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김의경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5년 12월 18일 | ISBN 9791167376169

사양 변형판 135x205 · 260쪽 | 가격 17,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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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너머 막말 빌런 고객을 찾아
부산으로 향한 스물다섯 청년들의 반란일지!

“케이블에 저당 잡힌 청춘의 보고서”_신수정 문학평론가, 명지대 교수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콜센터》 개정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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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노동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뜻밖의 상호 접속과 위로의 순간을 잡아”내고 “인물들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일으키”게 했다는(문학평론가 정홍수) 평을 받으며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의경 장편소설 《콜센터》(개정판)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 이 작품은 피자 주문 콜센터에서 일하는 스물다섯 청년들의 꿈과 현실을 섬세하게 묘파한 노동소설이다. 주인공 주리, 용희, 시현, 형조, 동민은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앉아서 하는 일이기에 몸은 힘들지 않았지만 매일 지속되는 블랙 컨슈머 ‘슈퍼 진상’의 막말에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들은 ‘슈퍼 진상’에게 복수하자는 공통의 목표를 품은 채 그가 살고 있는 부산으로 향한다. 콜센터에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을 녹여 전화 상담사들이 업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감정 노동을 요하는 여러 직군 중에서도 콜센터 상담사가 주인공인 점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그들에게 ‘랜선 갑질’을 하는 진상 고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기득권층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존재들. 강약약강의 사회에서 그들은 위를 향한 분노 대신,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를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갉아먹는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뒤 자신의 행동에 억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손쉽게 죄책감을 내버리고 만다.

서비스직에게 요구되는 지나친 감정노동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고객 응대의 경우 로봇과 AI로 대체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일터에서 과한 감정 노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 현대 사회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특징일 것이다. 작가는 묻는다. 《콜센터》 출간 즈음 시행된 감정 노동자보호법,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 자신이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는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나은 걸까. 현실적인 꿈이란 대체 뭘까. 모든 꿈은 현실이 되기 전엔 비현실적인 것 아니었나. 먼 훗날 나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아나운서라고 칭하며 진상을 부리고 있지는 않을까.”(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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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어도 좋은 상대는 기껏해야 바다 정도인데.”
잃어버린 자존을 되찾기 위한 우정과 사랑의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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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동갑내기 주리, 용희, 시현, 형조, 동민은 콜센터에서 만났다. 그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는데,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삼아 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고 있다. 서류 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회사들과 달리 콜센터는 면접 기회가 쉽게 주어졌고, 출근까지도 일사천리여서 당장 수입이 필요한 지금의 상황엔 이만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었다. 심지어 근무 시간도 조정이 가능했으니, 잘 활용만 한다면 자투리 시간에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도 있었다.

이들이 콜센터에 지원한 이유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몸이 덜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이야기다. 사무실에 앉아 헤드셋을 착용하고 매뉴얼에 따라 응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고객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소리를 지르고 억지를 부리고 폭언을 남발하는 ‘진상’ 고객들은 그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퇴근한 이후에도 그들의 막말이 이명처럼 귓전을 울렸다. 무시와 멸시는 기본, 심한 경우 성희롱까지 일삼았다. 하루에 수십 번씩 전화를 해 특정 상담원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시현은 업무를 꽤 능숙하게 해내 일반상담사에서 전문상담사로 승급하게 된다. 전문상담사는 일명 ‘진상처리반’이기 때문에 일반상담사에 비해 더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었다. 시현은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언론고시를 준비 중이었고, 진상 고객에 대한 실시간 응대 또한 아나운서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업무라 생각했으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베테랑 시현마저 궁지에 몰아넣은 ‘슈퍼 진상’이 등장한다. 자신이 대기업 부장이라며 갖은 막말을 일삼았는데, 시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직장인이라면 한창 일할 시간인 오후 1시에서 6시 사이에, 그것도 하루에 몇 시간씩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대기업 부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만 할 수 있을 뿐, 시현이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들어주고 매뉴얼에 맞춘 응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대기업 부장’은 포기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현을 괴롭혔고, 그즈음 집안 사정으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더는 다닐 수 없게 된 시현이 결국 폭발하고 만다. 부산 해운대에 살고 있다는 그 ‘대기업 부장’을 찾아내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부산으로 가겠다는 시현을, 그녀를 짝사랑하는 동민이 따라나선다. 처음에는 만류하던 주리와 용희, 형조도 이내 시현 일행에 합류한다. 말도 없이 출근하지 않은 그들의 핸드폰이 연신 울리지만 다섯 친구는 묵묵히 부산으로 향하는데…….

