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콰마린

지음 백가흠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6월 30일 | ISBN 9791167374455

사양 변형판 135x205 · 320쪽 | 가격 17,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이제 잠잠하고 고요한 아콰마린의 빛으로 함몰되어라.”

소설가 백가흠 10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되살아나는 비극이 가리키는 하나의 진실
살아 있는 과거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2001년 단편소설 〈광어〉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20년이 넘게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백가흠이 장편소설 《아콰마린》으로 돌아왔다. 2014년 《마담뺑덕》 이후 10년 만의 장편소설인 이번 작품에서는 청계천에서 절단된 손이 발견된 사건을 시작으로 기이하고 하드보일드한 서사가 이어진다. 무탈한 정년퇴직을 꿈꾸는 반장을 중심으로 좌천되어 떠밀리듯 합류한 선배 형사,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된 신입 등 자신만의 이유로 ‘미스터리사건 전담반’에 모이게 된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숨기고 있던, 혹은 가려졌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 앞에 떳떳해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작가는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집요하게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별자리가 되어버린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의 비극적 신화는 현재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건으로 연결되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모든 사건들은 에로스의 화살촉처럼 날카롭게 하나의 진실을 겨눈다. 그 진실의 결말은 모두가 불행한 비극으로 예정되어 있다.

 

“당연히 만난 적 있지. 여러 번 만났어. 그런데 아마 넌 기억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나는 곳곳에 있거든. 나와 같은 사람 말이야. 너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말이야.”

어느 봄날 청계천에서 잘린 손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문양을 만들고자 한 듯 괴상하게 꺾인 손마디와 아콰마린색으로 칠해진 손톱. 경찰 내 신설된 부서인 ‘미스터리사건 전담반’(일명 ‘미담반’)의 반장인 ‘케이’와 팀원들은 이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따로, 또 함께 수사해간다.
케이는 얼마 전 겪었던 일로 심기가 불편하던 상태였다. 그가 강력반 초년 시절 맡았던 한 사건의 범인의 아들 ‘김현원’이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껄끄러운 과거의 기억을 묻어버리고 싶은 케이는 계속되는 그의 연락을 피한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의 지난 일이었고, 이미 잊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또렷해지는 기억이 그 일을 현재로 만들어버렸다. _본문에서

한편, 미담반의 막내 ‘김세영’은 2월부터 자신에게 전달된 크리스마스카드에 대한 단서를 쫓고 있다.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오래전 실종되어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세영이 경찰이 된 계기이기도 하다. 카드에 적힌 메시지가 성경 중 욥기의 구절임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온 메시지가 아버지의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김현원 역시 욥기의 구절이 적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게 되며, 이것이 단순히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 배후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접근하며 김현원이 잊고 있던 ‘복수’의 감정을 일깨운다.

“우리는 다 그렇게 연결되어 있어요. 당신은 둘 중 첫째예요. 마지막 남은 하나의 유일한 하나를 만나야 합니다. 아버지를 위해, 할머니를 위해 복수해야지요. 무엇보다 당신이 빼앗긴 인생을 위해서 그녀를 만나야 해요.” _본문에서

‘청계천 손 토막 사건’ 이후로도 청계천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대구 수성못에서 잘린 양발이 놓여 있는 등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며 점점 미스터리에 빠져가는 듯하다. 그러나 잘린 손의 주인이 살아 있음이 밝혀지며 점차 사건들의 실마리가 드러나는데……. 다시 한자리에 모인 미담반 사람들은 각자의 진실을 품고 비극적 엔딩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상처받은 이들은 어떻게 결말을 바꿀 수 있을까
모든 걸 딛고 나아가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

결국 한 국가의 역사란 곧 개인에게 당도할 미래의 한 지점이 될 거란 말은 과장일까요. 이 소설은 결국 미래의 한 지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아콰마린》 속 여러 인물의 삶에서 드러나듯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로만 남지 않는다. 언제든 그것은 다시 살아나 현재의 우리를 시시각각 압박해온다. 과거를 모른 척 덮어두기만 한다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작가는 우리가 외면해왔던 역사의 아픈 지점을 가리키며 우리 모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문학의 힘으로, 과거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상처를 아무리 살피고 치유한다고 해도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잊지 않고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지만 단순히 명령받은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는 아이히만의 ‘악’은 그가 원래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유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영원히 우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선택은 “한 국가의 역사”가 된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그 이전에, 어떤 문제 앞에 놓였을 때 생각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택 너머 상처받을 사람들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끝나지 않는 이 비극과 희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사회화된 은폐이자 강요된 집단망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는 군 의문사와 전시국가폭력에 의한 집단학살을 제외하고, 권위주의 정권은 물론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보다 광범위한 국가공권력의 수사사법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신원 보호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하다. 대신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사적 제재’를 둘러싼 논란만이 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복에 겨워하고 있으며,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피해자를 가해했던 수사사법 담당자들은 두터운 사법 기득권의 저편에서 지연된 정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 《아콰마린》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잊어버려 멈춘 ‘정의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으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_배상훈(프로파일러)

목차

아콰마린 011
작가의 말 316

작가 소개

백가흠 지음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산문집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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