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세고 촛불 불기

지음 김화진, 남유하, 박연준, 서고운, 송섬, 윤성희, 위수정, 이희주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6월 23일 | ISBN 9791167375643

사양 변형판 135x210 · 288쪽 | 가격 18,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우리를 우리이게 한 모든 시간들”
달력에 아로새겨질 여덟 개의 특별한 날

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한 ‘기념일’ 테마소설집

달력에 아로새길 만큼 어떤 것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기억해야만 하는 날과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날들. 은행나무출판사의 테마소설집 시리즈 ‘바통’의 여덟 번째 기획에서는 이러한 ‘기념일’을 주제로 우리 앞에 놓일 다양한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려 했다. 소설가 김화진 남유하 박연준 서고운 송섬 윤성희 위수정 이희주가 떠올린 기념일이 《셋 세고 촛불 불기》에 각자의 모양으로 담겼다.

매해 돌아올 기념일을 생각하며 한 해를 버티는 힘을 얻는 것처럼, 이 책에서 마주칠 날들은 매일을 다른 모습의 기대로 이끈다.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쁨과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 슬픔, 어쩌면 오지 않을 미래까지. 흘러갈 뿐인 시간을 누름돌로 꼭 눌러 간직하려는 여덟 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잊고 있던 특별한 날을 하나씩 떠올리게 한다.

 

마음속에 영영 꺼지지 않을
촛불을 켜둘 이야기

기념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날짜를 정하는 일이다. 중요한 날 하루를 골라 이름을 붙여야만 의미 있는 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희주의 〈0302♡〉에서는 ‘유리’가 전학 온 3월 2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도시 전설 속 ‘사거리의 미소년’이 되어버린 그의 비밀을 해체하며 달콤하고 끈적한 결말까지 나아가는 내내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남유하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에서는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안드로이드 보디를 얻게 된 ‘신인류’가 나타나면서 ‘구인류’가 되어버린 자의 아이러니한 성탄절을 살펴본다. 고독사는 옛말인 사회지만 인물들은 여전히 해소할 수 없는 고독함에 허덕인다. 박연준의 〈월드 발레 데이〉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월드 발레 데이에 죽은 무용수가 주인공이다. 영원히 무대에 서고 싶었던 무용수의 일생이 아름답게 수놓인다. 이처럼 특정한 날짜가 녹아든 소설 세 편은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날로 각인될 것이다.
기념일이 무조건 기쁨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슬픔은 잊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슬픔 속에서 피어나는 위수정의 〈비트와 모모〉 속 기념일은 특정한 날로 정의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남과 이별 중 어떤 날을 마음에 간직할 것인지는 이야기를 읽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기념일을 ‘기억하는 날’로 해석한 서고운의 〈위드걸스〉에서는 잊지 않으려 움직이는 이들이 그려진다. 모순됨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층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묵묵히 응원하게 된다.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은 소설을 쓰는 ‘내’가 무주 영화제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의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작업실에서 피어나는 따뜻함과 든든함, 그리고 배신감이 뒤섞이며 언젠가 끝날 축제의 밤은 ‘나’를 또 다른 목적지로 데려다 놓는다. 윤성희의 〈바다의 기분〉은 서로를 부단히 아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단결근을 한 ‘나’와 일주일 내내 학교를 결석한 ‘영지’의 모습은 삼촌과 어렸던 ‘나’의 관계로 이어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둘만의 관계에서만 말할 수 있는 비밀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지속된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비일상의 날은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송섬의 〈껍질?〉에서는 역설적으로 365일 중 사라진 하루를 조명한다. 이유도 모른 채 달력 위에 생겨버린 네모난 공백. 세상에 없는 날을 기념한다는 것은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 그날의 궤적을 좇는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신만의 기념일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자정이 되면 3월 2일이 된다.
앞으로도 작년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그때 그 순간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부른다. 시간의 굴곡을 손으로 만지며 돌출된 부분을 감각하는 일. 기념일을 떠올리고 지정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일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피어나는 각자의 소망을 달력 곳곳에 새겨놓는다면 그 삶 역시 한결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겹겹이 쌓이는 시간이 매일의 가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여덟 편의 소설에서 호명된 날들은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일, 여기 놓인 이야기들을 펼치는 날도 독자들에게 기념할 만한 근사한 하루로 남기를 바란다.

목차

김화진 축제의 친구들 _ 7
남유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_ 43
박연준 월드 발레 데이 _ 71
서고운 위드걸스 _ 107
송섬 껍질? _ 135
윤성희 바다의 기분 _ 177
위수정 비트와 모모 _ 205
이희주 0302♡ _ 233

작가 소개

김화진 지음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개구리가 되고 싶어》가 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남유하 지음

2018년 〈푸른 머리카락〉으로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다이웰 주식회사》 《나무가 된 아이》 《봄의 목소리》 《부디 너희 세상에도》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등이 있다.

박연준 지음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고요한 포옹》 《듣는 사람》 등이 있다.

박연준의 다른 책들

서고운 지음

2022년 단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송섬 지음

2021년 장편소설 《골목의 조》로 제2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윤성희 지음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느리게 가는 마음》, 중편소설 《첫 문장》,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윤성희의 다른 책들

위수정 지음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희주 지음

2016년 장편소설 《환상통》으로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소설 《사랑의 세계》, 장편소설 《성소년》 《나의 천사》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1 +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