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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화해시키는 한말숙 문학의 깊고 놀라운 장면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무엇일까, 내세는 있는 것일까,
경계와 화해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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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와 일상적 사실주의
“소설 『아름다운 영가』는 제대로 된 강장제이다. 신비주의와 일상적 사실주의를 연결한 이 작품은 최근에는 우리에게 주로 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고 있는 동아시아 문학의 지형도를 넓혀주고 있다.” 1981년 한국문학사에서 출간된 한말숙 장편소설 『아름다운 영가』가 2011년 스웨덴 트라난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자 현지 일간지인 UNT에 실린 장문의 서평 기사 중 일부분이다.
또다른 현지 신문인 Helgsingborgs Dagblad 지는 “한말숙 작가는 여성 인물들에게 가부장적 제도 속 여성들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논하게 한다. ‘만인의 평등과 계급 사회의 철폐를 말하고, 인권과 자유를 외쳐대면서, 여자는 순종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소설의 언어는 흥미롭다. 거의 문장마다, 심지어 대화에도 은유, 속담과 격언이 등장한다. 이로 인해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언어가 다채롭고 변이가 생긴다.”고 격찬했다.
등단 69년째인 저자의 단편 60편, 장편 3편, 다수의 에세이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 중의 하나”인 장편 『아름다운 영가』가 한말숙 문학선집 제2권으로 출간되었다.
“쓰고 싶었던 직접적 동기는 두 개의 소박한 의문 때문이었다. 꿈에서 사자(死者)와 대화를 하고, 어떤 사람은 앞날에 일어날 일을 꿈속에서 상징적으로 혹은 역력히 보기도 하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얼까. 영혼이 있어서 꿈속에 나타나는지?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육체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 끝일까? 왜 더러 고약한 사람이 현세에서 잘 지내고, 예수 같은 사람이 십자가를 지는가? -중략-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나고 만나다가 마지막 만남이 죽음이다. 이런 만남이 전세의 인연 때문이라고도 하고, 하느님의 뜻이라고도 한다. 전세가 있는가. 후세도 있는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오랜 의문을 한번 추구해보았다.” _저자의 말 ‘『아름다운 영가』를 왜 썼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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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과 징후로 예언과 기대를 견인하다
『아름다운 영가』는 경계와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물리적인 경계와 좀 더 모호한 경계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기독교와 샤머니즘,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고 갈등하고 버무려진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주인공 유진은 개인적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실존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지막하고 단출한 이야기가 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조짐과 징후로 예언과 기대를 견인하고 때로는 운명론적 시각이 분위기를 바꾼다.
마흔 살의 전직 교사인 주인공 유진을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옛 애인과 그의 부인, 잠시 애정을 느꼈던 한 남자와 그의 아내, 약수터에서 만난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인 소년 석규와 그 아이의 할아버지, 그리고 이미 돌아가신 유진의 할아버지의 첩이었던 정임과 그녀와 오랜 세월 미묘한 우정을 가꾸어온 오 도사의 삶을 에두르며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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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효한 상상력과 질문
유진은 주위에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친척과 지인 등의 죽음을 겪게 된다. 대부분 갑작스럽게 죽게 되면서, 그녀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고 돌이켜본다. ‘이 모든 것의 의미가 뭘까?’라는 질문이 소설의 큰 축이 된다. 왜 어떤 사람들은 가난, 질병, 물질적, 정신적 패배와 같은 어려움과 슬픔을 계속 겪고, 또 어떤 사람은 큰 상처받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가? 유진은 자연스럽게 실존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운명, 우연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이 고민은 바로 독자의 궁금증이 된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여성과 전통적 결혼 생활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호한 문제 제기를 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시련을 겪어왔지? 그건 우리가 남자들한테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시대와 사회에 태어났기 때문이야.’ 40여 년 전 소설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상상력과 질문을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죽음과 삶, 사랑과 미움, 기독교와 샤머니즘이라는 전혀 상반된 세계들을 아름답게 화해시키는 소설.”
_박완서(작가)“상상할 수 없는 것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을 묘사할 때조차 저자는 지극히 단순하고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즉 가장 신비로운 것을 가장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_헤레나 자위르쓰까(문학평론가․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장)“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무엇일까? 내세는 있는 것일까? 영혼이란 것이 있을까? 우연은 필연일까? 운명이란 있는 것일까? 인간의 보편적 의문들을 끈질기게 추구한 소설”
_유인순(문학평론가․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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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아름다운 영가』를 왜 썼나
한말숙 작품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