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몸으로 온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전설로 남은 이방인의 책들을 유랑하며 소설가 김인숙이 마주한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

1만 1천 권의 조선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6월 24일 | ISBN 9791167371669

사양 변형판 145x215 · 440쪽 | 가격 22,000원

분야 인문, 종교/역사

책소개

책은 몸으로 온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전설로 남은 이방인의 책들을 유랑하며

소설가 김인숙이 마주한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

 

소설가 김인숙이 한국에 관한 서양 고서 마흔여섯 권에 대해 쓴 산문이다. ‘Korea’, ‘Corea’, ‘조선’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나라와 관련된 한 글자만 들어 있어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 명지-LG한국학자료관.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1만 1천여 권의 한국학 자료들이 소장된 이 도서관에 초대되어 수많은 서양 고서들을 만났고 약 3년간 이곳의 다양한 고서들을 연구하며 이 책을 준비했다. 키르허의 《중국도설》, 하멜의 《하멜 표류기》, 샬의 《중국포교사》, 키스의 《오래된 조선》, 카를레티의 《항해록》, 프로이스의 《일본사》, 쿠랑의 《한국서지》 등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와 같이 다양한 서구의 언어들로 기록된 이 고서들은 17~19세기 한국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들로 손꼽히지만 정작 대중에게는 낯설다.

그런데 이 고서들 속 조선에 대한 기록은 허점투성이에 오류가 난무한다. 우리나라가 등장하는 부분이 단 한 줄 혹은 몇 문장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그마저도 자신들의 고정관념과 이해관계가 덧씌워진 채 왜곡되기 일쑤다. 막연한 동경이나 미화 혹은 무의식적인 혐오와 폄하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해 마주하기 불편한 기록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 모든 구부러지고 빗겨나간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당시 서구인들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 그 책을 만들어낸 인물들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 주변부의 이야기까지 역사 속 사실들을 섬세하고 명민한 시선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포착해낸다.

또 한 가지 저자가 공을 들여 소개하는 부분은 이 서양 고서들이 가진 물성 그 자체다. 실제로 이 책에는 120여 장에 가까운 고서 사진들을 직접 촬영하여 수록함으로써 쉽게 접하기 힘든 고서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채 낡아가는 표지, 펼치기만 해도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책장들, 종이 위 번진 세월의 얼룩과 멋스럽게 기울여 쓴 활자체와 정성껏 박을 입히고 공들여 엮은 장정,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면지에 적어둔 손글씨와 책장 사이에 끼워진 명함과 사진….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몸이라고 찬탄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바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기에 있으나 거기에 없는 책들,

희귀한데도 희귀본이지 않고, 고서가 아닌데도 몇백 년씩이나 오래되었고,

외국어 책인데 우리나라 얘기를 담고 있는,

그런 책들 중 어떤 책이 아니라 그런 책들 모두에 대해서.

그 책들이 담고 있는 공간과 공간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의 ‘이야기’에 대해서.”

 

 

희한하고 희귀한, 이 황홀한 책들!

전설이 되어 남은 11천 권 고서들의 세계를 탐닉하다

우리나라에 대해 서구인들이 남긴 기록, 특히 개항기 전후의 조선을 소개하는 책들은 국내에도 상당수 번역·출간되었다. 그러나 ‘페이지 수가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단 몇 줄에 불과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소개되지 못한 책들도 여전히 많다. 명지-LG한국학자료관은 바로 그러한 서양의 고서들과 관련 자료들을 차곡차곡 그러모은 곳으로 장서와 자료의 수가 약 1만 1천 종에 달한다. 소설가 김인숙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 숨은 자료관의 서가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오랜 책들에 관한 이야기, 책을 집필한 인물과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책과 책 사이에 숨겨진,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 이야기와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오해와 편견, 무지와 미지가 교차하는 서구인들의 시선 속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조선의 모습

