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많은 세월 동안 살아왔다고 늙어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꿈을 버릴 때에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얼굴을 주름지게 하지만 정열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 워터슨 로웨
1.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요즘 들어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그렇지만 그 안에 깊은 철학이 담겨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점에서는 "어른을 위한 동화" 코너를 아예 따로 마련해 줄 정도다. 어른을 위한 동화가 여러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발간되면서, 안도현을 비롯해 전경린, 정호승, 한승원, 황석영까지,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글을 발표했고, 얼마 전에는 부녀 소설가 한승원과 한강이 나란히 "어른이 읽는 동화"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어른을 위한 동화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금만능주의·일등지상주의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나를 내세우는 데에만 급급해 있다. 하지만 생활이 강팍하고 삭막해질수록 가슴 한 켠에서는 사람 내음을 그리워하고, 따뜻한 온정에 목말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 우리의 감정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자연과 책이 아닐까 싶다.
짙푸른 녹음에 푹 빠지고 책 속에 담긴 사람 내음에 흠뻑 취할 수 있다면 어려운 현실도 그리 고난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은행나무아이들에서는 자연과 사람 내음이 듬뿍 담긴 『감자 반지』를 출간했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부모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겨운 현실을 이겨 낼 꿈과 희망을 선사해 줄 것이다. 『감자 반지』는 동화 작가 이미애가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문장과 오랫동안 동화를 써온 탄탄한 구성력, 거기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꿈을 잃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으로 빚어 낸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이다.
2. 꿈과 희망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 동화·동시 모음집!
지금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입니다. 커 가는 아이들과 청소년, 다 커 버린 어른들이 함께 읽는 시와 동화를 쓰는 것이라고.
- "작가의 말" 중에서
「조선일보」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눈높이문학상과 새벗문학상, 삼성문학상을 수상한, 문학성과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은 동화 작가 이미애가 어른을 위한 동화 『감자 반지』를 발표했다. 이미애는 그 동안 『행복한 강아지 뭉치』, 『꿈을 찾아 한 걸음씩』,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멋진 내 남자 친구』 등 아이들의 심리를 재치있고 경쾌하게 그려 내,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작가이다. 특히 『행복한 강아지 뭉치』, 『꿈을 찾아 한 걸음씩』은 발표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요 서점 어린이책 코너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등 스테디셀러로 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열두 편의 동시와 동화를 묶은 『감자 반지』는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읽어 줄 수 있는 동화, 누구나 두루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꿈을 향해 처음 띄워 보내는 조각배이다.
그래서인지 『감자 반지』에 수록된 글들은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두 나무의자가 꿈을 이뤄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꿈꾸는 나무의자」나 잃었던 동심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마음 세탁기」와 「내 마음 속 풍경」,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어릴 적의 추억을 잊지 않고 간직한 「인어 이야기」는 긴 세월 동안 순수하고 깨끗한 동심을 긁히지 않고 깨지지 않게 간직하고픈 작가의 바람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눅눅한 서울의 반지하 방"을 벗어나 서울 근교의 샘골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은 연두(「붕어빵 별」), IMF로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아버지를 믿고 이해해 주는 민우(「강가에서 쓰는 편지」), "청소부의 딸"이라는 친구들의 놀림보다도 고생하는 엄마를 먼저 걱정하는 진주(「진주의 눈물」)는 작가의 사랑 속에서 웃음을 찾은 아이들이다.
표제작인 「감자 반지」와 「공주와 전봇대 임금님」 「엄마가 떠 준 털장갑」은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고통은 아랑곳 않는 부모의 마음이 잘 드러난 가슴 뭉클한 작품들이다. 가슴을 도려 내는 아픔을 견디며 자식을 떠나 보내면서도 오히려 감사해하는 「감자 반지」의 곱사등이 부모님은 이 시대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바람의 집을 아세요」 「바람의 마지막 인사」 「사계절의 동화」는 작가의 상상력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다. 넘치는 열정을 어쩌지 못해 집을 떠났다 돌아온 바람의 이야기(「바람의 집을 아세요」)에서도 그런 면을 엿볼 수 있다.
