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요시다 슈이치의 3년 만의 장편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 나왔습니다.
모두 서점에서 확인하셨나요? ^^
요시다슈이치 프로젝트, 오늘은 전에 예고해드린 대로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직접 말하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인터뷰이고, 약간 스크롤의 압박이 있으시니 차근차근 읽어주세요~ ^^
- 정치에 도전하는 바텐더, 나가사키의 작은 섬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올라온 호스티스, 아키타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등 주인공이 무려 8명!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 작품과는 다른 특색을 가진 최신 장편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 하지만 집필을 시작했을 때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처음에 정해져 있던 것은 뺑소니 사건이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 그리고 첫 장면에서 미쓰키가 가부키초에서 어린 아이를 안고 쭈그려 앉아 있는 장면뿐이었습니다.
- 요시다 슈이치의 3년 만의 장편 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 가부키초의 바텐더가 고향인 아키타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는 대담한 스토리이지만, 작가의 머리 속에서는 대부분이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기 바로 전에 영화 <악인>의 촬영으로 나가사키의 고토열도를 방문했습니다. 스태프와 함께 들어간 술집에서 우리에게 서빙을 한 여성이 실은 나가사키의 외딴 섬에서 올라온 마지마 미쓰키의 모델입니다. 왠지 그 당시 상황이 인상에 많이 남았어요. 도쿄와 지방이 교류를 하는 듯하면서도 좀처럼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그날 밤은 도쿄와 지방이 함께 있었던 거죠.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첫 장면에서는 거꾸로 지방이 도쿄에 불쑥 찾아왔을 때의 풍경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 미쓰키는 자기 아이와 함께 도쿄 가부키초의 호스트 클럽에서 일하고 있을 남편 도모키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이미 가게를 그만둔 상황. 어찌할 바를 몰라 골목에 앉아 있는 미쓰키를 보고 바텐더이자 도모키의 친구인 하마모토 준페이가 말을 건넨다.
이 하마모토 준페이가 엉뚱한 계기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로 고향인 아키타에서 출마하는 사람이다. 계기는 뺑소니 사건의 목격. 준페이가 뉴스 보도에서 본 범인은 자신이 목격한 인물과 달랐다. 준페이는 도모키와 함께 진짜 범인인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지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거기에 미나토의 매니저, 범행의 죄를 일부러 뒤집어쓴 미나토 형의 딸과 아키타에 사는 할머니, 준페이가 일하는 술집의 마담 등이 엮이면서 8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가사키, 도쿄 그리고 아키타의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생각이 교차하는 작품이지만, 당초 작가의 머리 속에는 그런 플롯 따위는 거의 없었다.
이번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한 시기와 영화 프로모션 시기가 거의 겹쳤어요. 주간지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동시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게 스케줄 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회 정도 써 나가는 동안, 주인공 8명을 제 자신이 ‘그래, 어딘가에 이런 사람이 있지’라며 리얼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가부키초에 가면 하마모토 준페이가 있을 것 같다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저 스스로 느끼게 되면서 이야기가 술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 예전 <악인> 인터뷰에서 요시다 슈이치는 “처음으로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원숭이와 게의 전쟁>를 통해서는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들은 만나고, 장소를 옮기며,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도전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방에서 도쿄로 온다거나, 도쿄에서 지방으로 돌아가는 패턴은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하여, 여기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 흐름에 따라 막다른 곳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 아니라, 이야기에 무언가를 꿰뚫고 나가는 듯한 이미지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라는 제목은,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하고 작품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아, 이건 완전히 동화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준페이가 정치가가 되는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결정됐구요.
- 그렇다고는 하지만 선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가부키초의 바텐더가 6선을 노리는 거물 5선 의원과 겨룬다는 게, 아무리 동화나 옛날이야기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게 아닐까? 조금은 불안해져서 담당 편집자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선거 코디네이터라는 사람을 만나서 여러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이 사람, 하기 나름이겠지만 가능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연이겠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 흐름도 당선되는 패턴이라면서 말이죠.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동화나 옛날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세상인 거예요. 여기서 동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겁니다.
또 여기 등장인물들을 실제 어디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그것과 동시에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모두가 이상적인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는 거죠. 그것도 소설을 쓰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먼저 [준페이=정치가로의 도전]이라는 게 결정되니 다른 인물들도 하나씩 정해졌습니다.- 작가의 이 말처럼, 이 작품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착할 장소’를 찾는다. 실은 이 8명은 지금까지 계속 손해만 보면서 살아온 사람들뿐이다.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이름 없는 사람들.
미나토의 매니저이자 준페이의 선거 입후보를 주선한 소노 유코는 이 책에서 이런 인상적인 말을 한다.
“남을 속이는 인간에게도 그 인간 나름의 논리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을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결국 남을 속이는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속아 넘어간 쪽은 자기가 정말로 옳은지 늘 의심해 볼 수 있는 인간인 거죠. 본래는 그쪽이 인간으로서 더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은 아주 쉽게 내동댕이쳐요.”
이 말은 그대로 모든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해도 좋다. 자신이 옳은 것인지 의심하고 속아온 여덟 명의 사람들. 이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행복할 자리를 발견한다. 그와 동시에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을 발견해버렸다. 그만큼 소중한 것을 손에 넣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과거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도 일맥상통하는 테마다.
<악인>에서 죽은 요시노의 아버지가 소중한 것을 갖고 있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잃어버리면 두려운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하죠. 이번 등장인물들이 정착할 장소가 없다는 것은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이 작품은 그들이 자신만의 장소를 찾고, 정말로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중한 게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 인생에 있어 소중한 무언가를 얻는, 그런 의미에서도 동화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오늘에 이르는 과거의 이야기만을 써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내일을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자리를 찾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지금까지와 컬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내일이나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이는 세계가 넓어진 것도 있을 거예요.- 작가에게 들은 첫 심경.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작품은 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전의 터무니 없는 사건은 터무니 없는 채로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 좋은 등장인물들이 달려가는 곳에는 투명하게 맑은 파란 하늘 같은 여운이 밀려온다. 확실히 요시다 작품스럽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요시다 슈이치는 리얼하다는 평가 받는, 그 시대와 맞닿은 작품을 항상 발표해왔다. 기득권층과의 싸움, 속이는 측의 논리, 속아넘어가는 측의 심리. 그리고 소중한 것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인생의 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서 그려진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초점을 맞춘 것은 지금의 사회 구조나 재인식되는 가치관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작가의 신경지를 연 작품이면서, 지금의 시대를 점령한 작가의 진면목이기도 한 것이라고 말이다.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일본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집필 중인 저는 정말로 힘들었지만요.(웃음)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생각에서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간다. 그것을 목표로 쓴 소설이 현대에도 딱 맞는다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을 듯합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렇게 엄청난 작품도 나올 수 있는 거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미 머리속에 있었는데 작가님이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을 살짜기 해봅니다. ^^
암튼 매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내놓는 작가답게 이번에도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비슷한 구석이 없는 책입니다. 때마침 우리나라 대선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서 전 읽으면서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
여러분은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셨나요?
_ 책 속 선거전을 흥미진진 읽었던 editor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