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난바難波는 예전부터 오사카 최대 번화가이면서 환락가이기도 했다. 환락가라고 해서 좋지 않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공연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다. 다양한 공연이 발달하니 인기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나타났고, 지금은 일본 최대 개그맨 연예프로덕션인 요시모토흥업의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공연장이 모여 있기도 하다.
잠깐 요시모토흥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한 진나이 토모노리도 바로 요시모토흥업 소속의 개그맨이다.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아카시야 삼마, 다운타운, 런던부츠 등이 속해 있는 사무소이기도 하다. 소속 개그맨이 600명이 넘다 보니 자체적으로 방송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난바의 식당에는 연예인 사인 한두 장은 기본이고 연예인이 먹었다고 해서 아예 자체 메뉴를 만든 곳도 많다. 사실 치토세는 연예인 덕분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고기 우동으로 유명한 가게다. 맛좋은 우동을 만들어 팔다가 재료가 다 떨어지면 폐점 시간이 아니더라도 문을 닫는다. 사실 운영 시간도 점심때만 운영해 짧은 편이다.
치토세에는 독특한 메뉴가 있다. 니쿠스이肉吸い라는 메뉴는 고기 우동에서 면을 뺀 메뉴다. 니쿠스이를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고기 흡입’이랄까?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등을 사용해서 맛을 낸 수프에 소고기와 달걀을 넣은 메뉴로 고기 국물이 정말 맛있다. 그런데 이 메뉴가 탄생한 배경에는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해장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해장 문화가 없다. 숙취가 있으면 다음날 자기가 알아서 푸는 편이다. 우리나라처럼 도수 높은 술을 많이 마시는 술 문화도 아니기 때문에 숙취를 해소하는 문화도 없는 편이다. 하지만 숙취는 언제나 괴로운 법이고 각기 자신만의 해장법이 있지 않을까? 연예인들이 많은 이곳에서도 각자의 해장법이 있었을 텐데, 어느 날 한 희극 배우가 가게를 방문하여 니쿠 우동을 주문하면서 우동은 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메뉴가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의 새로운 메뉴로 떡하니 등장하여 니쿠 우동보다 더 유명하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니쿠스이이고 우동이 안 들어가니 한 끼 식사로 부족한 사람은 밥을 추가하거나 두부가 들어간 니쿠스이를 시켜 먹는다.
맛도 있고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지는 치토세는 오픈하기 전이나 폐점에 가까운 시간에 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또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바로 먹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고, 그 육즙이 국물에 배어 있어 해장에도 좋고, 식사대용으로도 정말 든든하다. 오리지널이었던 니쿠 우동도 먹을 수 있는데 가쓰오부시의 기본 국물, 고기의 단맛, 우동 면발이 조화를 이루어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맛이다. 우동 면도 주문이 들어가고 나서야 삶기 때문에 면에 탄력이 있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니쿠 우동을 먹고 국물이 남았다면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