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새,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인간이냐 – 작가 릴레이 인터뷰 (2)

노란 새 by 케빈 파워스

시인의 손에서 서정적인 풍경으로 태어난, 슬프도록 아름다운 전쟁의 참상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인간이냐”
……묻고 싶었다

 text by L, edited by L

전쟁에 대한 책은 무겁다. 오죽하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주인공 팻은 ‘청소년권장소설’ 《무기여 잘있거라》(1차세계대전 배경)를 다 읽고서 창문을 깨고 책을 던져버리지 않던가. “캐서린이 죽다니! 아니 세상은 충분히 험난하고 힘든데 해피엔딩으로 쓰면 안 돼!?”를 외치며. 그런 우리에게 등장한 한 시인의 전쟁소설, 《노란 새》.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로버트 올렌 버틀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지 이라크전에 관한 위대한 소설을 기다려 온 것이 아니라, 더욱 중요한 무언가, 그러한 전쟁 이면에 감춰진, 흠 많고 복잡하며 고군분투하는 인간성을 조망하는 예술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케빈 파워스의 《노란 새》를 얻게 되었다.”

내가 아니라서 정말 기뻤어. 나 정말 미쳤지?”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총을 맞지 않아 기뻤고, 지켜보는 우리 모두 앞에서 그렇게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슬프지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저 친구가 죽고 내가 죽지 않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 본문 중에서

미국에 있어 위대한 전쟁이어야만 했던 이라크전. 종전 이후 다양한 자료가 하나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21세기의 ‘위대한 전쟁’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감히 고백하려는 소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 케빈 파워스가 나타났다. 자신이 경험했던 전쟁의 야만성과 참혹함,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인간성이 말살되는 모습을 탄로시키며. 그는 그의 이 강렬한 데뷔작을 통해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생명을 애도한 뒤 곧바로 신문 연예란으로 쉽게 눈을 돌리는 사람들, 그러니까 바로 우리들에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피하지 말고 보라고, 똑바로 보라고.
이라크전에 참전하여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그 상처를 문학으로 승화해낸 청년 작가 케빈 파워스. 훈남 외모의 작가님과 (은행나무 독점으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Q: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신예 작가 중 한 명이라 들었다. 《노란 새》의 어떤 점이 미국 언론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

언론과 평단이 내 소설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얘기해보자면, 두 가지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먼저 하나는 내 소설에서 사용된 언어의 고급스러움으로, 음악성이 느껴지는 문장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감정적인 울림으로, 전쟁이라는 거대한 극한 경험에 처한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고 이야기한다. 

 Q: 요즘은 전쟁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첫 작품으로 이런 어려운 소설을 쓴 이유가 있다면?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 많이 읽히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저널리즘 그 자체로는 한 사람이 겪은 경험의 전체를 모두 다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런 경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험한 것의 복잡성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일조해야 하며, 그러한 예술적 시도가 문화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예술이 문화적 장 한가운데서 충분히 논의된 이후에야 인간적 경험의 모든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Q: 당신은 2004년 이라크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란 새》를 집필했다고 들었다. 《노란 새》가 당신의 경험에 어느 정도 기반하고 있는지? 완벽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고, 상상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작중화자인 바틀의 내면, 그리고 그가 느끼는 감정들은 내가 전장에서 실제로 느낀 것과 동일하다. 내가 경험한 것이 바틀이 경험한 것만큼 강렬하거나 힘든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천만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바틀이 느낀 정도의 강렬함을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을 경험했다. 

 Q: 전쟁에 참전한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독특하지만, 그만큼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일반 대중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다른 책과 구별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면, 어떤 지점에서 자신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나?

 합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작가로서, 그리고 그런 자전적 경험을 책에 녹여낸 작가로서 나는 독자들이 이 보편적이지 않은 경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경험의 보편적인 면에 더욱 초점을 두어 소설을 쓰려고 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바틀, 머피, 스털링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 직면해 있는 끝없는 싸움과 시련에 동조할 수 있고 상련할 수 있기를 바랐다.

 Q: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글로 쓰면서 어떤 생각, 어떤 기분이 들었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면서’치유’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던데 당신은 어땠는지?

 경험을 글로 쓰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나 같은 경우에는, 먼저 치유된 이후에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되고 난 후에야 내가 원했던 만큼의 명확한 이야기를 비로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Q: 옆에서 동료가 죽어가는데, 그게 내가 아니라는 점에 안도하고 신께 감사하는 부분이 가슴 아프면서도 공감이 갔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내게 닥치지 않은 불행에 감사할 때가 솔직히 있을 텐데.

 물론이다. 그 부분 역시 독자들에게 감정적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그런 순간은 늘 찾아온다. 다시 말해 동정심과 이기심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 이는 우리가 타인과 접하면서 늘 겪는 근본적인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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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h의 덧붙이는 말 :

“<노란 새>의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흡사 헤밍웨이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하퍼 콜린스 편집장의 어마어마한 찬사. 그런데 작가님 외모마저 왠지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를 닮은 것 같다는…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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