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파워스, ’21세기 헤밍웨이’의 노란 새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편집자 narh입니다. 독자님들 이 표지를 기억하시나요. ’21세기의 헤밍웨이’라는 찬사 아래 화려하게 미국 문단에 등장한 신성, 케빈 파워스의 <노란 새>입니다. 검색 신공을 발휘해 제목을 맞춰주신 분들, <떨어지는 깃털>처럼 서정적인 제목을 지어주신 분들, 혹은 <수컷의 상처>처럼 강렬(!)한 제목을 지어주신 분들까지… 독자님들의 관심과 애정 하나하나에 모두 감사드립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21세기의 헤밍웨이라니 대체 어떤 사람이야… 근데 또 표지에는 왜 이리 매혹적인 청년이 상의 탈의를…(으음?) 어쩐지 좀 논점을 벗어난 것 같지만, 그렇습니다. 은행나무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된 이벤트에 참가하시면서 자그마한 호기심을 갖게 되셨을 독자님들을 위해, <노란 새>의 케빈 파워스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소개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사실, 이번 책을 진행하면서 저 역시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습니다. 매번 새로운 책을 만나고, 책을 접할 때마다 받는 인상도 그때마다 다르지만 이번의 <노란 새>만큼 제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은 책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편집이라는 일의 특성상 한 편의 원고를 세네 번 정도 읽는데, 이 <노란 새>는 처음에 두 번 읽을 때까지는 정말 제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평소 감수성이 없는 편이라고 자부하던 저였지만 <노란 새>의 살아 숨쉬는 듯한 문장들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때로는 식음을 전폐하고픈 충동까지(그렇지만 전폐하지는 않았다는…) 느끼기도 했던, 그런 특별한 책이었죠. 그리고 마지막에, 네 번째로 읽었을 때는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가 영롱히 빛나고, 마음에 와 박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첫인상에 비해 뒷심이 부족한 책이 있는가 하면,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책이야말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훗날의 고전’이 될 자질을 갖춘 책이 아닐까 하는데요. <노란 새> 역시 길이길이 기억될, 미래의 고전으로 자리잡으리라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케빈 파워스 작가님을 소개할게요.

영문판 주황색 표지의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계시는 이 분이 바로 <노란 새>의 케빈 파워스 작가님입니다. (생각보다 훈남이셔서 좀 놀랐지요…) 무려 80년생의 젋은 작가 분입니다. 전 사실 ‘이라크전 참전 작가’라고 하기에 뭔가 우락부락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오히려 그보다는 이 소설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와 잘 어울리는 외모랄까요.

이 소설의 배경 중 하나인 미국 버지니아 리치몬드가 작가님의 고향이라고 해요. 약간은 시골 느낌이 나는 전원풍의 지역이랄까요.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겨운 유년기를 보냈고, 어릴 때부터 시를 써왔던 작가님은 시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엄두도 못냈다고 해요. 그러다 이라크전에 참전해 복무를 마치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는 일대의 결심을 하게 되었죠. 17세의 나이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그는 그곳에서 ‘사람이 사람을 너무나 쉽게 죽이는’ 충격적인 현실을 몸소 체험합니다. 생지옥과도 같았던 몇 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한편, 점점 커져만 가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본래 시를 썼던 만큼 여러 문예지에 시를 기고하며 활동했지만 무엇보다도 이라크전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계속 몸 속에 남아 있었고, 비록 “아무도 (그런 불편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지 않겠지만” 이 이야기를 반드시 써야겠다고 결심한 작가님은 3년간의 집필을 통해 <노란 새>를 완성했습니다.

작가님은 이 <노란 새>가 이토록 놀라운 성공을 거둘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저 ‘진실된 이야기’, 반드시 세상에 태어나야 하는 이야기를 썼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소설로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노미네이트되고, 가디언 퍼스트북을 수상한 이후 작가님은 가디언지, CNN 등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PBS 뉴스아워와의 인터뷰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Q.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질문을 드릴게요. 처음으로 전쟁에 관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신 건 언제였나요?

A.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일이 년 후에, 제 경험에 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쟁에 관한 시를 썼어요. 열세 살 이후부터 계속 시와 단편 소설을 썼으니까요. 그렇게 글에 대한 재료를 모으다가 어느 순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말하려면 더 큰 캔버스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내게 묻고 나 역시 대답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는 지금의 캔버스를 넘치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Q. 이건 피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의 소설 <노란 새>가 작가님의 실제 경험에 얼마나 기초하고 있나요?

A.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감정들은 제가 매우 강하게 느꼈던 감정이에요. 작중화자의 내면 역시 제가 직접 경험했던 감정들로 가득 차 있죠.

Q.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 화자 바틀이 작가님의 분신이라 볼 수 있겠군요. 바틀은 경험이 부족한 병사 머프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요, 그리고 소설 초반부에서 머프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죠. 이 부분에서부터 사건 진행은 더뎌지고, 그보다는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돼요.

A. 네 맞아요. 독자들은 이라크전에서부터 그 이후의 몇 년간까지, 바틀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알게 됩니다. 이는 일종의 ‘기억 탐색’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화자 바틀의 기억을 탐색하며, 그가 느꼈던 죄책감과 혼란스러움, 분노, 슬픔, 그가 그 사건을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느끼면서 알게 되는 것이죠.

Q. 이 소설을 관통하는 테마 중 하나는, ‘운’이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에서 누가 다치고 누가 죽고… 이런 것에는 법칙이 전혀 없으니까요.

A. 네 정확합니다. 주인공 바틀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무력감’이었으니까요. 무언가 뚜렷한 의지를 가진 거대한 것 내부에 속해 있는 느낌, 마치 전쟁이 그 자체로 자신의 마음과 목적을 지니고서는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느낌을 받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그를 두렵게 하고 전장에 적응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죠.

Q. 그런 감정을 직접 느끼셨나요?

A.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제어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죠. 심지어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내 자유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사실마저 깨닫게 되었습니다.

Q. 이라크전에 관한 글,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글이나 영화들이 이라크전이라는 경험에 대해 공정하고 올바른 그림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이라크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표현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야 한다고 봐요. 그 편이 그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들뿐 아니라 이라크전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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