‘솔랑가’, ‘칼렘플루이’, ‘코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신라, 고려, 조선)는 서구인들에게 한마디로 세계의 끝이자, 일체 알려진 바가 없는 미지의 나라였다. 모른다는 것은 곧 판타지. 알 수 없는 이 막연한 나라에 대한 환상은 ‘금과 은이 풍부한 나라’(핀투의 《핀투 여행기》), ‘자유연애를 하고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라’(마르티니의 《타르타르의 전쟁》), ‘모세의 후손으로 이스라엘의 사라진 열 지파 중 하나’(맥레오드의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 ‘칭기즈 칸이 침공한 베이징의 황손을 보호해준 나라’(볼테르의 《중국 고아》), ‘들어가기만 하면 몇 살이 되었든 나이를 먹지 않는 나라’(루브룩의 《몽골 제국 기행》)와 같이 허무맹랑한 내용들로 구체화되었다. 이후 19세기 말 서구의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기 시작하는 개항기에 이르러서는 ‘겁 많고 게으르며 비능률적인 민족’(런던의 《신이 웃을 때》), ‘달콤하고 정겹지만 결코 서구인을 넘어서지는 못할 착한 미개인’(뒤크로의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와 같이 서구중심주의에 물든 시선 혹은 ‘묘지 같은 집에 사는 야만인’(피에르 로티)과 같은 혐오로 기록되기도 한다.

 

책과 책 사이,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역사의 숨결

소설가적 창조력으로 건져 올린 생생한 이야기

저자는 역사책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책과 책 사이의 이야기, 책 속 기록 이면의 이야기들도 소개한다. 최초로 유럽 땅을 밟은 조선인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코레아의 실체, 고종의 초청으로 조선을 방문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천덕꾸러기 딸 앨리스 루스벨트와 그녀를 대접하기 위한 화려한 연회 메뉴, 도포와 갓 차림으로 당당하게 파리 거리를 활보하며 《심청전》과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한 조선 최초의 서양 유학생 홍종우가 왜 김옥균의 암살범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의 개항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남연군 묘를 도굴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자 조선에 관한 책까지 집필한 문제적 인물 오페르트, 이양선을 타고 강화도를 침략하는 와중에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화도의 풍경을 찬탄했던 프랑스 군인 쥐베르의 기록에 관한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다.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책이기도 한 서양 고서들

낡고 바랜 종이와 장정, 그 안에 담긴 역사

저자의 시선은 이러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담고 있는 책의 외형에도 머무른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어 얼룩이 생기고 울룩불룩해진 종이, 기울여 씀으로써 종이의 여백을 최대한 아름답게 살리고자 한 글씨체인 이탤릭체, 책의 인쇄를 주문하는 출판사나 단체 혹은 가문에 따라 다양한 판형과 표지를 가진 책들, 그림 하나하나마다 기름종이를 덧댄 정성스러운 가공, 금박과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엮어낸 장정은 오늘날의 책들에서는 쉬 느끼기 힘든 기품 그리고 귀중품으로서의 책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한때 이 책을 소유했던 누군가의 흔적, 선물하면서 남긴 편지와 사진, 명함, 도서관 장서임을 증명하는 표식들과 도장에 이르기까지 고서는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간 갖가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몸이자 역사가 된다.

 

함녕전 시첩속 고종의 글씨

망국의 한, 아픈 시대의 기록 속 우리가 바라본 우리의 모습

이 책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작품은 〈함녕전 시첩〉이다.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 등이 1909년 덕수궁 함녕전에서 고종의 운에 맞춰 지은 칠언절구를 긴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이 시첩에는 후에 고종의 낙관이 찍힌 친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가치가 재평가되기도 했다. 저자는 〈함녕전 시첩〉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8세기, 19세기 서구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남긴 기록은 그 관점이 어떠하든 간에 결국은 망해가는 한 나라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그 기록의 끝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 눈으로 우리를’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한다.

 

외세의 격랑 속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그 시기에 이완용은 〈함녕전 시첩〉에서 “두 땅(조선과 일본)이 한 집을 이루어 천하에 봄이 왔네”라고 했다. 그리고 고종은 여기에 ‘동감지의(同感之意)’라는 말을 남겼다. 대체 무엇을 동감한다는 것인가. 왜 고종은 그런 말을 남긴 것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함녕전 시첩〉의 칠언절구에서 고종이 띄운 운, ‘인(人), 신(新), 춘(春)’ 자는 춘추전국시대, 적왕 초나라 문왕에게 애첩으로 끌려가 아들 셋을 나을 때까지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한 식나라 왕비 도화부인을 기린 두목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망해가는 나라의 왕이었고, 침략자를 위한 연회에서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고종은 ‘인, 신 춘’ 석 자로 도화부인을 떠올렸고, 이에 씁쓸하고도 쓸쓸하게 ‘동감지의(同感之意)’라는 글자로 무언의 저항을 한 것이다.

