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최신작 장편소설

죔레는 거기에

원제 Zsömle Odavan

지음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옮김 김보국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6년 2월 25일 | ISBN 9791167375902

사양 변형판 130x190 · 392쪽 | 가격 18,0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0 |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2025 노벨문학상

책소개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최신작 장편 국내 최초 헝가리어 원전 번역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해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_2025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
“《죔레는 거기에》는 그 절망적인 색채에도 불구하고
크러스너호르커이의 가장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_보니바르트 아그네시(문학비평가)

2025년 10월 9일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해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위원회 의장은 “그의 작품은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26년 2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최신작 장편소설 《죔레는 거기에(Zsömle Odavan, 2024)》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0번으로 출간됐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이 헝가리어 원전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죔레는 거기에》 자체가 외국어로 번역된 것 역시 한국어판이 최초이다. 헝가리 소설 《여행자와 달빛》 《장미 박람회》 《도어》 등을 한국어로, 한국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채식주의자》를 헝가리어로 옮기며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보국 역자의 섬세한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소설 세계의 최종점

거장의 노련함과 고유한 종말론적 세계관이 빛나는 이 소설은 전체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쉼표들로 연결된 한 개의 문장(1장은 두 문장)이 한 개의 장이다. 작가 특유의 호흡이 길고 유려한 문체에 유연한 리듬감이 더해져 음악적인 흐름을 타는 듯한 인상을 주며,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과 플롯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사탄탱고》 이후 점점 더 난해해지는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의 정점”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고, “전통적인 의미의 소설로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언급된 적도 있는” 만큼 크러스너호르커이 소설 세계가 도달한 최종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

장작 난로 속의 불꽃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그 속의 불꽃을 바라보며, 아니야, 어떤 경우에도 이건 아니야,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아니야, 지금까지 뜨거웠던 것이 이제는 차갑고, 지금까지 달아올랐던 것은 꺼져버렸다, 삶은 나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나는 거기에 관심도 없다, 어떤 변화도 없을 거야, 마지막 순간의 심장처럼 삶은 그렇게 멈출 것인데, 글쎄, 그는 여기서 아직 뭔 놈의 것을 찾고 있는지, 종말이여, 오라, 뭐가 대수인가, 볼 것은 충분히 보았고, 족할 정도로 투쟁했으며, 몸속에서 피와 림프와 근육과 신경은 그만하면 되었다 할 정도로 자기 일을 했으니 천상의 주 하느님께서 이곳에 오시기를, _11~12면

“그 자신의 심장은 죔레가 지니고 있다“
왕정복고의 꿈을 꾸던 92세 노인, 반란의 수괴가 되다

소설은 어느 이름 없는 마을 산꼭대기의 작은 집에 죔레라는 개와 단둘이 살고 있는 91~92세의 카다 요제프(일명 요지 아저씨)에게 유랑 음악가 청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전직 고교 교사 퍼쿠서 페테르, 역사학자 버디지 소시 레네 등을 포함한 일단의 추종자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그를 찾아다니며 도서관과 문서보관소, 중고서적상들을 뒤졌고, 가계도와 문장을 샅샅이 훑고 추적하며 사냥하듯 탐색해, 결국 찾아낸 것이다,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_12면

은퇴한 전기 기술자인 요제프는 사실 헝가리 아르파드 왕가의 벨러 4세와 칭기즈 칸의 후손으로, 아르파드의 요제프 1세라는 이름으로 헝가리 왕좌에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열성적인 추종자들 가운데에는, 여러 국가 기관이나 정치인, 종교인에게 청원서를 보내는 요지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평화적으로 군주제를 재건하려는 자들뿐만 아니라, 무기를 모으고 세력을 규합해 무장 봉기를 준비하는 자들까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이에 연루된 요지 아저씨는 수사기관에 잡혀 들어가고, 소중히 보살펴온 개 죔레와도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

죔레가 그에게는 마치 자신의 심장 같다고 했다,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어느 날 분노가 폭발했는데,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고 두드리더니,

