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장 현대적이며 급진적인 브론테, 앤 브론테 국내 미출간작 초역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원제 The Tenant of Wildfell Hall

지음 앤 브론테 | 옮김 손영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6월 27일 | ISBN 9791167375636

사양 변형판 135x200 · 676쪽 | 가격 22,0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장 현대적이며 급진적인 브론테

앤 브론테 국내 미출간작 초역

현대적 맥락에서 앤 브론테의 책을 읽는 것은 해방과도 같다.

이제 앤의 시대가 왔다.”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소설

“가장 혁명적이고 대담한 행보를 보인 브론테”로 현대에 재평가된 앤 브론테의 장편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제인 에어》보다도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강렬한 줄거리’와 ‘대단한 필력’을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러한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대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최초의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고 브론테 자매의 소설 중 유일하게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소설’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 작품은 오늘날에 와서 완전히 재발견되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브론테’였던 앤 브론테를 국내에 새로이 소개하며, 마땅히 누려야 했을 명성을 빼앗긴 그의 비운의 마지막 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에드먼드 뒬락의 삽화 일곱 점과 함께 초역으로 선보인다.
앤 브론테가 그간 두 언니, 샬럿과 에밀리 브론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결코 그가 집필한 소설의 완성도나 문학적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무어는 앤 브론테의 첫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를 일컬어 “영어로 쓰인 가장 완벽한 산문”이라고 상찬했는데, 이와 같은 평을 받은 작가가 오랫동안 크게 회자되지 못했던 이유는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당시 영국의 법과 관습을 어긴 충격적인 문제작이었기 때문이다. 결혼과 사랑, 폭력, 중독, 종교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나가는 여성 예술가를 그려낸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세 자매 중 가장 오래 생존하였기에 두 동생의 작품에 대한 권한을 가졌던 맏언니 샬럿 브론테가 앤의 죽음 이후 동생의 평판을 생각해 이 소설의 재발행을 막았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여러 해 동안 유통되지 못했으며 출간 직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저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완전히 실수”였으며 “보전할 가치가 없”다는 샬럿의 가혹한 평가나 “언어나 내용 면에서 거칠고 상스럽다”는 당대의 혹평이 드리운 그림자가 옅어진 20세기 이후부터 이 작품은 과감하고 파격적이며 예술가로서 앤의 성장을 잘 보여준 걸작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편지글과 일기장의 내밀한 목소리로 듣는
두 남녀의 사적인 고백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식구들도 모두 외출 중이라 나 혼자 서재에서 오래된 편지와 기록을 들춰 보며 옛 추억을 돌아보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자네에게 과거 얘기를 들려주기 딱 좋은 상황이라네. (…) 긴 이야기니까 첫 장부터 바로 시작하겠네.” _14-15쪽

소설은 1827년, 길버트 마컴의 편지글로 시작한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아주 오랫동안 비어 있던 황량한 와일드펠 저택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과부 그레이엄 부인이 어린 아들 아서와 함께 이사 온 20년 전의 어느 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인은 교회에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웃들의 초대에도 대체로 응하지 않으며 음산하고 쓸쓸한 대저택의 화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은둔자의 삶을 살아간다. 첫 만남 때 보인 쌀쌀맞은 태도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길버트는, 그러나 점점 부인을 알아가게 되면서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구석이 너무 많은 부인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길버트와 거리를 유지하며 거듭 그의 구애를 거절하고, 오해가 쌓인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길버트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쥐여주는데……

19세기 영국의 정상성을 이탈한
현대적인 고전 로맨스

빅토리아시대 영문학, 특히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 사랑과 결혼은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당대 여성의 삶에서 결혼은 삶을 이루는 한 요소였을 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여성이 할 수 있는 노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데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고려했을 때 여성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결혼이 필수적이었고, 결혼 상대를 볼 때 “돈이나 지위, 자리, 또는 물질적인” 것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결혼에 있어 “낭만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장려하고 “사랑 없는 결혼”은 하지 말라고 강하게 조언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정면에 내세우는 작품은 당대 독자들에게 낯설었을 수밖에 없다. 그에 더해 “살림할 때는 두 가지만 명심하렴. 어떻게 하는 게 적절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게 집안 남자들에게 제일 만족스러운지”라는 길버트 어머니의 말처럼,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결혼의 형태 또한 확고했던 시대에 “제가 결혼하면, 아내 덕에 제가 즐겁고 편안하게 살기보다 제가 아내를 그렇게 살게 해주어야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받기보다는 주고 싶거든요”라고 대답하는 남자 주인공의 등장 또한 이 작품의 사랑 이야기가 19세기 당시의 영국 독자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랑과 결혼에 있어 명확히 존재했던 지위와 성별의 위계를 느슨하게 풀어 진솔한 감정을 가진 개인과 개인이 맺는 관계를 묘사한 이 소설의 로맨스는 ‘가장 현대적인 고전’이라 할 만하다.

