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의 정신분석

대상- a는 황금수이다

원제 RAKAN NO SEISHINBUNSEKI

지음 신구 가즈시게(新宮一成) | 옮김 김병준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07년 2월 12일 | ISBN 9788956601885

사양 변형판 128x182 · 324쪽 | 가격 10,000원

분야 종교/역사

책소개

* 앙코르 라캉!
- ‘정신분석과 미학총서’ 세 번째 책 『라캉의 정신분석』 출간!

자크 라캉은 프로이트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분석가이자, 기호학, 영화연구, 그리고 젠더 연구 등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현대 사상가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이론들(거울단계론, 타자라는 개념, 전이, 충동,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대상-a 등)을 접하는 독자는 그것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과연 라캉 읽기의 어려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라캉 이론 속에 등장하는 추상적 도식과 언어의 난해함, 그리고 마치 카프카의 문학처럼 일반적인 ‘이해’라는 안정된 착지점을 거부하는 불안정한 그의 사상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라캉 읽기의 어려움을 보다 쉽게 해소하고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학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최고의 개설서 『라캉의 정신분석』이 출간되었다.
앞서 2006년 출간된 ‘정신분석과 미학총서’ 두 권(『라캉 읽기』(숀 호머 지음 / 김서영 옮김), 『라캉과 정치』(야니 스타브라카키스 지음 / 이병주 옮김))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계의 상황과 라캉의 등장, 라캉 이론의 발전 그리고 라캉 학파의 해산에 이르는 라캉 생애의 궤적을 따라 그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라캉 정신분석학의 거장인 저자는 라캉 정신분석학의 고유성과 부활, 즉 ‘앙코르 라캉’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인 신구 교수는 라캉이 등장하게 된 시점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1장~2장). 특히 이 부분에서는 라캉이 기존 파리 정신분석학회(SPP)의 불문율이었던 정신분석가의 고정된 면담시간의 양과 규칙을 어기고, 단시간 면담이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이후 라캉의 제자들도 단시간 면담을 행하지 않았다.)을 고수함으로써, SPP를 탈퇴하게 되고, 이는 곧 프랑스 정신분석학회(SFP)를 창설하는 계기가 된다. SFP 창설에 즈음하여 로마에서 행한 ‘로마 강연’에서 그는 ‘주체는 말을 함으로써 자기를 전달하며 이로 인해 말한다는 행위와 시간은 관계를 지닌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이 고정된 시간의 양과 규칙에 매이면, 정신분석이 의미하는 본래의 목적을 잃는다’고 비판하면서 단시간 면담을 새로운 학파의 주춧돌로 삼는다.(3장)
이후 라캉은 프로이트가 발견했던 정신분석의 미로를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테제로부터 풀어나가며(4장),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산다는 것은 언어의 장에서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지만 언어의 장은 이미 사회 속에 존재하며 우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말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을 대문자의 타자(절대적 타자, 이를 라캉은 ‘상징계’라 부른다.) 위에 새겨 놓고 타자가 됨으로써 비로소 한 명의 인간으로 등록되며(5장), 그때 받은 신체 위에 그어지는 외상적 선(線)의 설립으로 인해 인간과 사물, 집합과 대상의 어느 것에나 들어맞는 ‘하나’라는 성질을 추출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하나의 선(trait unaire)’이라고 정의했다(6장)
그리고 7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하나의 선’을 통로로 타자 속에 들어간 사람이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부재의 공허에 그 무력함을 메우기 위한 대상, 즉 ‘대상-a’와, 이러한 ‘대상-a’가 정신분석가의 내면에 아갈마 같이 존재한다고 열정적으로 가정되는 때 발생되는, 집약된 내면적 경험인 ‘전이’의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전이와 새로운 분석가들의 내면적인 운동을 이론화하고 그것을 근거로 자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인 라캉의 네 가지 담론이론(1 분석가의 담론, 2 대학의 담론, 3 주인의 담론, 4 히스테리의 담론)을 설명한다. 그 중 분석가의 위치를 설정한 분석가의 담론에서 분석가는 이제 언어 밖으로 나와 분석공간에 나타난 대상-a, 즉 능동자로서 위치한다. 이곳에서 분석 주체는 전이를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안다’고 가정되는 주인이 아닌 폐위된 분석가의 욕망을 자기의 욕망과 일치시켜,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미래의 (불)가능한 장소를 향해 그곳을 ‘통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과’를 근간으로 학회 분석가를 사회제도 안에서 확립하려 했던 라카의 이상은 그가 설립한 학회 내부의 극심한 대립을 초래하고, 마침내 학회가 해산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저자는 라캉의 전기적 사실을 밟아가며 그의 정신분석 이론이 지닌 면모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 풍부한 사례와 논리적 에센스를 콤팩트하고 명쾌하게 버무려 놓은 최고의 라캉 개설서
