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노벨문학상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세구: 흙의 장벽 2

원제 SÉGOU, TOME 1 : LES MURAILLES DE TERRE

지음 마리즈 콩데 | 옮김 정혜용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2년 5월 30일 | ISBN 9791167371775

사양 변형판 130x190 · 496쪽 | 가격 15,0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6 |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지배와 피지배착취와 피착취,

민족·인종·종교·젠더의 핏빛 투쟁

트라오레 가문의 비극으로 써 내려간 생명의 역사

대안 노벨문학상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현대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진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세구: 흙의 장벽》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5, 6권으로 출간됐다.

《세구: 흙의 장벽》은 18세기 세구 왕국(현재는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도시)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생명력 넘치는 왕국이 점차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싼 역사의 풍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구의 명문가 출신인 두지카 트라오레와 그의 네 아들이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들어 겪는 고난과 시련은 세구 왕국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분열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2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이 소설은 매년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지역의 여성 작가 한 명에게 수여하는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며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구: 흙의 장벽》은 마리즈 콩데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그의 최대 히트작이자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대표작이다.

 

판타지 같은 배경 위에 펼쳐지는 장대한 역사소설

낯선 신비 아래 감춰온 잔혹한 진실

 

이 소설은 판타지로 느껴질 정도로 우리에게 생소한 이야기다. 처음 출간됐을 때도 어떤 이들은 공상과학소설처럼 받아들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작가가 직접 말한 바 있다. 이야기는 ‘그리오’라고 불리는, 왕과 귀족들의 조언자이자 백성들을 위로하는 예능인인 아프리카 구송시인의 노래와 그 노래를 듣는 주인공 두지카 트라오레의 불길한 예감으로 시작한다.

‘세구는 술책이 자라나는 정원이다. 세구는 배신 위에 세워진다. 세구 바깥에서 세구에 대해 말하라. 하지만 세구 안에서는 세구에 대해 말하지 마라.’

그리오들이 부르는 그 노래에 두지카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들어 넘겼던 적이 수도 없이 많은데, 왜 그 노래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까?_1권 11

《세구: 흙의 장벽》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지극히 낯선 요소들로 가득하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 먹어본 적 없는 음식, 본 적 없는 의복. 그리오들의 노랫소리, 앞날을 내다보고 신들과 교감하며 운명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던 철물장인 주물사들의 주술.

그러나 마법같이 신비로운 포장지 아래에 있는 것은 실존했던 사람들과 왕국, 사건 등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역사가 없는 땅으로 여겨진 아프리카 대륙, 서구 역사의 주변부로만 기록되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대서사시로 촘촘하게 엮어낸다.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과 가치를 전하는 현대의 그리오이자 주관적 사실주의에 기반하여 서술하는 서구적 의미의 소설가로서 그는 18세기 아프리카가 겪은 풍파를 그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미지의 역사를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내어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담은 새로운 고전

 

낯선 문화와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출간 당시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소설이 독자에게 멀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토착 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벌어지는 종교전쟁과 아프리카를 문명화한다는 명목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서구 제국주의처럼 아프리카 대륙을 조각내고 그들의 전통을 파괴한 거대한 사건들을 이 소설은 거시적인 사건의 나열로 다루지 않는다. 그 사건들이 어떻게 개인과 가족을 파괴하고 왕국과 대륙을 쇠락의 길로 이끌었는지, 그 역사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밤바라족이 지배하는 세구 왕국과 세구의 명문가 트라오레 가문이 있다.

최근까지도 두지카의 영지는, 그와 그곳의 다른 아이들에게는 전쟁이나 포로나 노예매매 등 세상의 온갖 소음이 들리지 않는 포근한 우주였다. (…) 사랑하는 큰형 티에코로가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떠나가버리면서, 그러한 행복의 장벽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겨났다. 나바는 이제 갑자기 공포와 두려움과 맹목적인 악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영지 뜰에서나 만사의 궁에서 포로들을 본 적이 종종 있었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적은 전혀 없었다. 그는 그들을 측은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이 아니었고, 정복당한 부족에 속했으니까. 그도 똑같은 운명을 겪게 될까? 신분을 빼앗기고 주인에게 팔려, 주인의 땅을 경작하며 모두에게서 경멸을 받는?_1140-141

아버지 두지카가 삭탈관직을 당하고 장남 티에코로가 이슬람으로 개종하여 세구를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세 아들 시가, 나바, 말로발리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뿔뿔이 흩어진다. 이들은 노예무역, 제국주의, 기독교, 이슬람과 같은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쓸린다. 우리는 그들을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떠미는 힘과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저항하는 모습, 그리고 그 힘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잔해를, 갈라진 세구 왕국과 아프리카 대륙을 본다. 트라오레 가문의 비극은 그 땅에 깊이 파인 상흔 중 하나다.

