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2.09-10

정용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9월 14일 | ISBN

사양 변형판 185x260 · 308쪽 | 가격 10,000원

시리즈 Axt 44 | 분야 잡지

책소개

● cover story

“표현할 수단이 많아지고 풍성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 언어의 진심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마음. 인간의 언어가 도리어 인간을 소외시킬 수도 있어요. 저는 그것이 언어의 한계이자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말보다는 글이 제게는 편하고 정확한 것뿐이지요. 서로를 깊숙하게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직관의 언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아는 것.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표정과 숨결에서도 언어를 읽어내는 것. 저도 누군가를 그렇게 읽고 싶고 누군가 저를 그렇게 읽어주면 좋겠어요.” ―정용준, 「cover story」 중에서

44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최근 에세이 『소설 만세』를 통해 독자를 만난 소설가 정용준이다. ‘발화의 어려움, 말하기의 곤란함’을 오랜 화두로 삼으면서도 더더욱 언어의 진심에 대해 골몰해온 그는, 쉽게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 글로 폭력과 면하고 있는 인간을 그려왔다. 그가 소설에 담아온 진심, 언어를 조탁하여 만들어내는 그 진폭에 대한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담담히 이어진다.

인터뷰는 소설가 이서수가 진행해주었다. 폭력이 만연한 세계에서 진심을 눌러 담은 글을 쓴다는 일의 두려움과 위험함을 직감하면서도 끝끝내 진심을 포기하지 않는 일, 그 두려우면서 아름다운 과정에 대해 두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 나눈다. 인터뷰 자리에서 두 소설가는 언니네 이발관의 〈혼자 추는 춤〉을 함께 들었다. ‘혼자 추는 춤으로 이따위인 세상에서도 여기 아닌 곳을 꿈꾼다’는 가사가 두 소설가의 귓가에 내려앉은 시간. 그 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intro

“이 예술가가 만든 피조물의 몸을 보라. 사물과 생물 사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여자와 여자 아닌 것 사이에 위계가 없다. 이들이 한 몸이다. 멀티플이다. 서로의 몸을 이으려고 몸에서 털이 자란다. 짚풀이 돋아난다. 동물에게서, 사물에게서 식물이 돋아난다. 이런 여자짐승사물 사이에 경계 없이 존재하는 유기적/무기적 몸만이, 아니 그들의 합체만이, 그들의 중간자 유형만이 바리공주처럼 저승과 이승을 왕복할 수 있다.”_김혜순, 「고통의 메뉴」 중에서

