되었다. ‘나를 만지지 말라’는 예수의 말은 만지지 말고, 이제 보지 않고도 그를 느끼고 믿고 사랑하라는 말이 아닌가. 몸을 가진 우리가 만지지 않고도 느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김혜순, 「반인반수한다는 것」 중에서

 

● cover story

“제가 특별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엄청난 시대적 결단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후에 역사가 어떻게 지금 시대를 바라볼지 모르지만,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건 아닌 거죠. 특별한 게 없는 환경.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도 우린 똑같이 동일하게 꿈을 꿀 수 있고,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것들은 과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불능인 인물들이야말로 우리가 처해 있는 삶에 대해 더 잘 증언해줄 수 있지 않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처해 있는 현실을 잘 드러내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지돈, 「cover story」 중에서

34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픽션에 논픽션이, 현재에 과거가 침입하는 것을 허용하며 독특한 방식을 개척해온 소설가 정지돈이다. 일견 배타적이고 전통을 벗어난 듯 보이는 소설을 써온 그가 세계를 무한히 참조하면서 구해내고 싶은 세상의 면모가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 마주했던 오해가 무엇인지, 그 진솔한 이야기가 cover story에 담겼다. 인터뷰는 소설가 손보미가 진행해주었다. 정지돈의 소설이 ‘바깥’을 설정함으로써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그는, 편견의 바깥에서 정지돈의 소설을 조명한다. 무엇보다 두 소설가가 만들어낸 유쾌한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글자로 남아 독자들을 기다린다. 흥미롭고 새로운 ‘소설가 정지돈의 비전’을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antenna * colors
신년에도 해외문학의 고전과 근간을 아우르는 『Axt』의 기획을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최근 그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해외문학 중 하나를 골라 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많은 독자들이 기다렸을 소설, 『다시, 올리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번역가 정연희와 책임편집자 이봄이랑, 그리고 소설가 김세희가 자리해주었다. 스트라우트의 책을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있는 번역가 정연희의 깊은 이해, 그리고 독자와 시장을 모두 고려한 편집자 이봄이랑의 시각,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씀’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가 김세희의 시선이 한데 묶여 『다시, 올리브』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독자를 초대한다. 번역 중인 해외문학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ing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껜뚜끼』를 번역가 엄지영이 소개한다. 소설은 동물 모양의 봉제인형 ‘껜뚜끼’를 소유하는 사람과 그것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건조한 문제로 다루며 상품 사회의 모습을 조망한다. 이 매력적인 소설에, 출간까지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colors에서는 추리소설의 고전,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는다. 평론가 손정수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서전을 레퍼런스로 하여, 소설가 김종옥은 1974년과 2017년에 발표된 영화 <오리엔탈 특급 살인>을 레퍼런스로 텍스트에 서로 다른 색을 입혔다. 추리소설의 수작으로 뽑히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 가진 트릭 속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삶 속으로 함께 여행하는 경험이 되길 기대한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review에서는 김성중 백은선 안미옥 이승학 네 명의 필진이 2020년을 마무리하며 읽은 작품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 이곳에 실린 글은 2021년의 첫 독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꾸준히 신예 작가들의 에세이를 담아온 biography에는 소설가 김유담 김남숙 정지향의 에세이가 실린다. 육아와 소설의 소재, 재현의 문제 등, 작가로서 발 딛고 있는 문학의 영토와 현실의 영토를 오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독자들이 기억해주시기를 바란다. diary에는 소설가 정용준의 겨울일기가 실렸다. ‘11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이름 붙인 감정들, 2020년을 갈무리하는 문장들이 독자를 찾아간다. 독자들의 2020년은 어떤 문장들로 갈무리되었는가. 그리고 독자들의 2021년은 어떤 문장으로 시작되었는가. 같은 언어를 읽고 쓰는 우리의 문장이 서로의 2021년을 응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 insite * book cover * cross
문학의 ‘바깥’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꼭지들도 독자를 기다린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故한영수의 사진을 『VOSTOK』의 편집장 박지수가 글과 함께 실었다. 1950~60년대 서울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으면서도 개성적인 시선과 조형미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로 지금의 우리에게 다가온다. 영화와 문학을 교차해 살피는 cross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문학작품과 함께 읽었다. 시인 황인찬은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소설가 이종산은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을 함께 소개한다. 많은 관객이 본 영화인만큼 <기생충>을 생각했을 때 함께 떠올리는 작품 역시 서로 다를 것이다. 우리들이 <기생충>과 함께 떠올린 작품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개된 두 작품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교차-읽기의 재미가 증폭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설의 물리적 바깥을 상기시키는 book cover에서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드라이』 등의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변영근의 글을 실었다. 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들을 진솔하게 써낸 그의 글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 short story * novel
그리고 다시, 소설의 자리가 있다. short story에서는 세 명의 소설가를 초대했다. 소설가 은희경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뉴욕을 방문하게 된 주인공이 어머니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편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과거와 현재를 기워 맞추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가 강태식의 「우리에게 가능한 순간」에서는 아내가 알코올중독으로 죽은 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아들을 만나게 되는 제리 맥킨의 이야기가 담겼다. 한편 소설가 민병훈의 「겨울에 대한 감각」은 이미지를 중첩하고 문장의 맥락을 재배치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겨울의 감각을 전달한다. 색이 다른 세 편의 소설은 올해의 독서를 시작하고자 마음먹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흥을 더할 것이다. 연재소설을 만날 수 있는 novel에서는 어린아이의 눈을 경유한 여름의 풍경이 날선 단어로 재구성되는 작가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 3회, 자신이 떠나온 옥산으로 돌아가기를 마침내 선택하는 소설가 황현진의 「곽」 4회, 문제의 인물 247과 박쥐, 그리고 바이러스 간의 상관관계를 증언으로 재구성하는 소설가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 2회 연재분을 공개한다. 2020년부터 함께해온 소설들과 함께 2021년을 시작하는, 연재소설만이 가지는 특별한 경험의 자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목차

◆ 34호 차례

intro
김혜순 반인반수한다는 것・002

review
김성중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020
백은선 구병모 『파과』・023
안미옥 임소라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027
이승학 이언 맥과이어 『얼어붙은 바다』・031

cover story
정지돈+손보미 정지돈이라는 소설가의 비전・036

biography
김유담 부등식 해제・084
김남숙 나에게 일어날 뻔한 일들・090
정지향 여름/망고・096

diary
정용준 겨울일기・102

insite
한영수 꿈결 같은 시선・112

book cover
변영근 첫 번째 이해・126

cross 영화 <기생충>
황인찬 오멜라스 리턴즈・136
이종산 이 세계는 정말 지옥일까?・144

table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
김세희+정연희+이봄이랑 올리브가 차를 몰고 선착장으로 들어왔다・152

ing
엄지영 상품과 사물 사이: 순간의 미학・186

colors 애거사 크리스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손정수 애거사 크리스티의 두 얼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에르퀼 푸아로와 『봄에 나는 없었다』의 조앤 스쿠다모어・196
김종옥 누구도 무고하지 않다・204

short story
은희경 아가씨 유정도 하지・212
강태식 우리에게 가능한 순간・234
민병훈 겨울에 대한 감각・250

novel
박연준 여름과 루비(3회)・264
황현진 곽(4회)・282
김희선 247의 모든 것(2회)・294

outro
강화길・310

작가 소개

정지돈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인생 연구》, 연작소설집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중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야간 경비원의 일기》 《…스크롤!》,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산문집 《문학의 기쁨》(공저), 《영화와 시》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스페이스 (논)픽션》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공저)가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김용익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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