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1.07-08

윤성희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7월 8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288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37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두 개의 거울이 만나면 무한이 번식한다. 두 개의 거울은 사악한 시간처럼 끝없이 나를 창발한다. 나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한하게 영속하는 거울의 복도를 바라보며 이 전염병의 시간이 무한하게 영속할까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것뿐이다. 우리가 유한한 이 생 안에서 무한을 체험해보는 것은 이 방법뿐이다. 나와 나를 비추며 사라지는 거울의 배치. 우리는 우주의 끝을 모른다. 죽음 이후를 모른다. 우리는 단지 거울 두 개로 두 무한이 마주하게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무한을 봐야 한다.” ―김혜순, 「무한의 미장아빔」 중에서

『Axt』 37호는 시인 김혜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거리두기로 인해 반복되는 매일 매일이 무한처럼 여겨지는 날들 속에서 우리의 유한을 살아나가는 방법으로서의 문학. 그 자리에 지금의 『Axt』가 함께 놓이기를 기대한다.

 

● cover story

“나는 주인공이 힘들 때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것. 주인공이 힘들 때 우연히 본 풍경에 마음이 녹는 것. 그런 순간을 좋아해요. 그 순간, 주인공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가 포개지는 느낌이 들고. 나는 그런 이야기 방식이 좋아요. 그리고 사람은 결국 그런 식으로 성장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윤성희, 「cover story」 중에서

37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오오오래 읽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아온 소설가 윤성희이다. 유머를 잊지 않으며 변화하는 방향으로 강약약이나 중강약약을 지키며 소설을 써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다정하기 위해 더욱 단단해지는 그의 문장을 닮아 있다. 마음의 형상이 쉬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위안을 주는 한편 삶의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하며 애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소설처럼 고요한 생명력을 지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인터뷰는 소설가 강화길이 진행해주었다. 그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에 집중했던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다음은? 그리고 그 순간, 그 이야기가 바로 윤성희의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감, 아주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하는 힘. 그가 사로잡혔던 소설의 힘에 대해 두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이에는 더불어 어른이 되어가는 일에 대한 무르지만 그래서 더 비장한 목소리가 공명한다.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오오오래’ 기억하게 되길 바란다.

 

● key-word * diary * hyper-essay
새로운 필자로 독자를 만나는 꼭지들이 있다. 지난해 ‘여성서사, 고딕-스릴러’로 독자를 만났던 key-word에서는 ‘관종’을 주제로 작가 여덟 명의 소설을 릴레이로 싣는다. ‘관심 종자’의 줄임말인 관종은 지나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정도의 사람들을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집단이 가지고 있는 기준을 공격하고 재점검하게 하기도 한다. SNS 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재정의 되고 있는 관종을 주목하며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문학의 언어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첫 작품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디테일로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만들어온 소설가 김홍이 열어주었다. 앞으로 이어질 “관종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요?” 릴레이 수록에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 작가의 내밀한 일상을 사진과 에세이로 담아온 diary에서는 시인 신해욱이 새롭게 독자를 만난다. 초여름의 공기 속에서 시인이 포착한 생의 경계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이 계절의 한 자락이 더욱 선명하게 자리매김 될 것이다. hyper-essay에서는 시인 장혜령이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고 글쓰기로써 그에 화답한 기록을 담는다. 그 첫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칼 같은 글쓰기로 재현하는 아니 에르노이다. 여성의 몸으로 밀고나간 문학의 발자취를 레퍼런스 삼아 지금, 이곳의 여성작가가 엮어나가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 review * biography * insite
언제나처럼 독자의 곁에 머무르는 꼭지들도 있다. review에서는 김성중 최유안 민병훈 전예진 백은선 안미옥 보 배 일곱 명의 필진이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한다.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하며 독자들의 독서 리스트에 새로운 책들이 추가되기를, 그리하여 이들이 겪은 문학적 경험이 또한 독자들의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신예작가의 에세이를 싣는 biography에는 소설가 이나리의 글이 실린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던 순간, 등단 소식을 접했던 순간, 그리고 첫 소설집을 내던 순간. 처음의 기억들 사이를 이어주는 힘을 돌이켜보는 작가의 문장을 통해, 독자들은 소설가가 가려는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더 나아가서는 그의 행보를 묵묵히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서는 오브제에 대한 촬영과 3D 프로그램 가공을 병치하며 사진과 그래픽의 경계를 흩트리는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윤태준의 작품이 실렸다. 시각이 주는 혼동 속에서 우리에게 사진을 사진이라고, 그래픽을 그래픽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사유해주시길 바란다.

