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 들여놨어!! 누구야, 누구!!
(얘 뭐 대뜸 어디서 반말하냐 황당해하지 마시고, 잠시만요- 15초만 아래 음악 플레이하고 가실게요.)
다름 아닌 마틴 에이미스의 13번째 장편소설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의 제목을 보고서 바로 이 음악, Who let the dogs out?을 떠올린 당신은 센스쟁이, 우후훗!☆ 게다가 숨막힐 듯한 아찔한 앞태(?)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이 양손으로 만들고 있는 모양이 바로바로 ‘개’라는 것을 알아본 당신도 센스쟁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마틴 에이미스는 영국에서 몹시 유명하신 분이십니다. 말씀도 막 하시고요(“문학상은 지루한 책에 돌아간다.”) 2011년에 작고한 비판적 지식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는 각별한 친구사이셨고(자..자본주의 비판은 님의 것!) 영국문단의 록스타라는 별칭까지 있으신 데다가(검색창에 Martin Amis를 넣어보세요. 젊은 시절 비주얼이 샤이니에 비할 바가 아니라능) 이언 매큐언, 살먼 루슈디와 더불어 ‘골든 제너레이션’ 작가로 불리시고(‘뭐, 더 남은 게 있다고!’ㅡ.,ㅡ) 이건 뭐 사족이지만, 《행운아 짐》으로 유명한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의 아들이시랍니다(져..졌다..OTL).
아무튼, 어느덧 60을 훌쩍 넘기시고 13번째 장편소설로 독자들을 제대로 웃겨주신 마틴 에이미스의 이번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하하, 제가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해외언론에서 “마틴 에이미스의 책 중에서 가장 웃기다”고들 하시고, “가장 광범한 코미디”를 쓰셨다고도 하시고 뭐, 그 정도예요. 그러나 그렇게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불편한 유머. “우리를 보고 우리를 비웃는 책” 되시겠습니다. 어떻게 비웃냐고요?
일단 외모부터 엉망진창인(네, 저.. 외모지상주의자예요…) 삼촌 라이오넬 애즈보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이분, 멍청한 건지, 멍청하려고 머리를 쓰는 건지 알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창창한 20대에 이미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인물로 좌우앞뒤 어느 면으로 보나 ‘직업적 범죄자’인데 감옥에 그렇게 자주 갔다는 말은 곧 범죄자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아이러니가 성립되지요.
그리고 또 이 라이오넬 애즈보의 안쓰러운.. 하나뿐인 조카 데스먼드 페퍼다인이 있습니다. 시를 읽고 학문을 사랑하며 사랑의 힘을 믿는 아름답고 건강한 젊은이입니다. 반전은, 15세에 할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완..완벽한 사람이 어..어딨겠어요..).
이 책은 이 두 남자가 런던 가상의 도시 디스턴(디스토피아로 읽히신 분이 있다면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자랑스러워하셔도 되시겠습니다)에서 어찌됐건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라이오넬 삼촌이 감옥에서 빼앗은 로또로 갑자기 부자가 되면서 갑자기 온 영국의 관심을 받는 슈퍼스타가 되고, 데스먼드는 이런 삼촌의 삶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면서 묵묵히 일상을 살아나간다는 줄거리가 다소 밋밋하고 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몇 줄 요약으로는 느낄 수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과 비판이 이 책에는 깔려 있다고 감히 이 담당 편집자는 소리높여 외치렵니다. -ㅁ-)//
부자들의 세계, 셀러브리티의 세계, 언론과 미디어의 세계, 여론의 세계, 가난의 세계, 보호받지 못하는 세계, 불필요한 것들이 중심이 되는 세계, 진짜와 가짜가 시나브로 자리를 바꿔치기하는 세계… 이런 세계에 대해 작가님은 막장 안티 히어로 ‘라이오넬 애즈보’를 통해 (웃기게) 전하고 싶으셨던 것 같고, 그렇게 웃긴 웃지만 한편으로는 뒷맛이 쓴 이 농약같은(?) 소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너에게 진짜 중요한 건 뭐냐”고 묻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뭐, 이건 그냥 일개 담당 편집자의 어디까지나 사적인 의견입니다만,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내 삶에 중요한 게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진부한 것 같지만, 그러나 언제나 가장 절실한 질문들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말이지만, 질문과 답을 찾고 있는 분들께 자..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마틴 에이미스의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근..근데 누가 개를 들여놓았냐?”는 질문은 받..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