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 대표작

한 톨의 밀알

원제 A Grain of Wheat

지음 응구기 와 티옹오 | 옮김 왕은철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6년 10월 4일 | ISBN 9788956606019

사양 변형판 150x210 · 388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로터스문학상·노니노국제문학상·전미도서상·니콜라스기옌문학상·박경리문학상
탈식민주의 문학의 정점 · 세계문학사의 새로운 전환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 대표작
‘아프리카 문학 베스트 100’ 1위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꼽히며 지난 20일 제6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의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 1967)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응구기 소설의 최정점” “최고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준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으며 ‘아프리카 문학 베스트 100’(짐바브웨 인터내셔널 북페어) 1위에 선정된 대표작으로, 작가가 기존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내용을 수정한 최신 개정판을 반영하여 새롭게 내놓았다.

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한 톨의 밀알》은 마우마우 운동을 비롯한 독립투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케냐 근대사를 다룬 역작이다. 《울지 마, 아이야》 등 이전 소설들보다 훨씬 성숙한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지만 주제나 소재 면에서는 연속성 및 유사성을 띤다. 그러나 회귀적이고 중층적인 서사 구조와 복합적 성격의 다양한 등장인물 등 소설 형식 면에서 중대한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고전적 품격의 서정성과 역동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돌이켜보건대 그의 피는 한 알의 씨를 담고 있었다”
역사의 격동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선택

소설은 케냐 독립일 직전, 평범한 농부 무고에게 마을의 원로 와루이, 무장독립투쟁의 영웅 키히카의 매제 기투아,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여성 왐부이, 게릴라 활동의 주역 R장군과 코이나 부관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고는 과거에 경찰서장을 암살한 키히카를 숨겨주었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채찍질당하던 여성을 구하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세계적으로 그 참상을 널리 알린 수용소 단식투쟁을 이끈 영웅적 인물로서, 이들은 무고에게 나흘 뒤 있을 독립일 기념식에서 연설을 해달라 청하러 온 것이었다. 또한 키히카를 배반해 식민 당국에 넘긴 것으로 생각되는, 백인의 앞잡이로 일한 카란자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한편 기투아는 키히카의 누이 뭄비와의 짧은 결혼생활 직후 수용소에 끌려갔다 6년 만에 돌아왔으나, 시어머니와 함께 힘든 삶을 이어오던 뭄비가 카란자의 아이를 낳은 뒤였다.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신념을 버리고 수용소에서 풀려나온 기투아는 배신감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독립일 앞뒤 며칠간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50년대 마우마우 독립운동, 1920년대 격변기, 더 나아가 케냐의 전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또한 투쟁과 희생의 키히카, 배반과 고뇌의 무고, 기회주의와 변절의 카란자, 갈등과 성장의 기코뇨, 사랑과 치유의 뭄비 등 명확한 주인공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수 인물들의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져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에 가서는 ‘우리’라는 표현으로 작가의 직접적 개입까지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가 단 한 명의 영웅을 중심인물로 내세우기보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하람베’ 즉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설이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식민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배반과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일 것이다. (…)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자유를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헌신한 “한 톨의 밀알”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역사의 물결에 부대껴 안쓰러운 삶을 살아온 민중을 감싸 안는 작가의 넉넉한 품이다._옮긴이의 말

“자유를 향한 무서운 갈증과 배고픔,
고통과 피와 가난의 한가운데에서조차 삶의 몸부림은 아름다운 것처럼 보였다”
세계문학사에 탈식민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가져온 거대한 전환

작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백인들의 묘사를 통해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파고든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문제 삼는다. 특히 영국 지식인이자 군인 출신으로 경찰서장과 강제수용소 소장을 지내며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한 존 톰슨의 비망록에는 폭력과 야만성을 용인할 수 없기에 식민지인들에게 채찍을 써야 한다는 모순적 사고가 드러나 있다. 그는 독립일 직전 케냐를 떠나면서도 결코 반성하지 않으며 끝없는 지배욕을 드러내는 제국주의의 상징적 인물이다.

채찍을 써야 한다. 어떤 정부도 무정부 상태를 용인할 수 없으며 어떤 문명도 이러한 폭력과 야만성 위에 건설될 수 없다. 마우마우는 악이다. 그것을 저지하지 않으면 우리 문명이 뿌리를 두고 번창하게 된 모든 가치들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91쪽

“설마 이게 여정의 끝은 아니겠지. (…) 아직 우리는 지지 않았어. 아프리카는 유럽 없이는 결코 안 돼.” 255쪽

위와 같은 식민주의·제국주의의 청산은 당연한 것이지만, 작가는 이와 더불어 독립 이후 신식민주의의 문제를 암시한다. 식민 정권에 협력했던 자본가들이나 식민 정권의 하수인으로 민중을 억압했던 경찰과 군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중을 수탈하고 억압할 것처럼 묘사된다.

