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된 바로 그 소설

동의

원제 Le Consentement

지음 바네사 스프링고라 | 옮김 정혜용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1년 2월 1일 | ISBN 9791191071344

사양 변형판 128x188 · 256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2020 엘르 여성 독자 대상

책소개

“그 아이는 동의했어.”

공모의 메커니즘을 냉정하게 해체하여
사회 전체에 질문을 던진, 증언 그 이상의 책
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된 바로 그 소설

★ 2020 엘르 여성 독자 대상 수상작 ★ 전 세계 20개국 언어로 번역·출간 ★
★ 29주간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출간 3개월 만에 18만 부 판매 ★
★ 〈르 몽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유수 언론의 화제작 ★

“안 된다, 안 돼. 《동의》를 읽다가 몇 번이나 주인공의 손을 잡아끌어 G의 손아귀로부터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자아이들만을 성적 대상으로 하면서 그 침묵이 동의라고 공격적으로 정당화한 문인 G에게는 이미 지켜야 할 명예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는 사인을 주는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G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책이 읽혀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 _이다혜(〈씨네21〉 기자, 작가)

2020년 1월, 유명 문학 출판사 쥘리아르의 대표 바네사 스프링고라(Vanessa Springora)는 프랑스판 문단 미투 운동을 촉발하는 자전적 소설 《동의》를 발표한다. 약 30년 전 13세 때 처음 만났던 유명 작가와의 성 착취 관계를 폭로하는 이 소설은, 수상쩍은 성 윤리에도 불구하고 2013년 에세이 부문 르노도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문단 내에서 강고한 위치에 있던 가브리엘 마츠네프(Gabriel Matzneff, 1936~ )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몇십 년간 공고히 다져진 프랑스 문단의 위선을 낱낱이 고발한 문제작이다. 출간 직후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29주간 자리를 지켰으며, 전 세계 20개국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화제를 낳고 있다. 2020년 엘르 여성 독자 대상을 수상했다.

50세 청소년성애 작가와 14세 소녀의 성 착취 관계
진정한 ‘동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아주 빈번하게, 성 착취와 약자 착취, 이 두 가지 경우에서 동일한 현실 부정을 만나게 된다. 즉 스스로를 희생자로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동의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 어떻게 자신이 착취당했음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이 경우, 상대방 성인에 대해 욕망을 느꼈고 그 성인이 재빨리 그러한 욕망을 이용했다면? 나에게서 희생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서, 나 역시 여러 해 동안 그 개념을 붙들고 씨름을 하게 되리라. _191쪽

어느 날 저녁, 편집자인 어머니를 따라간 사교 만찬장에서 13세의 V는 거의 50세인 유명 작가 G를 만난다. V는 부모의 이혼에 더해 언제나 ‘존재하나 부재하는’ 무심한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아왔고, 아버지의 대체물을 찾아다니며 무의식적인 부성애 결핍증을 보상받고자 했다. 또한, 고독한 내면세계에 침잠한 독서 행위를 통해 현실을 버텨나가며 문학과 문인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취약한 심리 구조를 가진 V는 나이 어린 청소년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청소년성애자’이자, 이미 문단 카르텔 안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G에게는 너무도 적절한 먹잇감이었다. G는 즉각 온 재능과 지성을 총동원해 욕구 충족에 나서서, 갓 14세가 된, 어린 여자아이에 불과한 V를 성적으로, 정서적으로, 문학적으로 착취하기에 이른다.

닥치는 대로 마셔버리게 하는 갈증, 약물 중독자의 갈증과 같은 결핍, 애정 결핍. 중독자는 손에 넣은 약물의 품질이야 어떻든지 간에 개의치 않고, 치사량을 스스로에게 찔러 넣으며 효과가 좋으리라고 확신한다. 안도, 감사, 그리고 황홀경을 느끼며. _100쪽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폭력에 관대한 사회 속에서 부모의 방관과 학교 기관의 방치 등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성 맹수’에게 걸려든 V는 복구가 불가능하게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황폐해진다. 그러나 그 어떤 물리적 폭력을 당한 적 없고, 스스로 G에게 사랑을 느끼고 다가갔다는 점 때문에, 오랜 기간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정상적인 삶의 주변부에서 방황한다.