어린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할아버지의 책장을 들여다보듯 시작했던 이 책은 이처럼 한 시대의 쓸쓸함을 담은 시첩으로 끝을 맺는다. 조선 사람을 바라보았던 서구인들의 시선은 결국 스스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서양의 고서를 통해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비추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 타인의 시선이 담긴 몸

1장 오해와 편견의 역사
오래된 책, 유명한 책, 한 줄의 책 – 키르허의 《중국도설》
오해와 편견의 역사 – 마르티니의 《타르타르의 전쟁》
생생하게 실재하는 야만의 나라 – 하멜의 《하멜 표류기》
시선의 방향 – 로티의 《자두부인》, 뒤크로의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
거짓말쟁이와 허풍꾼의 책 – 핀투의 《핀투 여행기》, 폴로의 《동방견문록》
희한하고 씁쓸한, 좀 이상한 책들 – 맥레오드의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 미케위치의 《한국인은 백인이다》
한 번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 –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그렙스트의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2장 오래된 책, 아름다운 몸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책 – 피카르의 《종교에 관하여》
책 속에 남겨진 손글씨의 온기 – 알렌의 《조선견문기》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책 – 크랜의 《조선의 꽃들과 민담》
애정으로 포착해낸 표정 – 키스의 《오래된 조선》, 메이의 《계피나무 정원에서 온 풀잎》
가장 비싼 책의 조건 – 지볼트의 《일본》
낭만과 절망을 담은 지도 – 미국성서공회의 《선교 안내 목록》
다즐레섬, 판링타오 그리고 찬찬타오 – 라페루즈의 《항해기》

3장 역사의 지문
소현세자, 비운의 코레아 왕 – 샬의 《중국포교사》
기울어진 역사를 관통한 소년, 안토니오 코레아 – 카를레티의 《항해록》
민간인의 눈으로 기록한 전쟁의 참상 – 앨런의 《영국 선원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
한 줄의 문장이 엮어내는 역사의 지문 – 팀콥스키의 《몽골을 거쳐 베이징까지의 여행》
1890년대 조선의 일상 저장고 – 올링거의 〈코리언 리포지터리〉, 헐버트의 〈코리아 리뷰〉
유럽 최초로 한국 문학작품을 소개한 암살범 –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조선의 오징어 게임 – 컬린의 《조선의 게임》

4장 미지의 땅, 최초의 기억
흰옷, 이상한 모자, 일하지 않는 남자 – 앤드루스의 《세계의 끝》
세계의 변방에 관한 최초의 기록 – 카르피니의 《몽골의 역사》, 루브룩의 《몽골 제국 기행》
막내 왕자의 울음을 멈춘 움직이는 요술 상자 – 홈스의 《트래블로그》
조선의 지식사회를 뒤흔든 서구 문물 – 로드리게스의 《일본교회사》
이양선을 타고 온 탐사자들 – 브로튼의 《북태평양 발견 항해기》
미지의 땅, 세계의 끝과 시작 – 볼테르의 《중국 고아》
섬세하지만 겁 많고 유약한 조선인 – 런던의 《신이 웃을 때》

5장 기록하는 책, 기록하는 사람
쓰지 않은 책의 저자가 되어버린 저자 – 트리고·리치의 《중국 선교사》
포르투갈 선교사의 기록으로 남은 임진왜란 – 프로이스의 《일본사》, 《감바쿠 도노의 죽음》
시대를 앞서간 책, 말모이의 시대를 연 학자 – 언더우드의 《한영자전》
황실을 지킨 서양인들 – 크뢰벨의 《나는 어떻게 조선 황실에 오게 되었나》
모든 것이 반대인 나라를 사랑했던 선교사 – 홀의 《닥터 홀의 조선 회상》, 노블의 《노블 일지》
침략의 기록, 문제적 인물 – 쥐베르의 《조선 원정기》, 오페르트의 《금단의 나라 조선 탐험기》
조선의 책, 책 속의 조선을 발견한 남자 – 쿠랑의 《한국서지》

나가는 말 / 〈함녕전 시첩〉 속 동감지의

참고문헌
미주

작가 소개

김인숙

소설가.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개교기념일〉로 현대문학상을, 단편소설 〈바다와 나비〉로 이상문학상을,

단편소설 〈감옥의 뜰〉로 이수문학상을, 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으로 대산문학상을,

소설집 《안녕, 엘레나》로 동인문학상을, 단편소설 〈빈집〉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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