시인 김혜순은 언어가 없는 생물들의 복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대신 먼저 몸으로 말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리의 몸으로 올 때, 우리의 몸이 경계를 잃고 그들의 몸을 향해 열릴 때, 우리는 그것이 복수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언어와 언어가 없는 것의 사이, 그 경계를 열어젖히는 시인의 언어가 복수의 도래를 알린다. 저승과 이승을 왕복하는 시인의 경고에 귀 기울이며 『Axt』 44호를 시작한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 monotype
이번 호 review에는 김성중 임선우 서이제 김연덕의 서평이 실렸다. 네 명의 필진이 올해 여름의 끝자락을 함께 보낸 책들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우리들의 책장으로 보내주었다. 서로의 책장으로 이어지는 독서 경험이 독자 여러분의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기 바란다. biography에는 『빛을 걷으면 빛』을 출간한 소설가 성해나, 『까마귀 클럽』을 출간한 소설가 이원석, 『녹색 갈증』을 출간한 소설가 최미래의 자전에세이가 실린다. 발간한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의 키워드 가이드를 보내준 성해나의 정성스러운 그림을 따라가 보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들의 시원을 살짝 엿볼 수 있게 된다. 여덟 개의 키워드 속에 담긴 소설가의 이야기가 소설과 공명한다. 이원석은 ‘한때 나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을 제패할 생각이었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을 꿈꾸던 사람은 어떤 길을 따라 소설을 쓰게 될까. 정확하게 분노하기 위해 쓰인 글들은 어떻게 소설가를, 또 독자를 바꾸게 될까. 최미래의 글에는 무수한 꼬리가 드러났다 사라진다. 소설가를 소설가이게 하는 꼬리들. 그러나 그 꼬리를 붙들고 심증에서 마음으로, 단초에서 소설로 이끌어내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 아니었을까. 그 과정을 견뎌낸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소설가들의 앞길을 응원하며 그들이 애써 만들어온 서로 다른 씨앗이 이 지면을 통해 독자의 마음 밭에 뿌려지길 바란다. diary에는 소설가 최진영의 일상이 담겼다. 제주에서 만나는 처음들, 긴 시즌을 지나고 있는 프로야구팀과 또 읽은 것과 쓴 것들의 기록. 직접 담아 보내준 제주의 하늘색처럼 매일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는 일들을 읽어나가면 작가의 매일을 조금은 나눠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승구의 작품 〈Riverside / Bam Islet〉이 담긴다. 휴양의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통제되고 금지되는 구역이기도 한 서울의 ‘밤섬’을 모티프로 이어지는 작품은 공간을 향한 통제와 금지의 역사를 상기하게 하는 한편, 인간의 금지가 되살려놓은 자연의 공간을 조명하기도 한다. 공간으로부터 거리를 획득한 작품들이 오히려 관람자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sports를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monotype의 이번 호 주제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소설가 윤대녕과 시인 박은지의 이야기가 실렸다. 소설가 윤대녕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Y의 연대기를 보내주었다. 운동과 만나고 운동과 다투다가 화해하는, Y의 인생의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물리적 세계가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과 견주고 가늠하면서 물리성이 세계의 일부라는 걸 알아가는 경험. 그리고 물리적 실체인 몸이 비물리적 실체로서 글과 만나는 일을 생각하게 된다. 시인 박은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비워내고 채워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즐겁고 힘든 순간의 감각을 몸을 통해 더 정확히 기억하게 되는 일, 그 경험이 미래에 대한 예감으로 확장되는 일. 두 필진의 경험은 건강과 적당을 알아가는 일, 기쁨과 슬픔을 지금과 미래를 알아가는 일처럼 보인다. 그것이 무게를 훈련하는 일인 것일까. 삶의 곳곳에서 무게를 훈련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올릴 수 있는’ 에세이가 되길 바란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table에는 벵하민 라바투트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만든 편집자 박영신, 번역가 노승영이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가의 입장에서 이 글을 함께 읽어준 소설가 문지혁과 함께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작이었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무엇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위치한, 사실과 허구가 첨예하게 뒤섞인 작품이다. 사실을 다루는 방법부터 서사를 다루는 방법까지, 서로 다른 이질적 방식이 혼재되어 있는 작품이 독자들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이 좌담에 담기었다. 한편 좌담은 이토록 독특한 글의 첫 독자들이 나눈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궁금했던 것들에 답을 얻거나 또 다른 질문을 얻으며, 아직 읽지 않는 독자라면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이야기에 부추김을 당하며 이 즐거운 대화의 장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 ing에는 토니 모리슨 『타인의 기원』을 번역한 번역가 이다희의 번역 에세이가 실렸다. 자신의 일부로서 번역이라는 일을 소개할 때마다 토니 모리슨은 언급한다는 그의 글에는 토니 모리슨을 향한 애정이 묻어난다. 특히 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둘러싼 오랜 통제의 역사와 그 속에서 작가가 선택한 화법을 이해하고 번역하려는 번역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에세이에 실렸다. 소설의 문장과 글자를 살리기 위한 애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어쩌면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뻗어나가게 하는 생활의 실천으로 확장된다. 좋은 소설이 우리에게 오는 과정과 그 모양이 닮은 것은 우연은 아닐 테다. hyper-essay에서는 시인 장혜령이 시인 김혜순을 다룬다. ‘나’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그 속에서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시인의 여정을 따라가며 장혜령은 이름이 사라진 곳에서 드러나는 존재를 확인한다. 그 자리에 놓인 ‘더러운 흼’, 그것을 시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생각한다. 그러면 무결함이 다시 자리를 비키며 새로운 내부와 외부를 접붙인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여성적 글쓰기의 공간, 그것이 여성 작가의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초청의 팔을 뻗어주기를 기대해본다. colors에서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을 다룬다. 평론가 손정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수기와 그의 작품, 편지 등을 함께 논하며 그가 글을 다루는 데에 있어 가졌던 책임감에 대해 언급한다. 「라쇼몬」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타일과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이런 스타일을 실험하고 완성하기까지 ‘잘못 쓴 원고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쓰는 작가의 생을 쫓는다. 소설가 김종옥은 선협소설과 「라쇼몬」, 그리고 「덤불 속」을 함께 두고 보며 존재의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소설을 읽는다. 욕망이 끊임없이 초월하기를 요청하는 자기 자신, 그리고 그 공동을 통해 소설의 알레고리를 풀어낸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읽어 낸 『라쇼몬』을 만나보자.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도시괴담’을 주제로 한 key-word의 릴레이 단편 연재가 계속된다. 소설가 강화길의 「꿈속의 여인」은 종교를 통해 결속된 작은 공동체, 해인마을을 배경으로 수상쩍게 친밀한 두 중년 여성 민경과 인용을 등장시킨다. 어느 날부터 민경은 더 이상 공동체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이장댁은 인용에게 민경의 근황을 묻지만 그럴싸한 답변을 얻지 못한다. 이장댁은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는 기분으로 행동에 나서게 되지만, 민경의 행방을 찾을수록 기억이 점점 엉켜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소설가 김멜라의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에서는 충무로역 영상센터 오! 재미동에 보관된 DVD에서 발생한 귀신, 시오와 초구가 등장한다. DVD의 단역 출연자의 얼굴을 빌린 둘은 지하철에 있는 ‘저퀴’들을 쫓아내면서 삶을 살아가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잡귀들은 삼도천으로 떠나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과연 서로 다른 도시의 환경에 처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속에서 ‘도시-괴담’은 어떻게 성립할까.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오성은의 「아주 잠시 동안」이 실린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기훈은 장인으로부터 건물을 위임받으며 건물의 세입자들을 정리할 것을 요청받고 세입자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연락이 되지 않던 ‘끝방 세입자’로부터 마침내 연락을 받았을 때, 기훈은 그가 한 밴드의 건반 연주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인과의 관계에 날이 설수록 기훈은 끝방 세입자인 태윤의 사정을 알게 되고, 그가 맡긴 임대료 대신 맡긴 기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한편 novel에서는 소설가 윤고은박서련의 장편 연재가 이어진다.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은 5회를 맞이했다. 로버트 재단에 도착한 이지는 여러 경험 끝에 로버트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로버트’와의 식사시간은 다가오고 이지는 후원자인 그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 모든 것이 불쾌한 사기극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과연 그 만찬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박서련의 『폐월閉月』 6회에서는 가기가 된 초선이 다시 ‘아버지’ 왕공을 만나는 내용이 펼쳐진다. 과연 이 만남은 초선의 운명을 어떤 변곡점으로 밀어넣을 것인가. 그 갈림길에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서주시기를 바란다.

