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1.09-10

구병모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9월 7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24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38 | 분야 잡지

책소개

● intro

“그렇지만 나에겐 내 얼굴에 글씨를 쓰는 여자가 있다. 나는 그 감촉을 기억한다. 차가운 먹이 얼굴에 닿는 느낌. 검은 감촉. 아주 작은 새가 내 얼굴 위에서 걷는 것 같은 글자들의 발자국. 간혹 잉크 방울이 내 목을 타고 내린다. 귓바퀴로 떨어진다. 마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인간이 흘리는 마지막 눈물처럼. 혹은 내 얼굴이 미세하게 절개된 다음 사선으로 번져나오는 피처럼. 글자를 쓰는 저 여자는 미래다. 미래가 시간을 거슬러 나에게 침범했다.”
―김혜순, 「불안의 것」 중에서

intro에서 시인 김혜순은 쓰는-여성으로서의 불안에 대해 말한다. 저편 어디선가 재차 이편을 넘어다보는 불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불안. 그 불안의 자리에서 먹물이, 잉크가 소환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존재의 불안에 기대어, 우리는 이곳에 문학의 장을 연다. 과장하거나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솟아나오는 이야기를 여기에 놓아둔다.

 

● cover story

“그건 이를테면 죽어가는 말들에 대한 제 나름대로 애도의 표시에 해당합니다. 또한 당신의 눈에 안 보이는 것, 당신이 본 적 없다고 해서 그게 없는 게 아니다. 당신이 그 말을 ‘생전 처음 보는 것=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저는 그 말들의 죽음을 앞당기지 않겠다. 그러니까 쓸 수 있는 한은 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구병모, 「cover story」 중에서

