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세계의 출발점이자 집대성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원제 Gra na wielu bębenkach

지음 올가 토카르추크 | 옮김 최성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6년 4월 30일 | ISBN 9791167376442

사양 변형판 135x205 · 568쪽 | 가격 19,8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세계의 출발점이자 집대성

“이 소설들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살가죽으로 만든 유머러스한 박동이다.
이 박동과 함께 독자 누구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_김혜순(시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쓸 수 있는지를 수시로 질문받는다. (……)
나는 궁색한 몇 마디의 대답 대신 이 책을 내밀 것이다.” _구병모(소설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경계를 가로지르는 서사적 상상력의 대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두 번째 단편집이자 가장 대표적인 단편집으로 꼽히는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열아홉 편의 단편은 다채로운 질문과 소재, 서술자 그리고 서술적 실험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개별적인 조각 글들을 이어 붙여 그 사이의 연관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끄는, 토카르추크 고유의 ‘별자리 소설’ 형식을 고안해나가는 실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이후 작품들을 통해 확장된 작가의 문학 세계 전반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세계의 출발점을 담고 있는 이 작품집은, 토카르추크의 기존 팬들에게는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목소리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면서,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거대한 지도와도 같다. 이 책으로 그는 니케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상 독자 선정 부문을 수상했다.

서사적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정수가 담긴
열아홉 편의 이야기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는 제목 그대로, 마치 여러 개의 북을 동시에 연주하듯 다양한 템포의 이야기들과 서로 다른 음색의 서사들을 펼쳐 보이며 독자의 감각을 뒤흔든다. 고정된 자아를 잠시 내려놓고 세계의 박동에 자신을 내맡기는 태도,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이 제안하는 미학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단언하는 대신, 토카르추크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리듬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을 통해 올가 토카르추크는 불협화음인 듯하면서도 하나의 연주로 어우러지는 여러 개의 북의 합주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새로운 소설을 집어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모험을 겪게 되는 추리소설 애호가부터, 1981년 12월 12일 폴란드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바르샤바를 헤매는 영국인 교수, 은퇴 후 낡은 건물을 사서 극장으로 만들어 홀로 춤을 추는 나이 든 발레리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듯한 종말을 마주한 한 부부와, 낯선 도시에서 울려 퍼지는 북들의 연주에 동참하며 ‘나’라는 존재를 새로이 찾아가는 신원 미상의 서술자의 이야기까지. 열아홉 편의 단편들은 작가와 독자뿐 아니라 작가와 서술자, 나와 타인, 진실과 허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공식적인 역사에서 다루지 않는 주변부의 삶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기록하며, 일상과 자아를 해체하여 인간 존재와 세계의 가변성을 담아내는 등 토카르추크 세계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
토카르추크 문학의 본질을 이루는 ‘서술자’에 대한 탐구

한 대학 강연에서 토카르추크는 자신의 초기 단편들을 엮은 이 책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세상에 관해 서술하는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야기를 기록하는 관점에 따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라질 수 있기에,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줄 새로운 유형의 서술 방식과 서술자의 등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더 풍부하고 광대해진 문학 세계를 완성한 창작자가 된 그 시점에 토카르추크가 방점을 찍은 곳에는, 이야기 자체가 아닌 그것을 전하는 목소리, 즉 서술자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던 오래전의 이 초기 작품집이 놓여 있었다.
작가가 ‘훈련’이라고 칭했을 만큼 이 단편집에는 다양한 서술자가 등장한다. 예컨대 어느 단편에서는 읽기와 쓰기, 현실과 허구 사이의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고 작가가 일방적으로 모든 서사를 통제하는 전통적인 서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독자인 서술자가 직접 소설 속으로 침투한다. 어떤 서술자는 모든 존재 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마치 진리를 설파하듯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야기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이 극명히 달라지는 형식적 실험을 이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술자’ 정체성 속에서 찾은
새로운 인간 존재 방식―
유사성을 통한 다정한 유대

‘서술자’에 대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탐구는 표제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은 듯하다. 이 이야기의 서술자는 “마술사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서로 다른 존재들을 내 안에서 언제든 꺼”내어 필요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나의 자아에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가 되는 이 서술자는 어느 특정 성별이나 민족, 사회적 지위와 같은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가 “끊임없이 흔들리며 매 순간 다른 자신을 연주하듯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렇듯 흔들리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서로 교차하며 유사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진실을 드러낸다.