 

● table * ing * colors
최근 출간된 해외문학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노르웨이의 작가 로이 야콥센『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뤘다. 번역가 공민희, 편집자 이정헌, 그리고 소설가 위수정이 바다와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다룬 이 작품을 읽는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소설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함께, 또 각자 페이지를 넘긴 일과 더불어 이 소설을 만드는 데까지 있었던 재밌는 일화가 함께 실렸다. ing에는 제발트의 비평집을 번역한 번역가 이경진의 에세이가 실린다. 제발트와 더불어 제발트가 아꼈던 문인들의 문장을 함께 번역해 나가면서, 서로 다른 문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번역가의 노고를 짐작하게 하는 에세이이다. colors에서는 리얼리즘 소설의 시작이라고도 불리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함께 읽는다. 플로베르의 삶과 구사하는 언어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마담 보바리’를 둘러싼 논쟁과 각색된 영화에 이르기까지, 『마담 보바리』의 외부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손정수의 글은 『마담 보바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한편 소설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실’이 무엇인가에 집중하여 소설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김종옥의 글은 『마담 보바리』이 가진 ‘리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근간에서 고전까지, 지면을 채운 해외문학이 더운 여름 봉쇄된 국경을 넘어 이방의 문학을 탐방하는데 유용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 short story * novel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소설도 함께 도착해 있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이기호의 소설이 실렸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소논문의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은 코로나 시대 문학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유쾌한 소설적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도발적인 소설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novel에서는 작가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가 연재를 마무리한다. 정직하고 그렇기에 잔인한 아이들, ‘나’와 루비의 관계는 여름의 언덕에서 어떻게 마무리될까.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읽어주시길 바란다. 소설가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정체 모를 알약이 발견된 내막과 247의 관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황현진의 「곽」은 새로운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제일사랑병원의 환자, 오원도가 바라본 세상이 독자들 앞에 펼쳐진다. 서로 다른 밀도로 채워진 소설들과 함께 독자들의 여름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목차

◆ 37호 차례

intro
김혜순 무한의 미장아빔・002

review
김성중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020
최유안 율리 체 『새해』・026
민병훈 오한기 『인간만세』・030
전예진 윤성희 『첫 문장』・034
백은선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스페인 여자의 딸』・038
안미옥 황현진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043
보 배 김청귤 『재와 물거품』・048

cover story
윤성희+강화길 오오오래 읽고 싶은 이야기・054

biography
이나리 죽고 싶고, 먹고 싶고, 자고 싶고・094

key-word
김홍 포르투갈・102

diary
신해욱 초여름 일기・122

hyper-essay
장혜령 존재에 구멍을 뚫는 쓰기 ― 아니 에르노・134

insite
윤태준 Low Quickdraw / Middle Turn・144

table 로이 야콥센 『보이지 않는 것들』
위수정+공민희+이정헌 파도가 깎아놓은 해안선처럼・160

ing
이경진 무거움과 가벼움・190

colors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손정수 글쓰기의 자의식으로부터 추출된 특별한 성분의 이야기・200
김종옥 오직 ‘부재’의 형식으로・206

short story
이기호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문학 분과를 중심으로) ・210

novel
박연준 여름과 루비(최종회)・230
김희선 247의 모든 것(4회)・244
황현진 곽(6회)・260

outro
손보미・286

작가 소개

윤성희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중편소설 《첫 문장》,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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