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수성, 최영미의 ‘명작을 보는 눈’

화가의 우연한 시선

시인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지음 최영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3년 10월 23일 | ISBN 9788956607252

사양 변형판 148x225 · 248쪽 | 가격 14,000원

분야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새로운 감수성, 최영미의 ‘명작을 보는 눈’

 

 “삶이 아무리 혹독하고 고단하더라도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

 

10년간 사랑받고 새롭게 태어난, 시인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그림과 예술을 사랑하는 시인 최영미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 날 선 언어와 도회적인 감각으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의 본격 미술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이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2002년 첫 출간 당시 독자와 언론의 찬사를 받았던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기존의 서양미술사와는 다른 ‘시인 최영미 식의 서양미술사 읽기’라는 평을 받으며 이후 10년간 꾸준한 사랑을 얻어왔다.

일부 도판을 교체하고 문장과 문체를 다듬고 새로운 글 꼭지를 추가했다. 책이 지녔던 감성은 더욱 향기로워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더욱 성숙해졌다. 이집트 왕의 초상 조각에서부터 1960년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까지, 고대부터 현대까지 거장의 삶과 작품을 가득 담았다. 유명한 작품보다, 우연히 시선이 닿은 후로 그의 마음의 눈에 밟히는 미술작품들 위주로 선별되었다. 우리 주위의 사물과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그의 목소리는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탁월한 안목으로 빛나, 글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술은 우리네 삶의 정직한 거울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여기에 ‘사는 만큼 (살아온 만큼) 보인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예술 작품의 감상은 무엇보다도 감수성의 문제이며,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결코 진정으로 느낄 수 없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품과 예술가의 인생으로부터 얻는 환하고 아름다운 위로

마치 시인이 손님을 맞아 집필실 한쪽에 쌓아둔 작품들을 꺼내 먼지를 털고 덮개를 벗겨 작품을 보여주듯이, 이 책에서의 그의 태도는 조근조근 친절하다. 그러나 약간은 고집스럽게 고른 작품들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며, 예술가에 대한 찬탄 또한 숨기지 않는다. 작품에 대해 말하는 동안, 기뻐하거나 감동에 찬 그의 옆얼굴이 바로 보일 듯 생생하다. 독자는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어느덧 그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속으로 번져오는 따스한 감동으로 인해 네모난 화폭에 불과했던 그림이 아주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듯 그림으로부터 얻는 위로는 얼마나 환하고 아름다운가.
저자는 프랑스 옹플뢰르(Honfleur)의 부댕 미술관에서 <흰 구름, 파란 하늘>을 보며 오래전에 읽은 보들레르의 시를 떠올린다.

보들레르처럼 나도 구름을 사랑했다.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구름은 내게 와서 나의 벗이 되어 주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음에도……

-본문 147쪽

그는 유년의 기억을 환기한 부댕의 그림을 본 것만으로도 유럽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여긴다. 이렇게 그림과 시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 한껏 기쁨을 자아냈다가 기억 속에 굳게 자리매김한다.
시인 최영미도 보들레르처럼 그림을 보고 시를 썼다. 미술사를 전공할 당시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공부했던 그에게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은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시인은 예리한 시선으로 그림 속 여인의 모습과 방의 정경을 해부하면서 여인이 처했을 상황과 맥락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고, 이윽고 여인에게 동화된다. “엿보는 자는 결코 알 수 없으리”라고 단언했기에 오히려 그는 그림 속 여인이 된 것만 같다.