그 자신의 심장은 죔레가 지니고 있다

고 했고, 데려와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_292면

“이 아름다운 인생의 끝은 결국 엿 같은 거요”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적 결핍과 부조리를 향한 희비극적 애도

작가는 산문집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마라》에서 “내 책들은 ‘반사회적’이다. 근본적인 틈새로 혼란스럽게, 깊이 우리 것인 그 체제를 들여다보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설 역시 시의적절하고 체제비판적인 생각들을 많이 담고 있다. 네오나치 이데올로기(《헤르쉬트 07769》에서도 사건의 주요 모티프였다)가 헝가리식으로 가장하고 등장하는데, 헝가리 근위대, 고대 헝가리교, 세계민족 인민주권당 등등 극우 집단들이 언급되며, 이들의 폭력적인 권력 장악 시도를 요지 아저씨가 단호히 저항해 막아낸다.

그러자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슬러 단호하게 말했는데, 아니라고,

아니야

, 그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_116면

다만 딸과 가족의 완전한 무관심, 뇌졸중, 감옥, 재판, 미뤄진 대관식, 비참한 병원 환경까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서 요지 아저씨 또한 폭력에 의지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긴 한다. 물론요지 아저씨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꺾이지는 않았으나, 영원히 발길을 끊은 방문객들과 되찾았지만 곧 빼앗길 것 같은 죔레로 인해 결국 깊은 우울감이 찾아온다. 삶의 끝에 대한 그의 생각은 평소 이러했으니, 앞으로의 전개에는 절망감이 드리워질 뿐이다.

이 아름다운 인생의 끝은 결국 엿 같은 거요, 막혀버리는 것, 말하자면 꼼짝없이 조여드는 것이오, 결국 우리는 그 끝에서 막다른 데로 몰리게 되니 빠져나갈 길은 없소, _134면

“인간의 몰락과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이 불러온 엄청난 위험,
그리고 결국 꺼져버린 형이상학적 희망”

한 가지 주지할 사실은 카다 요제프가 완전한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카 요제프(1919~2016)라는 헝가리의 은퇴한 전기 기사가 말년에 자신이 헝가리 왕위의 정당한 계승자라고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의 인터뷰에서 소설 내용과 일치하는 많은 일화를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헌사 “D. J.를 기리며”는 이에 대한 참조로 보인다. 다만 작가는 “이 책은 상상의 산물이며 그것 자체로도 현실의 일부로서 이번에도 현실로부터 양분을 얻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양분을 얻은 그 현실과 이 작품은 여기에서 읽히는 예술적 형식 안에서 이제부터는 더 이상 아무런 관련도 없다. 유감스럽게도”라고 밝혀두었다.
소설에는 희망도 해피엔딩도 없다. 단지 지적인 아이러니로 제시된 체제와 사회에 대한 비판이 남았을 뿐. 그 기본 설정은 너무나도 부조리하기에 오히려 허구가 아닌 사실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2001년에 “나는 진심으로 인간의 고양과 위대함, 그리고 거대한 형이상학적 희망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의 몰락과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이 불러온 엄청난 위험, 그리고 결국 꺼져버린 형이상학적 희망에 관해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훌륭히 구현한 소설이 바로 《죔레는 거기에》다.

목차

1장 · 11
2장 · 46
3장 · 81
4장 · 110
5장 · 144
6장 · 176
7장 · 199
8장 · 235
9장 · 270
10장 · 307
11장 · 356

옮긴이의 말 · 385

작가 소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났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공부했고, 1987년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몽골, 일본,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고골, 멜빌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수전 손태그는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일컫기도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서왕모의 강림》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이 있으며 전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티보르 데리 문학상, 산도르 마라이 문학상, 코슈트 문학상, 슈파이허 문학상,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등 국내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계는 계속된다》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보국 옮김

한국외대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 데브레첸 대학에서 수학했고, 헝가리 외트뵈시롤란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헝가리국립아카이브(MNL) 동아시아 연구소 소장 및 중·동유럽 한국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세렐렘》 《장미 박람회》 《도어》 《여행자와 달빛》 등을 한국어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으며, 2024년 헝가리 국가 최고 훈장 중 하나인 기사십자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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