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성난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타이완 현대문학 최고의 여성 작가 리앙(李昻) 대표작

미로의 정원

원제 迷園

지음 리앙 | 옮김 김양수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2년 8월 16일 | ISBN 9788956606354

사양 변형판 140x200 · 356쪽 | 가격 13,0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프랑스 문화부 수여 ‘예술문학기사훈장’ 수상작가이자
타이완을 대표하는 작가 리앙이 그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본질과 타이완 현대사의 숨은그림찾기

타이완의 정치, 문화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를 발칙하게 담아낸 소설로 끊임없는 논쟁 가운데 있었던, 타이완 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인 리앙의 장편소설 《미로의 정원(迷園)》이 출간되었다(은행나무 刊). 이 소설은 4년의 창작 기간을 거쳐 타이완의 주요 일간지<중국시보(中國時報)>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주잉홍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아버지 주주옌 그리고 젊은 부동산 재벌 린시겅과의 관계가 1950년대 국민당 독재 시절과 1970년대 고도성장기 타이완의 모습을 배경으로, 플래시백의 기법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파격적인 성적 묘사와 젠더 의식을 지닌 정치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의 대표작이자 시작점이라 할 만한 이 소설은 주된 소재인 중국식 정원 ‘함원(菡園)’을 놀랄 만한 아름다운 필치로 묘사하며 정치적, 경제적 격동기를 보낸 타이완인의 역사를 함께 엮는다. 여기에 섹슈얼리티 문제를 결합하여, 여성을 성적인 대상로만 보는 남성의 시선을 거부하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구도 자체를 탈주하려는 시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작가가 직접 서문에서 밝히듯이 그의 소설은 수수께끼 같은 정치적 함의가 풍부하여 많은 평론가와 학생들의 연구 텍스트로 선택되었고, 거리낌 없는 성적 묘사와 비전형적인 캐릭터로 인해 문단과 대중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등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민당 독재 정치, 폭발하듯 성장하는 경제…
소설로 만나는 굴곡의 타이완 현대사

타이완의 지방도시 루청의 명망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주잉홍은 크고 화려한 정원인 함원에서 자란다. 주잉홍의 아버지 주주옌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으나 타이완에 국민당 정부가 들어서고 사상범으로 잡혀 들어갔다가 풀려난 이후 함원에만 머물며 스스로를 은폐시킨다. 아버지는 국민당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일본어를 사용하고 딸 주잉홍의 이름도 ‘아야코’라고 부르는 등, 얼핏 보면 괴짜 같지만 딸에게 함원과 조상, 타이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잉홍이 타이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성인이 된 주잉홍은 미국 유학 이후 타이베이에 돌아와 기업가인 외삼촌의 비서로 일하던 도중, 비즈니스 모임에서 부동산 재벌인 린시겅을 만난다. 타이완의 경제 부흥과 더불어 부동산 사업으로 막대한 성공을 거둔 린시겅에게 강렬하게 끌린 주잉홍은 곧 린시겅과 연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지만 도무지 곁을 주지 않는 이 남자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게 된다. 주잉홍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린시겅 외의 다른 남자와 육체적인 만남을 가지기도 하며 두 번째 이별에서는 평범한 여인은 하지 못할 결단을 내린다. 린시겅은 폭주에 가까운 경제 성장기 타이완의 격동을 보여주는 인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술과 성(性)이 뒤섞인 비즈니스 접대문화를 보여주고, 타이완의 1970년대 고도 경제 성장 시기를 그려낸다.

 

길 혹은 자신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는, 기이한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

“늦은 봄의 치자꽃, 여름의 옥란과 수란, 가을의 계수나무 꽃과 겨울의 함소화”로 “1년 4계절 꽃향기가 가득”한 함원은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하는 소재이자 배경이다. 주잉홍의 아버지는 함원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타이완의 기후에는 맞지 않는 중국의 정원수를 뽑아버리고 타이완 나무를 심는 등 ‘주체적인 타이완’을 주잉홍에게 강조하는데, “바로 이 함원은 타이완적 주체의 형성과 그 계승을 표현해내는 알레고리 풍부한 공간”(역자후기, 본문 352쪽)인 것이다.