R장군은 코이나 부관이 최근에 걱정했던 것을 떠올렸다. 코이나는 케냐가 독립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들려 있는 식민지 과거의 망령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 나이로비 거리에서 행진을 하는 군인들은 ‘케냐 토지 및 자유 수호단’이 아니라, 잭슨이 교회 안에서 했던 일을 전선에서 했던 식민지 군대인 영국 여왕의 ‘왕립 아프리카 소총 부대’인 것도 사실이었다. 335쪽

이런 맥락에서 이후 포스트식민시대 정치적 문제들을 형상화한 《피의 꽃잎들》이나 《십자가 위의 악마》는 “작가가 《한 톨의 밀알》에서 암시하고 예언한 것을 외연화하고 확장한 소설들”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언어적, 예술적 감각으로써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인 심리를 묘파하여, 인간의 보편적 비극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한 《한 톨의 밀알》은 응구기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이자 세계문학사에 탈식민주의 흐름을 가져온 위대한 전환적 작품이라 하겠다.

목차

한 톨의 밀알
옮긴이의 말/고전적 품격의 아프리카 소설

작가 소개

응구기 와 티옹오 지음

1938년 케냐에서 태어났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청소년기에 마우마우 무장독립운동을 겪은 응구기는 초기 작품들에 당시의 경험을 투영했다. 식민지 엘리트 중등학교였던 얼라이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국의 리즈 대학교에 입학한 1964년에 영국 식민 치하의 케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첫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를 발표했다. 이 소설로 호평을 받은 응구기는 작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다. 1965년에 《사이로 흐르는 강》을, 1967년에 《한 톨의 밀알》을 출간하고 나이로비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1977년에 케냐의 신식민주의 문제를 파헤친 《피의 꽃잎들》을 발표하고, 키쿠유어 연극 〈결혼하고 싶을 때 결혼해요〉를 상연한 후 정치적 탄압으로 1년간 투옥되기도 했으며, 옥중에서 《십자가 위의 악마》(1980)를 집필했다. 결국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예일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했고, 1987년 《마티가리》를 발표했다. 2004년 소설 《까마귀의 마법사》를 출간하고 22년 만에 케냐로 귀향했으나 정치적 테러를 당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로터스문학상(1974), 노니노국제문학상(2001), 전미도서비평가상(2012), 니콜라스기옌문학상(2014) 등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의 대표적인 후보로 손꼽히는 응구기는 2016년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왕은철 옮김

전북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메릴랜드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으며 유영번역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전북대학교학술상, 전북대학교수업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 《비구름이 모일 때》 《피의 꽃잎들》 《거짓의 날들》 《예닌의 아침》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등 4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문학의 거장들》 《J. M. 쿳시의 대화적 소설》 《애도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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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8 =

  1. 신승철
    2016.11.02 7:47 오후

    P.308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 요한복음 12장 24절

    노벨문학상의 대표적인 후보이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을 만나 본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라서 조금은 설레이면서 응구기의 소설 한 톨의 밀알을 읽어 보았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서정적인 배경 묘사가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품속에서 느껴지는 작가 응구기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다시 한번 조국애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조국 케냐의 독립과 그 과정에서 파생된 비극적인 개인들의 아픔과 슬픔을 담고 있어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로 느껴졌다. 케냐의 독립까지의 역사와 격변기속에서 삶이 망가져버리고 정신마저 망가져버리고 만 여러 인간들의 모습을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 묘사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우리 나라보다 늦게 독립을 맞게되는 케냐의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되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케냐의 슬픈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독립운동이 소설의 주가 되지는 않고 그 과정에서 자유를 찾기위한 독립항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과 그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이들간의 갈등과 갈등속에서 발생하는 많은 아픔과 슬픔이 주로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기위한 방법을 모색해가는 작가의 노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의 배경이 식민지를 탈피하려는 독립 항쟁속에서 일어나는 아픔과 비극이여서 일제 식민지 통치로 아픔을 겪었던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이야기속 젊은이들은 험난한 격변기를 온 몸으로 견뎌내며 각자가 선택한 정의가 절대 선이 아닌 까닭으로 힘겨워 한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바우바우 운동의 지도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위대하게 생각하면서 그런 삶을 선택하지 못 한 자신들의 삶을 부끄러워하며 자괴감에 힘들어 한다. 그런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픈 현실을 너무나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잔인한 현실이 미화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수용소에서 사랑하는 부인과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등지고 돌아온 기코뇨를 기다린 현실은 너무나 아프고 슬픈 것이었다. 그런 슬픔과 아픔이 그토록 사랑했던 부인 뭄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지는 우리들 삶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런 아이러니한 삶들 보여주던 이야기의 정점은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무고 라는 독립운동 영웅의 연설에서 극에 달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고라는 한 인간이 선택한 것이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일까하는 의문을 버릴 수 없었다. 진정한 용기와 신념 없이는 불가능했을 무고의 선택을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