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김미수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11월 27일 | ISBN 9791167376046

사양 변형판 135x205 · 499쪽 | 가격 19,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남양군도 곳곳에 새겨진 녹슨 상처
전쟁의 상흔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과거로의 마중

“우리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토리와 시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감동적인 작품!”
_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방현석(소설가)·권성우(문학평론가)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김미수 장편소설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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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김미수 장편소설 《마중》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제정된 상이다. 수상작인 《마중》은 일제강점기 말 전쟁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놓지 않았던 청년들의 핍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남양군도를 무대로 그 안에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제까지 우리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토리와 새로운 시선이 돋보이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평하며 만장일치로 《마중》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소설가 현기영은 추천의 말을 통해 “소설로 형상화되지 않은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아득한 추상으로만 존재하던 그 사건은 《마중》을 만남으로써 그 실체를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주인공 ‘지유’는 소설가로, 강제징용 피해 할아버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 《전쟁터로 간 사랑》으로 재구성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수기를 통해 그들이 전쟁 중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구심점이 되고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병, 강제징용과 같은 아픈 역사를 ‘지금-여기’로 가져와 “실체”로 “형상화”한다. 《마중》이 가지는 문학적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를 과거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재로 소환하는 것. 끊임없이 추궁하는 것.

작가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운동가, 낯선 타지에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던 강제징병 및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를 문학장 안에서 되살리는 방식으로 독자를 향해 질문한다. 폐허가 된 땅 위에 남은 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아 더 깊은 상흔이 얼마나 끔찍한지. 지구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무고한 시민을 얼마나 많이 학살하는지.

“우리 일을 없었던 일로 되면 안 되지. 엄연히 있었던 일이니까. 그러니까 지유처럼 젊은이가 나서서 되살려줘. 젊은이들이 그 당시 우리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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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억이 안 나. 어디서 왔는지는.”
“나도 너처럼 기억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지유는 미국에 사는 헨리 준장의 손자 피터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지유의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박종태 씨의 물품을 자신이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전쟁 이후 실종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할아버지의 물품이라니, 지유는 어쩌면 할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할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지유는 장례를 치르고서야 피터에게 답장을 보낸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었다고, 원본은 직접 가서 받을 테니 사본으로라도 우선 수기를 받을 수 있을지 정중하게 묻는다.

“생각나? 할머닌 누구라도 상을 당하면, 장례식을 치르는 걸 부러워했잖아. 제 손으로 고인을 모시고 염을 하고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절차를 밟는 것도 복이라고. 그랬으니 승선자 명단에 할아버지가 있다면, 그 소원을 풀 수 있을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그 배에 탔다면, 행적을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할머니가 더 오래 살면 할아버지 유골이라도…….”_본문에서

지유는 위안부 피해자인 해림 할머니에게 가 순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한다. 해림 할머니는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종태 할아버지의 수기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희망을 갖는다. 그러고는 오랜 시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었던 지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설로 기록해달라고 부탁한다. 지유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설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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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말기.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 할머니 집에 숨어 있던 해림은 위험을 무릅쓰고 본가에 온다.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종태와 혼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림은 종태가 자신이 아닌 친구 이옥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럼에도 종태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해림은 계속해서 종태의 주변을 맴돌고, 결국 헌병에게 잡혀 정신대로 끌려가고 만다. 해림의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던 종태는 해림의 소식을 듣고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놓인 순이와 급히 혼례를 치른다. 한편 출두명령을 무시하고 있던 종태에게 지속적으로 압박이 들어오자, 종태는 야학 선배인 수호에게 찾아가 상황을 설명한다. 수호는 종태에게 자신이 속한 독립운동조직에 합류할 것을 제안하고, 종태는 수락한다. 보안을 위해 부모님께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채 고향을 떠나겠다고만 이야기한다. 종태는 마을을 떠나기 직전 헌병대에 잡혀 부산으로 끌려가지만, 무사히 탈출해 조선인들의 독립을 돕고 있는 일본인 쇼타와 접선한다.

이옥의 소식을 묻는 그의 말에 아카시아 향기와 흰 구름에 둥둥 떠다니던 자신의 마음이 무색해진다. 줄곧 정면을 보고 걷던 그의 마음에는 이옥 생각뿐인 모양이다. 평소에도 이옥이 던지는 사소한 말 한마디, 웃음에 종태는 소리 내 웃었으니까. 저절로 웃음이 난다고, 좋은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처럼 무조건 좋다고 말했으니까. 해림은 그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종태를 보는 해림의 마음이 그러니까. _본문에서

헌병대에 붙잡혔던 해림 역시 트럭에 실려 부산의 한 대형 여관으로 옮겨진다. 해림은 그곳에서 이옥을 만나지만 서로 다른 트럭에 실려 떠나게 된다. 긴 뱃멀미 끝에 정신을 차린 해림은 자신이 일본의 한 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해림이 옮겨진 곳은 위안소였다. 한편 종태 또한 일본 순사들의 시선을 피해 한 여인숙에 몸을 숨기고 있다. 절대로 여인숙 밖을 나가지 말라는 심 선생과 쇼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종태는 해림과 이옥을 찾기 위해 외출을 감행하는데…….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잡겠다고 작정하면 놓친 적이 없는 내게서?”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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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무가치해진
폭력과 혐오의 시대에 울리는 경종

해림과 종태, 이옥이 보여주는 사랑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빼앗긴 시대에 기댈 곳이 오직 서로뿐이었던 청년들의 우정과 연민, 동정과 희망이 사랑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운명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되찾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이는 해림이 위안소의 시커먼 어둠 속에서도 끝끝내 빛을 찾고, 고향의 하얀 아카시아 꽃을 거듭 떠올리는 장면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 《마중》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무가치해진 폭력과 혐오의 시대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목차

1부 끝날 수 없는 것이 남아 있다 7
2부 전쟁터로 간 사랑 69
3부 빛이 있다면 405
에필로그 460
심사평 485
작가의 말 487

작가 소개

김미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미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직지》로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내일의 노래>로 북한 인권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결핍감으로 요동치는 청춘을 그린 《모래 인간》 《재이》, 분노와 폭력 문제를 다룬 《아빠 살고 싶다》, 남한 작가의 북한 체류기를 그린 《바람이 불어오는 날》, 남북 문제를 다룬 《믿을 수 없는 사람》을 출간했다. 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2025년 《마중》으로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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