또한 함원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아버지가 정상적인 삶과 하나하나씩 바꾼 물건들, 가령 232대의 카메라, 2대의 벤츠 자동차, 여러 대의 스피커나 앰프 따위가 쌓여 있는 곳이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잉홍도 린시겅에게 버림받은 이후 다시 함원으로 돌아와 칩거하며 지내는데, 중국식의 화려한 건축과 정원 꾸밈새에 화려한 아열대 식물이 자라나는 함원은 세상 혹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상처를 곰삭이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너무 넓고 구조가 기이하여 이곳을 몇 번 찾은 이라도 길을 잃기가 쉽다는 데서 ‘迷園’이라는 이 소설의 제목은 다양한 의미를 연상시킨다.

 

“《미로의 정원》에서 아버지와 딸의 타락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결과적으로는 패망에 이르지만, 그 타락의 과정은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요.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제 모든 작품의 주제입니다. 이질적인 어둠 또는 잔혹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이 그것이지요. 이 아름다움은 한마디로 창작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척 음산하며 퇴폐적이고 기괴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면서도 비할 데 없이 중첩적이며 난해하고 모호하지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또 극도로 이질적인 낭만을 담고 있습니다.”

-제2회 AALA문학포럼 ‘리앙이 리앙을 인터뷰하다’ 중에서

 

사랑의 본질과 폐색적인 낭만을 탐구하는 심미적인 소설

이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는 장으로 나뉘며 각 장은 두 개의 절로 나뉜다. 두 개의 서사가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절은 주잉홍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주로 아버지에 대한), 두 번째 절은 주잉홍이 성인이 되어 린시겅을 만나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A-B라는 구조가 반복되는 형식인데, 그 두 개의 절은 대표적으로 플래시백 등을 통해서 경계가 허물어지곤 한다. 그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은 대부분 주잉홍과 린시겅의 대화가 주잉홍의 어린 시절 서사에 끼어드는 방식인데,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치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소설은 타이완의 정치와 경제의 역사를 지운다 하더라도, 작가의 말처럼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숨어 있다. 그것은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주된 서사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서사는 주잉홍이 겪는 두 가지 사랑, 즉 아버지에 대한 아릿한 사랑과 린시겅에 대한 격정적인 사랑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한 걸음 깊이 파고든다.

작가 소개

리앙 지음

리앙 李昻
1952년 타이완 루강(鹿港) 출생. 타이베이의 중국문화(中國文化)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연극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모교 중국문화대학교에서 연극학부 교수를 지냈다. 중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열일곱 살 때 <꽃피는 계절>이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로 왕성한 창작활동과 함께 신문·잡지의 칼럼니스트, 영상매체 평론가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중편소설 《남편을 죽이다》(1983)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2004년에는 프랑스 문화부가 수여하는 ‘예술문학기사훈장’을 수상했다. 1920년대 상하이에서 타이완 공산당을 창설한 여성 혁명가 셰쉐홍(謝雪紅)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 《자전 소설》(2000)을 썼고, 그 후로는 ‘여성의 매력’에 천착하여 《눈에 보이는 귀신》(2004)과 《화간미정(花間迷情)》(2005)을, 음식을 소재로 한 《원앙춘선(鴛鴦春膳)》(2007)과 ‘양안 관계’를 배경으로 한 《칠대에 걸친 인연의 타이완 / 중국 연인》(2009) 그리고 타이완 원주민 이야기를 그린 《부신(附身)》(2011) 등을 발표했다.

김양수 옮김

1962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난징(南京)대학교와 일본 도쿄(東京)대학교에서 방문연구를 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중국현대문학 연구이다. 중국과 타이완의 현대문학·영화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썼으며, 타이완 소설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번역서로는 《100년간의 중국문학》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베이징을 걷다》 《흰 코 너구리》 《빅토리아 클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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