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라 수요일의 북클럽]
노벨라 2人 2色 북콘서트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부]
#5
1부에서는 김혜나 · 김이설 작가님에 대한 소개, 그리고 북콘서트의 대략적인 진행 방향과 노벨라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김혜나 작가님과 김이설 작가님은 모두 ‘강렬하고 과격한’ 느낌의 작품을 주로 쓰시는 데, 그건 그런 성향의 작품 세계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는 건 아니신지 서평가 금정연씨가 여쭤보았습니다.
김혜나: <그랑주떼>는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첫 책이던 <제리>는 청춘의 방황을 썼어요. <제리>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아무 역할이 없던 무기력한 청춘의 방황을 다뤘다면 <정크>는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지만 현실의 시스템적인 장벽에 가로 막혀서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청춘의 절망을 담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청춘의 상처를 다루고 싶더라고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상처로 인해 존재론적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청춘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김이설: <그랑주떼>가 <선화>와 같은 ‘상처’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어요. 저도 내면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상처를 가진 사람은 상처를 가진 다른 사람을 알아본다는 문장이 저를 매료시켰고요. 상처의 아픔이 절대적인 정도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에게 있는 상처는 누구든지 아프거든요. 그런데 상처를 자랑할 수 없잖아요. <그랑주떼>의 주인공도 그렇고 <선화>도 그렇고… 선화는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는 데에 반해 <그랑주떼>의 주인공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아요. 상처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차이 같아요. 누구나 상처를 잘 받고 사는데 그 상처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죠.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들고 상처 많은 사람이 많은 거예요. ‘그럼 내 상처는 어디서 확인받고 위안을 받아야하나’ 고민을 했던 시기에 <선화>를 썼어요.
두 분의 말씀처럼, <그랑주떼>와 <선화>는 ‘상처’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갖고 있는데요, 그래서 표현의 수위나 방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두 작가님 모두 소외된 청춘이나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김혜나: 저 역시도 소외되고 방황하는 청춘을 보냈어요.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의미 없이 살면서 바라봤던 세계를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여냈어요. 제 20대의 자격지심과 자기 소외, 피해의식, 자기 비하 등의 감정을 소설적인 감정과 형식을 빌려서 표현하게 됐죠.
김이설: 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사회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이에요. 소설을 읽는 이유는 이 세상이 과연 살만한 세상인지, 나는 이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소설 속에서 행복한 인물만 나오면 안 되는 거죠. 좀 힘들고 부족한 인물들이어야만 하는 거죠. 세상이 결국 햇빛을 덜 받는 사람들을 잘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제가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답하고 싶네요.
#6
공식적인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참석해주신 독자 분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왔습니다. 첫 질문은 서평가 금정연씨가 해주셨어요. 김혜나 작가님은 청춘 3부작(<제리>, <정크>, <그랑주떼>)으로 일단락을 하셨고, 김이설 작가님은 ‘여성 이름’ 3부작 중에 하나가 남았다고 하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쓸 계획이 있으실까요?
김이설: 저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싶어요. 제에게 10살, 7살 짜리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이 커서 “엄마 왜 이런 소설을 썼어?” 라고 물어보지 않고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 저절로 이해가 가는 소설들을 쓰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힘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김혜나: 다음 작품은 30대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저는 요가를 오래 했어요. 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30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는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없기도 하거든요. 이건 김이설 작가님께도 하고 싶은 말이고, 저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인데요. 저는 문학을 정말로 사랑해요. 20대 때는 그 사랑이 불길이 엄청나서 문학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제가 중학생 때부터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장마라던가 이상의 날개 등…현실에서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이야기를 소설은 해주는 거예요. 제가 그 느낌을 정말 확실히 받은 소설이 김이설 작가님의 <나쁜 피>였어요. 이건 진짜 삶을 그리는 구나.. 진짜 우리의 삶, 우리의 내면. 억지로 아름답게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요. 그래서 김이설 작가님의 아이들도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7
독자 질문 1. 김혜나 작가님이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한 책을 쓰고싶다고 하셨는데…
김혜나: 인도 신화를 접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 텐데요. 저는 인도 신화에서 연결이라는 주제를 느껴요, 연결과 통합. 요가라는 단어가 연결과 통합의 뜻을 지니고 있거든요. 인도 신화도 마찬가지에요. 변화하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유기적인 구조가 존재해요. 그런 의미를 담은 책을 쓰고 싶어요.
독자 질문 2. ‘독자들이 나의 소설을 어떻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이 있으신지
김이설: 좋은 소설이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주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해드렸는데요. 그렇다면 훌륭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아 이거 뭐지? 찝찝한 느낌은 뭐지?’라는 느낌부터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자문할 수 있는 것들이 뭔가 떨떠름한 느낌이 들 때거든요.
김혜나: 나와 다르지만 사실은 나와 같은 이야기. 저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나와 세대로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독자 질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을 적어보았습니다. 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작가와 직접 만나서, 작가의 눈을 맞추며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번 ‘노벨라 2人 2色 북콘서트’였는데요. 먼 곳에서 작가님을 뵈러 보신 분들도 있었고, 시종일관 펜을 붙잡고 필기를 하시던 분들도 있었어요.
역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찝찝한 기분’을 느껴 보신 분들이라면, 그리고 <그랑주떼>와 <선화>를 읽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던 분들이라면 이번 북콘서트에서 작가 두 분과 나눈 대화가 더욱 와닿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이설 작가님께서는 북콘서트의 말미에 ‘무용한 소설을 읽는 유용한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김혜나 작가님이 김이설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진짜,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죠. 그 대답을 들으시며 슬펐다고 하셨어요. 정작 진실을 알려야 할 매체에서는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거든요. 올해의 신춘문예 응모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문학을 통해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진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