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정원, 소설이 아니라 실화랍니다!

히틀러라는 독재자의 탄생을 미국 대사의 입장에서 그려낸 내러티브 논픽션 <야수의 정원>이 출간되고 며칠 후,
어느 기자님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 책, 소설인가요 실화인가요? 헷갈려서요.”

<야수의 정원>이 워낙 소설처럼 숨 쉴 틈도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히다보니,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으셨겠지요.
내는 책마다 늘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 미국 논픽션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라슨님의 내공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걸 뻔히 아는 편집자 narh도 가끔은 <야수의 정원>을 읽으며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에릭 라슨님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었고, 이후 여러 편의 논픽션 작품을 쓰며 이름을 날린 미국 논픽션계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특히 전설적인 살인마 홈즈와 시카고 박람회 총감독의 대비된 열정을 그린<화이트 시티>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무려 3년간! 올라있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죠.<화이트 시티>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기에 차기작인 <야수의 정원>은 출간 직후 아마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화려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분의 특기이죠.

그래서인지 아마존 서평을 보면 미국 독자 중에서도 이 책이 소설인지, 실화인지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이 책이 실화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야수의 정원> 등장 인물들의 실제 사진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포스팅의 부제는 미국 대사 도드와 함께 축을 이루는 또 다른 인물인 도드의 딸, ‘마사 도드의 남자들’입니다…ㅎㅎ)

베를린 사교계의 꽃, 마사 도드

영리하고 교태스러우며 아름다운 마사는 젊은 외교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가 되었고,
일과가 끝난 후 열리는 소위 즉흥 파티와 맥주 파티 같은 비공식 파티의 인기 손님이 되었다.

 

미국 대사 도드의 딸이자, 나중에 소련 KGB의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 마사 도드의 모습입니다. 뭔가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살짝 보조개가 들어간 귀여운 타입의 아가씨랄까요. 이렇게 외모는 순진하기 그지 없지만, 실은 놀라운 화술과 매력으로 남자들을 마구 홀리는 ‘팜므파탈’이랍니다. 이 마사 아가씨는 각국의 각계 각층의 훈남들과 자유로이 연애를 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마사는 자신이 일생 ‘세 번의 위대한 사랑’을 했다고 말했죠.

그중 두 번째 위대한 사랑인 보리스, 마사를 KGB 스파이의 길로 끌어들인 소련 정보원 보리스 비노그라도프와는 매우 깊은 사이였는데, (이 책의 중심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한데) 아쉽게도 보리스의 사진은 찾지 못했어요.ㅠ

게슈타포 대장 루돌프 딜스

루돌프 딜스는 조용히 들어서서 사악한 안개처럼 방 안에 퍼졌다.
마사는 루돌프 딜스가 파티장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모를 때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회고했다.

마사의 표현에 따르면 ‘잔혹하고 망가진 미모의 소유자’라는데, 오오 과연…. 조오금 느끼하긴 하지만(옛날 미국 배우 느낌) 잘생기긴 했네요.
딜스는 적들에게는 가차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제수용소 포로들을 석방해주는 면모도 지닌 히틀러 정부의 ‘마지막 양심’이었습니다.
딜스가 대장 자리에서 해임되고 나서부터 히틀러 정부는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히틀러의 오른팔 한프슈탱글과 그의 아들 에곤

한프슈탱글은 거구에 원기 왕성하고, 긴 손가락과 거대한 손,
그리고 한쪽 극단에서 금세 다른 쪽 극단으로 치닫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환심을 사려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의식적으로 꾸며낸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는데,
가끔은 낮고 부드럽게 속삭이다 순식간에 돌변해 방이 떠나갈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와 아들 둘 다와 사귀다니….마사 정말 대단하네요.;;ㅎㅎ)
히틀러의 오른팔인 한프슈탱글은 일견 상냥하고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알면 알 수록 무서운 면모가 드러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마사는 한프슈탱글의 주선으로 히틀러를 직접 만나보기도 하는데요, 나중에 히틀러는 자기 부하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마사의 외모를 가지고 뒷담화를 하기도 합니다…ㅎㅎ

한프슈탱글의 아들 에곤은 히틀러를 ‘아돌프 삼촌’이라고 부르며 무척 잘 따랐다는데,
히틀러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며 ‘기차놀이’를 했다고 하죠.;;

그밖의 남자들

 

미국의 대표적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토마스 울프. 베를린을 방문했다가 마사와 잠시 연애를 하게 됩니다.

1차대전의 영웅, 최고의 조종사로 널리 알려진 에른스트 우데트(미남이시네요)와도 연애를 했던 마사….. 마사는 나중에 이 우데트의 이야기를 소설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막스 델브뤼크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생물학자 델브뤼크는 마사의 뛰어난 연애 기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죠.

이상 지금까지 마사 도드의 남자들이었습니다. 1930년대 격동의 베를린, 그 안에서 화려하게 꽃핀 로맨스가 궁금하시다면? 지금 당장 <야수의 정원>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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