그러나 작가는 아프리카 토착민과 흑인의 편에 서서 백인과 외세를 단죄하는 평면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체성의 조합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하나의 정체성이나 신념으로 묶이는 집단 내에서도 완전히 단결되지 않는 인간의 특성, 지금의 우리도 통감할 수밖에 없는 그 복잡성을 장대한 서사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예컨대 나바는 자신이 노예로 잡혀가 그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노예들을 측은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고 하고, 심지어 한 흑인 인물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의 불행한 대륙에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일, 그건 유럽 국가,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통치를 맡아 해주면서 무지하고 물신숭배자인 우리의 왕들을 왕좌에서 몰아내준다는 거지!”_2권 320

흑인은 백인에 맞서는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이슬람 신도인 노예가 가톨릭 신도인 노예를 죽이려고 한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가운데 때로는 여성 사이에 갈등이 일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중과 공감이 싹트기도 한다. 인간 존재의 입체성이 이야기 속에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타자를 마주했을 때 민족, 종교, 인종, 젠더와 같은 정체성이 상황과 맥락 속에서 교차되고 충돌하며 빚어내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이야기된 적 없는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그저 찬양하기보다는 그의 관점에서 본 대륙의 과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내가 《세구》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이해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나에게 《세구》는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숙고이자 지금 아프리카가 부패하고 쇠퇴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한때 강대하고 아름다웠던 곳에서 지금 사람들은 굶고, 싸우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그 소설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찬양만을 보느라 그건 보지 못하더군요. (…) 아프리카를 사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를 속속들이 이해해야 하는데, 그 누구도 그런 수고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죠.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그게 뜻하는 바도 모르면서 찬양만 합니다.” _존스 홉킨스 대학교 출판부 Callaloo 마리즈 콩데 특집호 작가 인터뷰 중

 

■ 추천의 말

“아프리카 역사의 한 시기에 대한 경이로운 소설.”_뉴욕 타임스

“이국적이고 풍부한 질감과 디테일을 가진 이 이야기는 모든 페이지가 보석 같은 문화적 매혹으로 반짝거린다.” 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목차

3부 고약한 죽음 • 7
4부 기름진 피 • 187
5부 물신들이 떨었다 • 359

옮긴이의 말 • 484

작가 소개

마리즈 콩데 지음

1937년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태어났다. 파리3대학에서 앤틸리스제도 문학의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관한 연구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아프리카 기니, 가나, 세네갈에서 프랑스어를, 파리4대학, 파리10대학, 파리3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그 후 UC 버클리, 버지니아 대학, 메릴랜드 대학, 하버드 대학을 거쳐 1995년부터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랑스어권 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 명예 교수이다.
초기에는 희곡을 썼으나, 파리에서 교육받은 젊은 흑인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내용의 《에레마코농(Hérémakhonon)》(1976)을 시작으로 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세구 밤바라 왕국의 몰락을 그린 역사소설로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한 《세구(Ségou)》(1984)와 17세기 미국 청교도주의 시대에 마녀로 몰렸던 흑인 노예의 삶을 그린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1986)를 발표하면서 현대 탈식민주의 문학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로는 여성 문학 대상, 일드프랑스 젊은 독자 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상,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문학상, 메트로폴리스 블루 대상, 트로피크상, 아프리카 카리브 예술상, 메티스 소설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4년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수훈했다.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작품으로 《사악한 삶(La vie scélérate)》 《마음의 이주(La migration des cœurs)》 《데지라다(Desirada)》 《웃고 우는 마음(Le cœur à rire et à pleurer)》 《빅투아르, 맛과 말(Victoire, les saveurs et les mots)》 《어두운 미녀들(Les belles ténébreuses)》 《침수를 기다리며(En attendant la montée des eaux)》 《이방과 이바나의 슬프고 놀라운 운명(Le fabuleux et triste destin d’Ivan et d’Ivana)》 등이 있다.

정혜용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E.S.I.T.) 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출판기획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 논쟁》이 있고, 역서로 마리즈 콩데《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기 드 모파상 《삐에르와 장》 《비곗덩어리》, 레몽 크노 《지하철 소녀 쟈지》 《연푸른 꽃》, 아니 에르노 《한 여자》, 발레리 라르보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페르미나 마르케스》, 마일리스 드케랑갈 《식탁의 길》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에두아르 루이 《에디의 끝》 등이 있다.

표지/보도자료 다운로드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5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