- ‘참치 초밥의 꿈’,‘드래곤 볼’ 그리고 돈과 라캉의 죽음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라캉 관련 서적과 달리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우리에게 친근한 사례들을 라캉 이론에 접목함으로써 이해와 재미를 동시에 던져준다는 점이다. 저자 서문을 대신해 쓰인 1장의 ‘참치꿈’이라는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환자이면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던 한 여학생의 치료 기억을 통해 라캉이 주장한 ‘타자의 욕망의 실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예1: 타자의 욕망과 자아이상의 관련성
슬리퍼를 먹고 싶을 만큼의 폭식 증세를 보인 그녀는 어느 날 저자에게 ‘자신이 어젯밤 꿈에서 참치초밥을 배터지게 먹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그 전날 참여한 학회에서 열린 파티에서 참치초밥을 전혀 먹지 못했으며, 그의 충족되지 못한 식욕은 그녀의 꿈을 통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멜라닌 클라인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원했고, 그녀는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으나, 그녀를 치료한 후 저자는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고, 열심히 프랑스어를 공부한 그녀는 그의 영향을 받아서였는지 영국 문화론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 예2: 『드래곤 볼』과 ‘아버지 살해’라는 신화, 그리고 외상적 체험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의 원작 만화『드래곤 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태어나자마자 사이어별에서 지구로 보내진다. ‘사이어’는 ‘야사이’(‘야채’의 일본어 발음)의 애너그램(앞뒤 철자를 바꾼 것)이고, 손오공의 본명인 ‘카카롯트’는 ‘캐럿(당근)’에서 음을 딴 것이다. 이것은 잃어버린 생명이 야채로 나타나는 꿈의 상징 작용을 연상시킨다. 그런 손오공을 주워서 길러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손오공은 보름달이 비치는 밤에 커다란 원숭이로 변신하여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짓뭉개버린다. 하지만 이 커다란 원숭이는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손오공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다. 손오공은 계곡으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왜 자기가 사이어별에서 지구로 왔는지는 잊어버리고 착한 지구인으로 성장해간다. 이 만화를 통해 우리는 어린 아이의 건망증, 아버지 살해라는 신화, 그리고 외상적 체험이라는 정신분석의 주요 주제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이 힘겹게 발견한 것들을 시인들은 너무도 간단히 작품 속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 예3: 라캉, 프로이트의 죽음과 대상-a
라캉에게 있어 충동(Trieb)은 대상-a(환상 대상은 똥, 젖가슴, 목소리 등)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그것은 성과 죽음과 연관성을 지닌다. 루디네스코에 따르면 라캉은 어렸을 때 돈에 관심이 많았다. 돈은 항문적 대상(똥)이며, 말년에 라캉은 대장암으로 죽었다.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맛있는 음식을 집으려다가 떨어져 입에 상처를 입었고 구강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것이 우연일 순 있어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놓이는 장소가 인간에게 가장 민감한 장소이며, 그와 동일한 곳에 암(죽음) 또한 발생할 수 있다. 공허하고 충족되지 않은 장소를 메우러 찾아오는 것은 결국 죽음의 사자일지 모르며, 거기에는 대상-a가 관통하고 있다.

이 책은 라캉이 만년에 주장했던 ‘대상-a는 황금수이다’라는 테제에 따라 라캉의 사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숨겨진 주인공은 바로 ‘대상-a’인 것이다.
저자는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자신의 임상치료와 같은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라캉읽기에 도전하는 독자들을 위해 라캉의 이론의 난해함을 벗어나 그의 이론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명쾌한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작가 소개

신구 가즈시게(新宮一成) 지음

1950년에 태어나, 일본 교토대학교(京都大學敎) 의학부를 졸업한 후, 파리8대학에서 수학하였다. 현재는 교토대학교 대학원 인간·환경학 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정신의학이다. 저서로는 『무의식의 병리학』(1989), 『무의식의 조곡』(1997), 『꿈의 분석』(2000) 등이 있다.

김병준 옮김

1948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판사를 역임한 후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한국법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라깡과 현대정신분석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번역서로는 『라캉정신분석사전』(공역)이 있으며, 그 외「허위자백」, 「목격증언」, 「연쇄살인의 정신분석」 등 법과 정신분석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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