“실은 힘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많았답니다, 나무님. 바다에 심한 풍랑을 일으킨 적도 있었고, 산에서 산사태를 일으키기도 했었지요. 그 때는 힘이 세다고 잘난 척했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도시에서 탁하고 더러운 공기 덩어리를 만났어요. 있는 힘껏 세게 입김을 불어 새 공기로 바꿔 놓았을 때는 살랑살랑 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본문 42페이지)
은행나무아이들의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 "행복한 동화 세상"의 첫 책『감자 반지』는 오래 전 잃어버렸던 꿈을 되살리고,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우며, 잊고 지낸 부모님의 크나큰 사랑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도록 우리 가슴에 작지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3.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
최근 "집으로"라는 영화가 많은 사람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며 화제가 되고 있다. 벽촌의 외할머니와 서울의 개구쟁이 손자는, "세대차"라는 벽에 완전히 가로막혀 있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것 같다. 벙어리 할머니와 게임기에 집착하는 상우라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넓은 사랑으로 손자를 보듬어 안으려는 할머니의 마음이 철부지 상우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집으로"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품게 된다. 그것은 서로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부모 자식,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교감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단순한 진실이다.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읽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아이가 어떤 책을 읽는지 검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감자 반지』는 아이들과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은 엄마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탄생한 책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자신들이 읽기에도 좋고, 읽은 뒤 아이에게도 읽혀 주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책을 써 달라는 부탁에, 작가 이미애는 "물을 퍼낸 박우물에 다시 고이는 샘물처럼 천천히 느리게" "오랜 시간을 두고 띄엄띄엄" 써 왔던 자신만의 글을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단단하고 매끈한 유리구슬처럼 여간해서 더러워지지 않는 아이의 마음과 또 그런 동심을 긴 세월 긁히지 않고 깨지지 않게 간직하며 살아가는 어른의 마음, 정말이지 그런 늙지 않는 마음과 만나기를 갈망했다"는 작가는 이야기 속에 자신이 만나고픈 사람들을 담아 냈다. 엄마가 된 혜주와 혜주를 쏙 빼닮은 다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는 늙은 바람의 이야기 「바람의 마지막 인사」와, 딸애가 "별"이라고 들고 온 불가사리를 보고 인어의 선물임을 단번에 알아채는 엄마의 옛 추억을 그린 「인어 이야기」가 그것이다. "오랜 고통 속에서 건져 올린 못난 애벌레가 드디어 아름다운 반딧불이로 반짝이는 그런 동화"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처럼 『감자 반지』는 어른이든 아이든, 읽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반딧불이처럼 아름답게 반짝일 것이다.
4. 아름다운 그림이 감동을 두 배로!
50여 컷의 아름다운 삽화도 『감자 반지』의 감동을 전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정인현·신정미·이파란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그림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그림을 보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처음으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 본다는 정인현은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개인전도 몇 번 연 적이 있는 화가 선생님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 책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는 정인현의 그림은 화가답게 회화적이면서 서정적이다. 유럽풍의 화사한 색감이 강점인 신정미는 경력이 얼마 안 된 신예 그림작가이다. 이파란은 뛰어난 구성력과 세련된 동양화 풍의 그림으로 이미 주목할 만한 신예 작가로 손꼽힌다.
<저자 소개>
작가 이미애
동시, 동화, 그림책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이미애는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여고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조선일보」,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눈높이문학상, 새벗문학상,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시집 『큰 나무 아래 작은 풀잎』, 그림책 『모두 모여 냠냠냠』, 『이렇게 자볼까 저렇게 자볼까』, 장편 동화 『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 『행복한 강아지 뭉치』, 『꿈을 찾아 한 걸음씩』, 『반딧불이 똥구멍에서 빛이 나』,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멋진 내 남자 친구』 등을 썼다. 아이들과 청소년, 어른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좋은 동화를 쓰고 싶다고 한다. 그 꿈을 향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책이 바로 『감자 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