목차

◆ 44호 차례

intro
김혜순 고통의 메뉴・002

review
김성중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024
임선우 유디트 헤르만 『단지 유령일 뿐』・030
서이제 조르주 페렉 『잠자는 남자』・034
김연덕 리어노라 캐링턴 『귀나팔』・039

cover story
정용준+이서수 비울수록 채워지는 마음・046

biography
성해나 더 내밀한 이야기 ― 『빛을 걷으면 빛』 가이드・074
이원석 함께 믿고 분노할 사람・082
최미래 심증에서 심증으로・088

key-word
강화길 꿈속의 여인・094
김멜라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116

diary
최진영 무제 폴더 II・134

hyper-essay
장혜령 더러운 흼, 불가능한 흼 ― 김혜순・148

insite
김승구 Riverside / Bam Islet・160

monotype
윤대녕 거울에 비친 그대는 대체 누구이뇨?・170
박은지 슬플 땐 바벨을 기쁠 땐 덤벨을・176

table 벵하민 라바투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문지혁+박영신+노승영 우리 삶 또한 영원히 써내려가는 허구・190

ing
이다희 수고로운 일・232

colors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라쇼몬』
손정수 잘못 쓴 원고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쓴 이야기・240
김종옥 자본주의의 연재・248

short story
오성은 아주 잠시 동안・254

novel
윤고은 불타는 작품(5회)・268
박서련 폐월 閉月(6회)・294

outro
손보미・306

작가 소개

정용준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내가 말하고 있잖아》 《프롬 토니오》 《바벨》이, 중편소설로 《유령》 《세계의 호수》가, 소설집으로 《선릉 산책》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가나》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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