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씨네 가족,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가족을 소개합니다!

만약 우리 엄마가 아흔 살 먹은 노파로 분장하고 오토바이 스턴트에 도전한다면? (엄마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도 없는데) 만약 우리 아빠가 몸에 불을 붙이고 쇼핑몰 한가운데로 돌진한다면? (게다가 품에는 아기까지 안고선…) 어릴 때 자장가 대신 “식스팩! 식스팩! 나는 술병을 입에 달고 살았지~ 식스팩!” 따위의 헤비메탈을 불러준다면? 이런 골때리는 부모 아래서 자란 애니와 버스터의 우여곡절 위험천만 인생사!!

작가 케빈 윌슨에게 ‘가장 엉뚱하고 독창적인 괴짜 작가’라는 별명을 안겨준 그의 처녀작, <펭씨네 가족>이 미국 도서전에서 처음 소개되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설’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죠. 다른 말로 하자면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느냐”라는 반응. 닉 혼비와 앤 패쳇의 강력 추천뿐 아니라 <타임> <에스콰이어> <피플> 등 주요 매체에 ‘최고의 소설 Top10′ ‘최고의 데뷔 소설 Top 10′ 등으로 선정되며 언론의 사랑도 듬뿍 받은 이 소설. 언론과 평단뿐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예측 불가능’이야말로 이 소설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다, 라고 단언하며 <펭씨네 가족>에 환호했습니다. 한 유명 블로거는 “내가 책과 결혼할 수 있다면 이 책과 결혼할 것이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죠. 대체 어떤 책이길래 결혼까지 하고 싶어지는 걸까요.

“케일럽과 캐밀은 예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는 행위예술가.
이들에게는 삶이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예술 퍼포먼스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세상의 질서를 깨뜨리는 데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펭씨 부부는 아이들 역시 퍼포먼스의 일부로 만들려 하고, 그러는 한편 애니와 버스터는 부모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늘 불안하기만 한데….”

제가 원고 상태로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저 역시 완전 흥분 상태였습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이런 느낌이랄까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피식피식,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어느 부분에선가 기이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그 아름다움이 오롯이 새겨지는 기분.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느끼게 되는 고요한 감동. 저 역시 누군가에게 있어 애니(혹은 버스터) 같은 존재이고, 그녀처럼 늘 비틀대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러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의 끈은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일까요. 비틀비틀거리며 열심히 길을 걸어가는 애니와 버스터의 곁에 서서 어깨를 빌려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문득 ‘결혼하고 싶은 책’이라는 얘기가 이해가 되더군요. 평생 같이 살아도 늘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 같은 남자(하지만 항상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서 조금은 나쁜 남자, 하하하) 같은 책! 은행나무 독자 여러분도 이 웃기고 아주 조금 나쁜 남자(혹은 여자)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펭씨네 퍼포먼스 하나 소개! “부모들을 모두 죽여라” – <소리와 분노>

아빠는 이렇게 말했었다. “개차반인 인간들도 처음 얼마 동안은 예의를 차릴 수 있지.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런 인간들은 이내 본성을 드러내 비열한 짓거리를 하게 마련이란다.”

아이들은 펭 씨가 만들어준 노래를 음정 박자 무시한 채 부르고 있었다. “슬픈 세상이에요, 아주 혹독한 곳이죠. 계속 살아가려면 부모들을 모두 죽여야 해요.” 그들 앞에 놓인 기타 케이스 안에는 동전 몇 개와 달랑 한 장의 1달러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다. 케이스 안에는 ‘우리 강아지 미스터 코넬리우스의 수술비가 필요해요. 도와주세요.’라고 쓰인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 순간 아빠의 고함이 들려왔다. “정말 형편없군!” 놀란 구경꾼들이 일제히 숨을 멈추었다. “여러분, 내 말이 틀립니까? 정말 엉망이잖아요?”

애니가 울음을 터뜨렸고 버스터는 얼굴 근육이 아플 정도로 오만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들은 아빠, 엄마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창피하고 상처받은 척 연기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애니와 버스터가 노래를 마칠 즘에는 미스터 코넬리우스를 살리길 바라는 축과 비열한 야유꾼들의 두 그룹으로 구경꾼들이 정확히 갈려 있었다. 관객들은 자기들끼리 설전을 벌이기 바빴고 애니와 버스터는 목청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악기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곧 애니의 기타줄 두 개가 끊어져 나갔고 버스터는 심벌을 넘어뜨린 후 왼발로 차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의 아빠가 마지막 대사를 외쳤다.

“너희 개가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
애니는 두 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기타의 넥을 잡아 땅바닥에 내리쳤고, 산산이 조각난 기타 파편이 관객 쪽으로 튀었다. 누나가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버스터는 치고 있던 작은 북을 머리 위로 들어서 베이스 드럼에 계속 내리쳤다. 애니와 버스터는 아수라장이 된 연주장을 뒤로하고 혹시라도 누가 따라올까 봐 공원 잔디밭을 가로질러 지그재그로 달렸다.

그날 벌어진 일은 그들의 머릿속과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구경꾼들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는 것 외에는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애니와 버스터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펭씨 가족은 막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져 생긴 저녁노을 속으로 손을 잡고 노래를 하며 함께 걸어갔다.

“계속 살아가려면 부모들을 모두 죽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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