세상 도처에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그저 관점의 차이일 뿐, 모든 존재는 서로 닮아 있다고. 유사성은 사물들을 연결하여 정교한 그물처럼 엮고, 부드러운 질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세계의 뒤엉킨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_534쪽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중에서

열아홉 편의 이야기를 전하는 각각의 다채로운 목소리는 마지막 표제작에 이르러 어느 곳에나 스며들 수 있고 누구든지 될 수 있는 서술자로 결합한다. 이 책을 펼치면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은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서술자들 간에 오가는 대화 소리이자, 한 서술자 안에 존재하는 여러 자아가 충돌하는 소리이다. 이야기들을, 우리와 이야기를, 또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유사성을 담고 있는 이 어지러운 목소리의 합창은 올가 토카르추크가 문학을 통해 닿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지, 서로와의 다정한 유대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의 기록이다.

■ 추천의 글

“독자가 읽고 있는 소설 안으로 들어가 줄거리와 엮이며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게 가능한가. 반대로 소설 속 인물이 독자의 일상으로 나와 함께 어우러져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되어가는 게 가능한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소설들이 이 19편의 단편이다. 이 단편들은 작가가 설파하는 존재론이 아니라 소설 속으로 잠입한 독자의 존재론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화자에 잠식당하고, 독자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을 죽인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이 소설들 속에서 현실을 수정하고, 진실을 실험하면서 소설 안으로 들어온 독자의 존재론적 질문들을 북을 울려 풀어나간다. 이 리듬에 몸을 맡기면 눈이 뜨이고 이 나라와 이 세계의 작동 원리를 직시하게 된다. 이 소설들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살가죽으로 만든 유머러스한 박동이다. 이 박동과 함께 독자 누구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이미 소설 안에 독자의 창조라는 세계 내 존재론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_김혜순(시인)

“열아홉 개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정거장마다 마음은 오랫동안 정차한다. 질주하지도 늘어지지도 않고 선로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지는 문장과 사유들을 음미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간혹 상식의 차단기를 부수며 변칙적인 터널을 초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통과하기도 한다. 종착역은 당신의 인식이다. 한 편 한 편이 일종의 제의이면서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대의 비의(秘儀)처럼 다가온다.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의 전복과 지표면으로부터의 비약을 희구하는, 시간과 공간의 분별이 무의미하며 사태와 사물이 자리를 바꾸는 환상적인 변주곡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쓸 수 있는지를 수시로 질문받는다. 그런데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이 이야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아이디어 차원에 대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발원하여 인간 세상의 바람과 서리 사이로 퍼져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라면, 이야기는-사람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야기는 어떻게 아름다워지는지, 이처럼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나 한없이 본질에 가까운 고민이라고 한다면, 나는 궁색한 몇 마디의 대답 대신 이 책을 내밀 것이다.” _구병모(소설가)

목차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 9
스코틀랜드에서 보낸 한 달 · 71
주체 · 97
섬 · 113
바르도의 성탄 구유 · 169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197
작가와의 만남 · 219
예루살렘 정복. 1675년 라텐 · 247
체 게바라 · 271
나이트 · 309
바르샤바의 앤드루스 교수 · 341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 363
등나무 · 389
발레리나 · 403
콩 점술 · 425
주레크 · 441
사비나의 소원 · 461
종말 연습 · 481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 517

옮긴이의 말|여러 개의 리듬으로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 · 555

작가 소개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 작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세 번째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1996)은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 《방랑자들》(2007)은 영어판 《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그 외 작품으로 《E. E.》(1995) 《낮의 집, 밤의 집》(1998) 《세상의 무덤 속 안나 인》(2006) 《망자의 뼈에 쟁기를 휘둘러라》(2009)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 《야고보서》(2014) 등이 있다.

최성은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 폴란드어문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2024년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십자 장교 공훈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끝과 시작》 《충분하다》 《방랑자들》 《다정한 서술자》 《솔라리스》 《기묘한 이야기들》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 《흡혈귀: 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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