왜 열네 살짜리 여자아이는 자기보다 서른여섯 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거지? 백번도 넘게 그러한 질문을 곱씹었다. 그 질문이 처음부터 잘못 제기되었음을 알지 못하고서 말이다. 나의 끌림이 아니라 그의 끌림에 대해 물어야 했던 거다. _147쪽

미성년 피해자에게 왜 아버지뻘 남자에게 끌리는지를 묻기 전에 성인 가해자에게 왜 너는 어린 청소년에게만 끌리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V 역시 자신이 성폭력 사건의 희생자임을 받아들이기까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작가는 특히 가스라이팅이 필연적인 청소년 성 착취 사건에서 가해자가 무기로 삼고 사법부가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동의’라는 개념을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개념인지 알기에) 그 무엇보다도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촉구한다.

성폭력 희생자의 증언 그 이상의 선언
프랑스 문단과 지식인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

너무도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갇혀 맴돌며, 살인과 복수가 우글대는 꿈을 꿔왔다. 드디어 내 눈앞에 자명한 이치처럼 해결책이 나타나던 그날까지는. 사냥꾼이 쳐놓은 올가미로 사냥꾼을 잡기. 바로 그를 책 안에 가두기. _7쪽

결국 글을 쓰라고 설득한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남자다. 글을 쓴다는 건 다시 나 자신의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것이어서였다. 너무나 오래전부터 빼앗겼던 나의 이야기. _241쪽

이 소설은, 문단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의 피해자였던 어린 V가 (심지어 한때는 마츠네프의 작품을 출간한 적 있는) 유수의 문학 출판사 쥘리아르의 대표 바네사 스프링고라로 다시 설 수 있기까지 자기 자신의 내면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분석한 정밀한 기록이자, 이러한 성폭력을 독립적인 두 인물 사이의 자유로운 사랑 행위로 용인하고 부추겼던 프랑스 문단과 지식인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다.

“G는 예술가, 아주 위대한 작가이고, 어느 날엔가는 세상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 G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여야죠. G가 당신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예랍니다. V가 해야 할 역할은 창작의 길을 걷는 그 사람과 함께 걸어주는 것, 그리고 그의 변덕에 맞춰주는 거예요.” _161쪽

마츠네프의 멘토로서 역시 이름 높은 철학자 에밀 시오랑이 자신을 찾아와 고통을 털어놓는 V에게 예술가의 고통과 뮤즈의 역할에 대해 (내조나 잘하라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부분은 불쾌감을 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장면으로, 마츠네프가 어떤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필리핀의 어린 남자아이들과의 성행위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둔갑시키고, 어린 여자아이들과의 성 착취 관계를 추억 팔이 해가며 문단 내 주요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성폭력 희생자의 글쓰기 테라피로 시작된 소설은 예술가가 예술을 내세워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나아간다.

《동의》는 성폭력 희생자의 증언이기도 하지만, 문단의 선배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와 글을 약탈당했던 한 작가의 정당한 문학적 대답이자 응징이다. 따라서 이 ‘슬프고 용기 있는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단 내 성폭력, N번방 사건 등 지금 여기의 한국 사회 역시 풀어나가야 할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차

서언•6

1부 아이•11
2부 먹잇감•39
3부 사로잡히기•89
4부 벗어나기•133
5부 흔적•179
6장 글을 쓰다•215

추신: 독자에게 일러두기•247
감사의 말•248
옮긴이의 말•249

작가 소개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프랑스의 편집자, 작가, 영화감독.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표류(Dérive)〉(2004)로 2005년 다큐멘터리 영화제 트라스드비에서 죄네스상을 수상했다. 2006년부터 쥘리아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2019년 12월에 쥘리아르 출판사 대표로 임명됐다. 2020년 1월에 출간한 데뷔작 《동의》는 작가가 미성년이었던 14세 때 당시 50세였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와의 성적 학대 관계를 폭로한 소설로, 프랑스 문단의 위선을 고발하며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문제작이다. 이 작품으로 2020년 엘르 여성 독자 대상을 수상했다.

정혜용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E.S.I.T.) 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출판기획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 논쟁》이 있고, 역서로 마리즈 콩데《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기 드 모파상 《삐에르와 장》 《비곗덩어리》, 레몽 크노 《지하철 소녀 쟈지》 《연푸른 꽃》, 아니 에르노 《한 여자》, 발레리 라르보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페르미나 마르케스》, 마일리스 드케랑갈 《식탁의 길》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에두아르 루이 《에디의 끝》 등이 있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2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