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누군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건
말려들기 시작했다는 것”
사람 하나 개 하나 고양이 둘
어쩌다 가족이 된 우당탕탕 도대체 씨네 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Lik-it)’의 열 번째 책 《이왕이면 행복해야지》가 출간되었다. 위기의 순간, 촛불처럼 환한 웃음 요소를 탁월하게 포착해내는 ‘도대체’ 작가의 따뜻한 그림 에세이이다. 길고양이 ‘꼬맹이’와 ‘장군이’와의 소박했던 첫 만남부터 가족으로 맞이하고 사랑의 무게를 실감하기까지의 짧지 않은 여정이 유쾌하게 담겼다. 희망 없는 세상에 나를 좋은 사람이라 기억할 작은 존재들을 위한 깊은 마음을 그렸다.
먹고살기의 괴로움을 나누며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가 된 새로운 가족의 탄생
오래전 미래를 떠올렸을 때,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려본 적 없던 ‘도대체’ 작가는 어쩌다 다종가정(多種家庭)을 꾸려 오늘을 살아간다. 다용도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축대 위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그날부터 인연을 맺게 된 길고양이들은 개 ‘태수’와 늘 나서는 산책로에서, 주택가 계단 밑, 수풀 뒤, 동네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 없던 빛이 탁, 하고 켜진 것 같은 이 경이로운 경험을 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지만 ‘뽕나무파(派)’, ‘오합지졸파’, ‘운동기구파’ 등 제각각 고충을 나누며 어울리는 무리가 있고 힘겹게 생존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정을 붙이고 보살핌의 손길을 건네기 시작한다.
그런 말을 하며 우쭐거리고 있으면 어쩐지 세상이 넓다는 걸 모르는 꼬맹이가 가엾게 느껴지다가도, 이어서 ‘내 신세는 뭐가 다른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성벽 저쪽에도, 길 건너 저편에도, 저 멀리 보이는 빌딩 숲 너머에도, 심지어 강 건너 바다 건너에도 세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뿐, 매일 똑같은 길만 오가며 살고 있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본문 중에서
붙임성 좋고 활발해 가진 이름도 서너 개,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내성적이고 경계심 강하지만 속정이 깊어 자식도 아닌 새끼 고양이를 거두어 가르치고 보살피는 고양이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한가지로 겪는 것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때엔 안전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구석으로 내몰리고 만다는 것. 약자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숙명이 애달파 방법을 모색하던 작가는 점점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의 무게와 책임을 실감하게 된다.
태어나보니 고양이, 태어나보니 사람
이왕이면 함께 행복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 은신처를 잃은 ‘꼬맹이’와 길에서 어린 새끼들을 거두어 착하게 살아왔지만 누군가에게 험한 일을 당한 ‘못난이(개명 후 장군이)’를 집으로 데려와 살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지만 삶의 일부를 나눈 존재를 외면할 수 없었음을 작가는 고백한다. 다행히 이 모든 여정을 함께한 개 ‘태수’는 크게 꾸짖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지켜봐주었다. 가족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이.
물론 언제나 이렇게 평화로운 광경인 것은 아닙니다. (…) 그럼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코를 골며 다 같이 자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적어도 이 녀석들이 맘 편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본문 중에서
《이왕이면 행복해야지》에는 무엇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사소한 애정에 반응하는 모습이 반가워 길고양이들에게 꾸준히 안부를 전하던 작가는 결국 묘생(猫生)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곁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혼자도 벅찬 삶의 무게에 말조차 통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졌지만 기어코 생활을 버티게 한 것은 함께하는 동안 감탄을 자아내는 설렘과 감동의 순간들이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사람만큼이나 성격이 제각각인 동네 길고양이들이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며 관계 맺는 방식,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은 놀라우리만치 인간사와 흡사하여 결핍에 가까운 현대사회의 ‘연대’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낸다. 또한 생명의 소중함과 그로부터 시작되는 웃음과 희망의 가능성은 물론, 약자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책임 의식에 관한 따뜻한 생각할 거리를 내놓는다. 눈물겹게 귀엽고 발랄한 에피소드에 애정 어린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에세이 《이왕이면 행복해야지》는 팍팍한 현실을 이겨내게 하고 우리를 보듬고 성장시키는 ‘가정’과 ‘가족’에 대한 믿음을 담아 울림을 전한다.
프롤로그
#오늘부터 1일
첫 만남
너의 이름은
호시탐탐 밥 자리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울긴 왜 울어
맨날 보는 놈
이런 오해라면
고양이라고 우정이 없을쏘냐
뽕나무 구역을 스치는 찬바람
춘식이는 춘식이
오래오래
후회해도 늦었지
운동기구파
아, 어리석은 처피여
못난아, 못난아
꼬마를 데리고
접대용 목소리
도망쳐라!
선의와 악의
여럿이 지키고 있어
사라진 꼬맹이
비닐 한 장
기막힌 재회
차례
이렇게 된 사연
다시 찾은 평화
겨울나기
겨울의 끝
까만 어미 놈의 결심
까망베르와 베르베르와 베르나르
빈집
그냥 쓰레기가 아니야
양보 못 해
주택가의 덕목
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위안
#우리 집 길고양이
도심의 샘 하나
어머니의 마음이란
싸우는 고양이보다 말리는 내가
용감하구나
사냥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고양이님!
좋아해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두커니
세상의 저편
겨울집 단장
아무도 모르게
수상한 기색
그날
에라, 모르겠다
어두워져도 너는 안전해
횡재지, 횡재야
운동기구파의 시련
털밭을 뒹굴며
이사 결심
사람 하나 개 하나 고양이 둘
사라진 꼬리
착하게 살았으면 복을 받아야지
기쁜 전화
착한 태수야
밥과 약은 꼬박꼬박
가장 높은 곳의 고양이가 가장 안전하다
재수술을 받다
너를 싫어해
방 밖으로
매일이 특종
장군이와 살 것을 선언합니다
꼬맹이의 도발
장군이의 울음소리
다시 이사
행복해야지
우리의 볼만한 미래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