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처럼 돼주세요~ 반짝반짝 괴물작가 제스민 워드

안녕하세요.

아침 교통카드의 숫자가 리셋된 걸 보면서 벌써 한 해가 다 갔다며, 오히려 쿨하게 출근한 editor e.입니다.

물에 잠긴 뉴저지 거리에 상어가 돌아댕기고 있는 사진 등 연일 허리케인 샌디 뉴스가 한창이지만, 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고 살아나,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화제를 모은 작가를 소개할까 합니다.

제스민 워드 Jesmyn Ward

이 작가입니다. (77년생의 미녀작가군요!)

미시시피의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태어나 자란, 책 읽기 좋아하는 총명한 소녀였던 거죠. 첫 장편소설로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상을 하나 받더니 두 번째 장편소설 <바람의 잔해를 줍다>로 전미도서상을 받았습니다.

전미도서상은,, 미국에서는 퓰리처급으로 인정받는 상이지요. 그 해 나온 300여권의 소설 중에서 딱 한 권만 주는 거거든요. 최종 후보 5권에만 들어도 책 표지에 은색 딱지가 붙으며 팔려 나가고 (위너가 되면 그게 금색딱지로 바뀌어 다시 인쇄되는.. ^^) 최종 후보 발표도 TV로 중계되는 등 문학계의 오스카상 같은 거랄까요~ ^^ (올해 전미도서상은 11월 14일에 발표됩니다. 두근두근두근…)

그런 상을 이제 딱 두 권째 낸 젊은 흑인 여성 작가가 받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였습니다. 게다가 그 이야기가 자신이 직접 겪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 하니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표지 참 이쁩니다! 헤헤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흑인 소녀 에쉬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맨날 술에 쩔어 있습니다. 큰오빠는 이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는 길은 농구밖에 없다며 농구만 하고 둘째오빠는 오로지 투견인 차이나에게만 관심을 쏟습니다. 동생은 어리광밖에 모르는 어린이구요.

이런 와중에 연일 뉴스에서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올 거라는 뉴스가 계속되고 에쉬는 아빠를 도와 집안 정비를 시작합니다.

카트리나가 오기 전 열흘과 허리케인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 총 12일의 이야기인데요,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을 묘사들이 아주 리얼합니다.(전 투견장 장면을 읽다가 글자를 손으로 가리는, 가녀린 행동도 보인 ^^;;;) 아마 에쉬는 작가와 작가의 어릴 적 동네 친구들, 혹은 친척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에쉬가 책읽기를 좋아했듯 제스민 워드 작가님도 어릴 적부터 책 열심히 읽는 소녀였습니다. 책과 독서에 관한 작가님의 인터뷰를 에이전시 통해서 받았는데 잠깐 소개해드리죠!


<바람의 잔해를 줍다>를 쓰게 된 동기는?

오랫동안 남자들의 세계에서 자란 한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녀의 오빠로 스키타라는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내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왔구요. 카트리나를 소재로 한 것은, 제가 자라면서 함께 했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거든요. 독자들이 미시시피에서, 남부 지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요.

 모든 사람에게 책 하나를 추천한다면?

그게 어떤 책이든 일단 읽은 후에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그들의 세상을 좀 더 넓게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요. 물론 그 책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전미도서상을 받고 달라진 점은?

확실히 지금은 좀 더 바빠졌어요. 그리고 상 덕분에 더 많은 독자가 제 책을 사주셨고, 그 덕분에 제 캐릭터들 이 더 오래 살게 됐습니다. 굉장한 일이죠!

좋아하는 책 5권과 그 이유는?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과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미국 남부 지방에서 일어난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잘 표현해낸, 화려하면서도 복잡하고 야심이 가득한 작품들이에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그 이후로 줄곧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굉장히 로맨틱하면서도 어두운 기운이 있고, 문장은 너무나 강렬하고 매력적이에요.

루이스 어드리크의 <횃불>도 좋아합니다.이건 소설이 아니라 시집인데, 그녀의 작품들은 매우 강렬하고, 다층적이며, 경이로워요. 마지막으로 앤 카슨의 <레드의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Red>.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어요. 언어가 너무 아름다운 만큼 캐릭터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작품입니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정말 좋아하는 듯. <바람의 잔해를 줍다> 안에서도 에쉬가 읽은 책으로 나오거든요.

오바마 대통령이 한창 대선 캠페인으로 바쁜 9월에 토니 모리슨의 신작과 함께 <바람의 잔해를 줍다>를 읽고 있다는 <타임>의 기사가 나와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물론 더 많이 팔리게 된 ^^)

토니 모리슨 이후로 이렇게 주목을 받은 흑인 여성 작가가 없었던 것 같아요. 작가 주노 디아스는 한 인터뷰 중에 남자 캐릭터를 잘 쓰는 여성 작가에 대해 말하다가

You look at Anne Enright. She’s a monster. Writes fucking dudes like nobody’s fucking business. She’s a fucking monster. You look at somebody like Maile Meloy. Fucking writes dudes. A beast. Jesmyn Ward, who wrote Salvage the Bones? A beast! Just powerful. Look at Toni Morrison’s male characters.

(Salvage the Bones 는 <바람의 잔해를 줍다>의 원제입니다~)

이런 말을 했더라구요. (원래 주노 디아스 호감인데 더 호감이 됨!) 그가 왜 괴물 작가라고 표현했는지는 책으로 확인을 해봅시다~ ^^;;

그나저나 카트리나를 겪고 이런 작품을 쓴 작가도 있으니 지금 뉴욕 어딘가에 몇 년 후 샌디 이야기를 써서 갖고 나오는 작가가 살고 있지 않을까요?

 _ 작가님 트위터(@jesmimi)의 사진이 너무 동안이라 깜놀한 editor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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