“시현은 하루 종일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저녁을 먹은 뒤 옥상에서 용희의 푸념을 들어주면서도 이제 정말 그만둬버릴까 생각했다. 이제 그만 ‘포기’해버릴까. 하지만 시현은 포기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것을 포기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떠올리며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49쪽)

“용희는 두려웠다. 평생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것이. 취업하지 못하고 결혼도 못한 채로 세상에 내던져지는 것이.”(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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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노동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뜻밖의 상호 접속과 위로의 순간

막말과 폭언, 부당한 대우를 매일 견디면서도 친구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우정과 사랑을 좇고, 서로에게서 희망을 찾아낸다. 복수를 작심하고 비장하게 올라탄 부산행 기차 안에서도 실없이 웃을 수 있는 건 이 시간을 함께 버틸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의경의 소설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동료=친구’라는 등식은, 누적된 감정 노동으로 녹초가 되고 꿈과 현실의 기로 앞에 수시로 무릎을 꿇는 그들의 페이소스에 유쾌함과 경쾌함을 부여한다. 소설가 강영숙은 “이 해프닝 같은 여행이 그들에게는 저항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짚으며 “이처럼 절망하지 않으려 애쓰는 스물다섯 살 청년들은 생활 속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주체”라고 명명한다. 이는 노동을 주제로 한 소설을 주로 써온 김의경 작가가 자신의 소설 속 인물과 독자에게 건네는 일종의 ‘인생 매뉴얼’일 것이다.

“어서 가자. 진상 찾아 삼만 리!”
시현이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출발.”
시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차가 움직였다. 문영 실장으로부터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지만 경쾌한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창문이 닫히고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19~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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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등장인물들의 교차를 통해 소설 또한 교차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모습은 요즈음 세태가 얼마나 헐벗어 있는지 그대로 나타낸다. 헐벗어 있는 게 아니라면 맹렬히 투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젊음은 소모되면서 새로움을 얻어간다. 이 소설의 진실 획득 과정이기도 하다. 아, 우리도 이렇게 살아왔던가. 잊혔던 순간들을 살려내는 소설의 힘이 우리를 남루함에서 이기게 한다. 또 하나의 새로운 소설에 경하를 보낸다. _故윤후명(소설가)

핍박과 궁핍에 굴하지 않는 청춘의 진군가. 눈물겹고 맵싸하고 아리면서도 감상적이지 않고 섬세한 디테일이 밑받침된 긍정의 에너지가 강렬하다. _성석제(소설가)

《콜센터》는 케이블에 저당 잡힌 청춘의 보고서라고 할 만하다. 화를 내고, 소리치고, 윽박지르는 목소리들에 언제나 다정하고, 신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직원들은 우리 시대 케이블의 유령이다. 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한순간이나마 이 속박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꿈꾼다. 케이블을 꿈의 엔진으로 바꾸는 이들의 탈주가 한없이 애잔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이유다. 이제 우리가 《콜센터》의 ‘콜’에 응답할 차례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명지대 교수)

《콜센터》를 읽었을 때 처음에는 무기력에 빠졌다. 하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분노하게 되고 전의를 불태우게 됐다. 콜센터 상담사 다섯 명이 자신들을 감정 노동의 쓰레기통처럼 느끼게 만든 진상고객을 찾아 부산으로 가는 이 해프닝 같은 여행이 그들에게는 저항일 수도 있다는 것. 이처럼 절망하지 않으려 애쓰는 스물다섯 살 청년들은 생활 속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주체가 아닐까. _강영숙(소설가)

《콜센터》는 감정 노동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뜻밖의 상호 접속과 위로의 순간을 잡아내고, 인물들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일으키는 시간에 끝내 도달한다. 그 현재의 미미하지만 단단한 실체는 이 소설의 ‘감정 노동’이 일구어낸 소중한 문학적 진실이라 할 만하다. 막막한 대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연인의 남루하지만 간절한 첫 잠자리는 잊기 힘든 소설적 감흥의 순간을 빚어낸다. _정홍수(문학평론가)

목차

콜센터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심사평

작가 소개

김의경

2014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청춘 파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 《쇼룸》과 산문집 《생활이라는 계절》이 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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