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예술비평가, 정치가. 서구 문명에 대한 회의주의와 이국주의적 호기심에 사로잡혀 1923년 인도차이나로 향했다. 고대 앙코르와트 사원의 조각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프랑스 지식인들의 구명 운동으로 석방되었다. 이후 열렬한 반식민주의자이자 사회 변혁의 옹호자로서 베트남 해방운동에 참여하고 잡지 〈속박된 인도차이나〉를 발간했으며,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투쟁을 목도하고 이를 토대로 한 작품 《정복자》(1928)를 발표했다. 앙코르와트 사건을 기초로 한 《왕도》(1930)와 1927년 상하이 학살을 주제로 한 《인간의 조건》(1933, 공쿠르상 수상)을 출간하여 프랑스 문단의 주요 작가로 떠오르는 한편, 스페인 내전 시에는 민간 항공군 대장으로 반파시즘 전선에 참여하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활동했다. 드골 장군의 첫 번째 내각에서 공보장관을 지냈으며, 1958년 드골이 재집권한 후 10년 동안 제5공화국 초대 내각의 문화부장관을 지내는 등 드골과 평생의 지기로 함께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드골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엮은 《참나무를 쓰러뜨리다》(1971)는 이러한 우정의 산물이다. 1976년 생을 마감했고 1996년 서거 20주기를 맞아 파리 팡테옹에 유해가 안장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서양의 유혹》(1926), 《상상의 박물관》(1954), 《침묵의 소리들》(1951), 《신들의 변신》(1957), 《덧없는 인간과 예술》(197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