cover story 인터뷰이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세계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소설가 구병모이다. 인터뷰 내내 ‘제가 이렇게 현실적이에요’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는 독자들의 기대 너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로는 지독히 현실적이어서 잔인하기까지 한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어딘가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목소리에 함께 매료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는 소설가 김멜라가 진행해주었다. 바늘, 노동, 피부, 날개, 꿈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구병모의 소설을 읽어낸 그는, 날카로운 통찰 속에 숨겨진 따스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 강하고 용기가 필요한 세계관’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가 알려준 다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구병모 월드’의 일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cover story는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이전과 다른 플랫폼의 온라인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해준 두 소설가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critic
『Axt』 38호에 특별 기고된 글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엑스 마르세유 대학의 전 교수이자, 프랑스에서 한국문학 번역에 앞장서고 있는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소설가 이승우의 『캉탕』을 읽고 그 리뷰를 보내주었다. 번역에는 번역가 최애영이 힘을 보태주었다. 그간 한국문학을 번역하여 프랑스에 알려온 드크레센조는 ‘캉탕’이라는 공간을 유배와 향수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읽어냈다. 이번 특별 기고를 통해 국내 소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이방에서 바라보는 ‘한국문학’에 대한 감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무척 기쁘다.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이번 『Axt』는 무엇보다 풍성한 소설들로 여러분을 찾는다. “관종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요?”를 주제로 테마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key-word에서는 소설가 장희원 장진영의 소설이 실린다. ‘관종’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태에 대해 두 젊은작가가 만들어낸 재기발랄하며 한편 묵묵한 수행의 장면이 무척 흥미롭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박민정 박상영의 글이 실렸다. 공교롭게도 두 소설가는 각각 ‘약혼’과 ‘동거’라는 사회적 결합의 순간을 고찰하는 소설을 보내주었다. 이 같음과 다름 사이에 서로 다른 문학의 아름다움이 놓여 있다. novel에서는 소설가 김희선황현진의 소설이 연재된다. 코로나 시국을 통과해오며 ‘니파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상상하게 한 김희선의 「257의 모든 것」은 드디어 거대한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는 고해의 순간에 이르렀다. 시한부 환자의 시점으로 바라본 옥산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는 황현진의 「곽」 역시 가까워오는 끝을 생각하게 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재와 연결되기를 원하는 소설들이 무엇보다 독자와 연결되는 지면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table * hyper-essay * colors
해외문학에 대한 글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근래 출간된 해외문학 작품에 대해 번역가, 편집자,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해보는 table에서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세 명의 삶\Q. E. D.』로 이야기를 나눴다.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출간에 있어 관심과 애정 그리고 어려움이 공존했으리라 짐작할 만하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번역가 이성옥, 편집자 김보미 그리고 소설가 조우리가 함께 나눴다. 퀴어 당사자 작가가 쓴 퀴어문학을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다뤘다는 점이 무척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름의 유명세를 넘어 독자들이 거트루드 스타인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여성작가로서 여성작가를 조명하는 시인 장혜령hyper-essay에서는 지난 첫 연재의 아니 에르노에 이어 경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와다 요코를 다뤘다. 단어와 단어가, 장소와 장소가 부딪히는 다와다 요코의 소설을 헤메이면서 그는 자신의 경험에 잇대어 언어의 경계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의 경험이 독자에게도 하나의 경계를 열어젖히는 또 다른 언어가 되어줄 것이다. colors에서는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다뤘다.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각각 필립 로스라는 인물과 공산주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냈다. 가까우면서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필립 로스라는 하나의 산을 오르는데,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정표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review는 여덟 명의 필진, 김성중 정지돈 최유안 이민진 임선우 신종원 서이제 보배와 함께 돌아왔다. 해외문학과 국내문학, 고전과 신간을 아우르며 독서의 재미를 공유한다. 가을의 초입에서 언젠가 우리 손에 놓일지도 모르는, 먼저 읽은 독자의 추천도서 목록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첫 책으로 독자를 만난 소설가 서장원황지운의 글이 biography에 소개된다. 단편 속 주인공 해경과 대담을 나누는 서장원의 글과,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황지운의 글은 내부와 외부에서 발원하여 각각 그들의 소설에 닿는다. 우리에게 당도한 그들의 소설집 역시 외부에서 내부로, 그리고 다시 외부로 이동하며 우리의 마음에 긴 궤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행보를 함께 응원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diary에서는 시인 신해욱이 폭염 한복판을 견뎌온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폭우와 폭염, 그리고 우리의 8월을 함께 달구었던 양궁 국가대표와 〈킹덤 : 아신전〉의 이야기까지. 시인이 살짝 열어 보여준 여름의 모습을 독자들도 무한한 공감으로 함께 읽어주길 바란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류준열의 〈부재의 아카이브〉가 실렸다. 철거된 아파트의 여러 모습을 기록한 이 작품에 대해 『VOSTOK』의 편집장 박지수는 ‘영정사진’과 ‘증명사진’을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아파트의 마지막 포즈를 목격하는 사진과 이곳에도 삶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사진”, 그 존재의 기록을 독자들도 함께 목격해주시기를 바란다.

목차

intro
김혜순 불안의 것・002

review
김성중 리처드 매시슨 『리처드 매시슨』・020
정지돈 귀스타브 플로베르 『감정 교육』・024
최유안 알리나 브론스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029
이민진 제프 다이어 『그러나 아름다운』・034
임선우 카먼 마리아 마차도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038
신종원 서이제 『0%를 향하여』・043
서이제 신종원 『전자 시대의 아리아』・047
보 배 오테사 모시페그 『내 휴식과 이완의 해』・051

cover story
구병모 + 김멜라 그게 더 강하고 용기가 필요한 세계관 같아요・056

biography
서장원 제로 디그리・086
황지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092

key-word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102
장진영 첼로와 칠면조・118

diary
신해욱 폭염 일기・134

insite
류준열 부재의 아카이브・148

table 거트루드 스타인 『세 명의 삶\Q. E. D.』
조우리+이성옥+김보미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170

critic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향수(鄕愁)를 읽다・202

hyper-essay
장혜령 경계가 시작되는 경계로―다와다 요코・212

colors 필립 로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손정수 삶과 소설, 혹은 자서전과 전기 사이에 놓인 작가・224
김종옥 춤을 멈추는 것에 대해서・230

short story
박민정 약혼・238
박상영 보름 이후의 사랑・256

novel
김희선 247의 모든 것(5회)・284
황현진 곽(7회)・300

outro
강화길・322

작가 소개

구병모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등이 있으며, 2015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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