여성의 사랑만이 아닌 삶을 담은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

중심이 되는 서사가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로맨스에 국한되지 않고 성장소설과 사회소설의 면모마저 지닌다.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목표를 향해 직선적으로 달려가는 대신 여러 시점을 오가며 인물들의 성장을 보여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 헬렌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헬렌에게 결혼은 명확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그림은 여성에게 허락된 고상한 취미 생활이 아닌 생계 수단이 된다. 여성 인물이 사랑과 결혼뿐 아니라 일, 교육, 양육, 도덕성, 중독, 종교 등에 대한 주체적인 생각을 확립해나가며 결혼 이후에도 남성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고, 당시 평자들이 극히 위험한 작품이라고 느”꼈을 법하다. 또한 단순히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대화와 합의를 통해 결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더 집중하는 것은, 흔히 결혼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막을 내리던 대다수의 당대 연애소설들과 결을 달리하며 그와 같은 범주로 분류되기를 거부한다. 작품의 골조를 이루는 연애사 속에는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 헬렌이 마주해야 했던 부당한 관습과, 그로 인한 현실적인 고난을 겪으며 헬렌이 성숙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헬렌은 법적, 제도적으로 수십 년을 앞서서 자신의 몸과 아이, 재산, 자유를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고, 자력으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일구어낸 여주인공인 것이다. (…) 이처럼 앤은 이 소설에서 사실주의를 뼈대로 현대적인 기법과 선구적인 비전을 펼쳐보임으로써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새 장르를 정립했다. _해설 중에서

제2판 작가 서문에 “나는 진실을 밝히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라고 밝힌 점을 미루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자신이 살고 있던 사회에 대한 앤의 의식적인 비판이자 고발이자 제안이었고,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때에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과감한 시도였다. 작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소설의 언어와 묘사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지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에 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해방이자 하나의 특권이다.

■ 추천의 말

현대적 맥락에서 앤 브론테의 책을 읽는 것은 해방과도 같다. 우리는 앤을 평가했던 비평가들처럼 ‘상스러움’에 눈이 멀지도 않았고, 그녀의 성별에 대한 추측에 주의를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제 앤의 시대가 왔다. _루시 맹건(작가, 언론인)

앤 브론테가 문제를 다루는 자유롭고 대담한 방식 앞에서 샬럿과 에밀리의 가장 과감한 시도들은 소심하고 절제된 것처럼 보인다. 앤의 행보는 혁명적이다. _메이 싱클레어(작가)

앤 브론테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제인 오스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쩌면 그보다 더 위대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_조지 무어(작가)

목차

제2판 작가 서문 · 5

서언 · 13
1장 발견 · 16
2장 대화 · 30
3장 논란 · 38
4장 파티 · 49
5장 화실 · 61
6장 깊어지는 우정 · 67
7장 소풍 · 78
8장 선물 · 93
9장 풀밭의 뱀 · 100
10장 우정의 약속, 연적 · 116
11장 신부의 재방문 · 123
12장 대화와 발견 · 131
13장 일상으로의 복귀 · 145
14장 공격 · 151
15장 조우와 그 결과 · 160
16장 경험자의 경고 · 171
17장 더 많은 경고 · 188
18장 작은 초상화 · 200
19장 사건 · 217
20장 끈질긴 구애 · 227
21장 다양한 의견 · 239
22장 우정의 징표 · 246
23장 신혼 · 268
24장 첫 번째 부부 싸움 · 276
25장 첫 번째 부재 · 288
26장 파티의 손님들 · 304
27장 큰 실수 · 309
28장 모성애 · 319
29장 하그레이브 씨 · 324
30장 가정불화 · 333
31장 사회적 관례 · 350
32장 비교, 신뢰 · 368
33장 이틀 저녁 · 387
34장 감추기 · 406
35장 도발 · 413
36장 함께 있어서 외로운 부부 · 422
37장 유혹 · 429
38장 상처받은 남편 · 444
39장 탈출 계획 · 459
40장 좌절된 계획 · 479
41장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희망” · 486
42장 개심 · 496
43장 선을 넘다 · 504
44장 도피 · 513
45장 화해 · 523
46장 친구의 조언 · 544
47장 충격적인 소식 · 554
48장 이후의 소식 · 572
49장 “비가 내리고……” · 580
50장 의심과 실망 · 595
51장 예기치 않은 사건 · 608
52장 변화무쌍한 세상사 · 621
53장 결말 · 631

해설|《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최초의 본격적인 페미니즘 소설 · 649

작가 소개

앤 브론테 지음

1820년 1월 17일 영국 북부 요크셔주의 손턴에서 성공회 신부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론테의 딸로 출생했다. 위로 네 언니 마리아, 엘리자베스, 샬럿, 에밀리와 오빠 브랜웰이 있었다. 한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으며, 집안일을 돌봐주러 온 손위 이모 아래서 보살핌과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매들과 함께 놀이처럼 글을 쓰던 앤은 1831년 샬럿이 로헤드 학교로 떠나고 나자 에밀리와 함께 가상 세계 ‘곤달’을 창조하여 이에 대한 산문과 시를 집필한다. 1835년 로헤드 학교의 교사가 된 샬럿을 따라 학생으로 갔던 에밀리가 향수병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 앤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2년 후 심각한 병으로 앤 또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1839년 가정교사 일을 시작했으며 이때의 경험을 《아그네스 그레이》에 녹여낸다. 샬럿, 에밀리와 함께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이라는 필명으로 1846년에 시집을 발표한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인 1847년에 첫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를, 그다음 해 6월에 두 번째 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출간한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의 성공 이후 앤은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1849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앤 브론테는 샬럿과 에밀리 브론테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브론테 자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급진적인 글을 썼다는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특히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최초의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소설’에 오르며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담론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았다.

손영미 옮김

원광대학교 영문과 교수.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영문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도미,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학교 영문과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간시(時間詩)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켄트주립대학교에서 영문과 강사로 근무하다가 원광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저서로 《The Challenge of Temporality: The Time Poems of Emily Dickinson》 《English in Action》 《서술 이론과 문학 비평》(공저)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여자만의 나라》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현대 서술 이론의 흐름》(공역) 《암초》 《순수의 시대》 《여권의 옹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훌륭한 군인》 등이 있다. 영문학 안에서는 서술 이론, 페미니즘, 유토피아 문학, 사상사 등이 관심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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