묘비명을 다시 고쳐쓰고
충분히 지루했던 40년 생애 동안 나를 속였던
수많은 방들을 건너가, 그 방에 간다
구겨진 몸을 담았던 껍질들을 벗으면
도시의 공허가 칼처럼 내리꽂히는 방.
자신의 그림자에 갇힌
여자의 두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그 빛의 사각형 밖으로 걸어나올 수 있을까

— 최영미, <햇빛 속의 여인>, 《돼지들에게》 중에서

 

시인의 감성과 비평가의 눈, 독특한 균형감각으로 완성한 ‘명작을 바라보는 시선’

모두 23편의 미술 에세이가 실린 이 책은 첫 번째 꼭지 ‘권력의 얼굴 : 고대 이집트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으로 시작하여 ‘참회하는 손은 아름답다 : 도나텔로 <막달라의 마리아>’ ‘누가 이 여자의 입을 지워버렸나 : 도미에 <세탁부>’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 에밀 갈레 <목이 긴 병>’ ‘사각형 속에 길을 잃다 :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의 처연한 내면이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들의 모습, 혹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풍경이 묘사된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새롭게 모로노부의 <뒤돌아보는 미인>을 소개한 ‘에도의 여인’과 브랑쿠시의 <입맞춤>을 로댕과 비교한 ‘사랑과 욕망’을 추가해서 미술 비평서이자 에세이의 외연을 넓히고자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닙니다. 저의 미술 이야기가 유명한 작품에 대한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을 제공하기보다는 우리 주위의 사물과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서두를 장식했다. 누구나 그림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시인의 감성으로 비평가의 눈으로 그려진 미술 에세이가 반가운 이유다.

 

 추천사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든 최영미는 나의 자랑스러운 후배 중 하나다. 그가 미술사에 관해 강의하고 저술활동을 하는 한은 더욱 그렇다. 그리고 항상 후배는 선배가 갖지 못한 새로운 면이 있듯이 최영미는 미술품을 보는 눈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각이 살아 있다. 최영미가 《시대의 우울》에 이어 두 번째 펴낸 서양미술사 이야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시인다운 감수성과 미술사학도다운 관찰력으로 읽어 낸 일종의 ‘명작을 보는 눈’이다. 나는 최영미의 눈을 통하여 몇 번이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디테일을 알아차리며 역시 후배는 결국 선배를 딛고 가든 비껴가든 앞질러 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유홍준(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목차

작가의 말

1. 권력의 얼굴 _ 고대 이집트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
2. 어미에서 여신으로 _ 기원전 2세기 그리스 <승리의 여신상>
3. 참회하는 손은 아름답다 _ 도나텔로 <막달라의 마리아>
4. 성스러운 인간의 세속적인 사랑 _ 미켈란젤로가 그린 나체 인물상
5. 매너리즘의 꽃 _ 폰토르모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6. 인간 예수, 이해받지 못한 자의 고독 _ 바로크 시대의 종교화 <엠마우스에서의 만찬>
7.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_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8. 화가의 우연한 시선 _ 베르메르 <연애 편지>
9. 에도의 여인 _ 히시카와 모로노부 <뒤돌아보는 미인>
10. 죽음을 기억하라 _ 네덜란드 정물화의 숨겨진 주제
11. 로코코의 살롱과 부엌 _ 로코코의 여인들
12. 화가와 하녀 _ 들라크루아 <제니의 초상>
13. 누가 이 여자의 입을 지워 버렸나 _ 도미에 <세탁부>
14. 건초마차와 증기기관차 _ 컨스터블과 터너의 풍경화
15. 저기 흘러가는…… _ 부댕 <흰 구름, 파란 하늘>
16. 위대한 눈 _ 모네 <파라솔을 든 여인>
17.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_ 드가 <압상트 주>
18. 움직이는 정물 _ 세잔 <사과, 유리잔이 있는 정물>
19. 세기말의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팜 파탈 이미지 _ 로제티 <레이디 릴리트>
20.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_ 에밀 갈레 <목이 긴 병>
21. 사랑과 욕망 _ 브랑쿠시 <입맞춤>
22. 당신이 보는 것은 과연 진짜인가 _ 르네 마그리트 <못 박힌 시간>
23. 사각형 속에 길을 잃다 _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에필로그 _ 말하는 풍경

도판목록

작가 소개

최영미 지음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50만 부가 넘게 팔리며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후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내가 사랑하는 시》를 출간했다. 2005년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를 발표했고, 산문집으로 《시대의 우울:최영미의 유럽일기》,《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번역서로 《화가의 잔인한 손 : 프란시스 베이컨》, 《그리스 신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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