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방울새> 한 폭의 그림에서 시작된 매혹적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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홰에 묶인 작은 새. 노란 깃털의 강렬한 색감에서 묘한 입체감이 느껴지는 왼쪽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작품 <황금방울새(the Goldfinch)>다. 카렐 파브리티우스는 1654년 10월 12일 네덜란드 델프트를 반은 날려버린 화약 공장 폭발 사고로 숨졌으며, 그의 작품은 12점 정도만이 전해진다. 그가 숨진 해가 1654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그림 속 벽면의 서명을 보면, 그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기도 한다. 작은 그림이다. 세로 13인치 가로 9인치 정도로 A4 용지보다 아주 약간 크다. 이 작은 그림이 2013년 10월 미술관 전시회에서 별안간 주요 작품으로 급부상했는데, 바로 도나 타트가 11년 만에 내놓은 소설 《황금방울새》 때문이다.

도나 타트는 《비밀의 계절》로 ‘천재가 나타났다’는 찬사와 함께 데뷔한 작가로, 거의 10년마다 한 작품씩 내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밀의 계절》 출간 당시, 19세기 문학을 다시 읽는 듯한 유려한 문체와 강박적일 만큼 치밀한 구조로 많은 팬덤을 양산했다. 2002년 출간된 두 번째 작품 《작은 친구》 이후 그녀의 작품을 오래 기다려온 독자들은 《황금방울새》 출간 즉시 서점에 달려갔다. 그리고 마치 ‘자기 아이의 탄생을 알리듯’ 인스타그램에 구입 인증을 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이쯤 되면 편집자, ‘센세이션’이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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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소설 속 주인공 소년 시오는 미술관 폭탄 테러에서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어떤 이유로 인해(!) 이 그림을 들고 빠져나오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과연 소년과 그림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폭발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점을 생각하면, 작가가 ‘평행이론’을 시도한 게 아닌가 싶어지는데,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황금방울새>를 선택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도나 타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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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몇 가지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선택하게 되리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 본 건 암스테르담 크리스티를 통해서였다. 처음 보는 순간 좋아하게 됐고, 그림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더욱 더 마음을 빼앗겼다. <황금방울새>는 작은 그림이다, 아이들의 학교 공책보다 그리 크지 않다. 대단히 사랑받은 작품이고 독특한 작품인데,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기에 나온 작품 중 하나로, 비슷한 작품이 거의 없다. 또한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소설 플롯의 한 축을 담당한다.”

폭발로 숨진 작가의 작품이 폭발에서 살아남은 소년의 손에 쥐어지면서 시작되는 소설.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양하고, 독자들마다 다른 의미를 만나겠지만, 편집자에게는 어땠는가. 천 페이지가 넘은 이 책을 끝까지 부여잡고 읽게 만든 힘은 ‘하필 나에게 닥친 비극을 극복해가는 소년의 변화’다. 크나큰 상실 앞에 인간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만약 그때, 만약 그때를 반복하다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는 타협에 이른다. 그래서 운명이라는 말은 곧 인간의 유한함, 또 어쩌면 나약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가 가슴 저미게, 스릴 넘치게 그려내는 소년의 우회는 정말인지 이 책을 덮을 수가 없게 만든다. ‘실수가 나지 않는 경기 같다’는 스티븐 킹의 말과 완독률 98.5%라는 놀라운 기록이 그 점을 대변한다.

다시 그림 <황금방울새>로 돌아가서- 원서의 제목은 《골드핀치》인데, 이 책을 번역해서 낸 32개국의 나라가 카렐 파브리티우스 작품명이 어떻게 통용되는가에 따라 제목을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금방울새>가 가장 검색이 많이 되어 고심 끝에 제목이 ‘황금방울새’가 되었다.

1-horz그러나 한 가지 괜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새는 ‘오색방울새’, ‘홍방울새’라고도 불린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새의 이미지를 검색할 때 ‘유러피언 골드핀치‘라고 검색하면 우리의 황금방울새가 나오고, ’아메리칸 골드핀치‘라고 검색하면 조금은 낯선 방울새가 나온다.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네덜란드 작가였으니 당연히 유러피언 골드핀치가 그 모델이 되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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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새다. 그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고, 그 그림을 보면 글을 쓰고 싶었을 것 같다. 그리고 한 줄 글에도 끙끙대는 편집자이지만 또 이렇게 공유하고 있고, 이 매혹의 흐름이 독자분들에게도 잘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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