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와 가족 1탄] 가족끼리 이러기야?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진짜 가족을 찾아서

우리 모두 살면서 ‘주워온 아이’ 가설을 진실로 믿고,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진짜 엄마, 진짜 좋은 가족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유년 시절이 있습니다. 있…있죠? 있을 겁니다. 없다고요? 에이… 잘 생각해 보세요.*=_=* 세상 모든 아이가 추사랑인 것은 아니듯, 세상 모든 가족이 공익광고 같진 않죠. 여기에 동의하는 (거의) 모든 분께 자신 있게 추천하는 미드, <쉐임리스(Shameless)>는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프링글× 같은 드라맙니다(영국 드라마가 원작이지만, 저는 Showtime에서 만든 리메이크작을 더 좋..좋아한다지요).

Living crappily ever after. “그리고 그들은 계속 거지 같이 살았답니다, 평생~”

간단히 소개하자면 프랭크 갤러거(父) 이하 피오나, 필립, 이안, 데비, 칼, 리암(그리고 시즌 4에 등장하는 첫째딸이 있지만 그건 패스) 이 갤러거家가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아버지는 의료계에서 진심으로 연구를 원할 정도의 심각한 알코올/약물중독이고 엄마도 그와 크게 다르진 않아서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집을 나간 지 오래.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은 고군분투하며 돈을 구하고 세금을 내면서 생활해 나갑니다. 훔치고, 사기치고, 온갖 나쁜 짓을 서슴없이 하는 이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못할 말들을 내뱉지만, 결국 이들을 묶는 힘은 “우리 갤러거”, 곧 핏줄의 연대입니다. 아이들의 (문자 그대로) 코 묻은 돈을 훔쳐서 술을 사마시는 아빠, 세금 낼 돈을 훔쳐 약을 사는 아빠, 죽은 친척 앞으로 나오는 돈까지 사기쳐서 받아내는 아빠, (술과 유흥용) 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게이라도 되는 아빠(그리고 돈을 더 준다면 그 게이도 포기하는 아빠), 아동복지국에 자기 아이들을 신고해서 집에서 내쫓으려고까지 하는 아빠.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이런 아빠를 어떻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피를 나누면 무조건 “우리가 남이가”를 입을 모아 외쳐야 하는 것일까요?

가족은 무엇인가? 안전한 영역인가? …… 누군가에게는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삶의 공동체를 꿈꾸어 보지만 3층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져 걷지도 못하는 열일곱 살 딸을 새벽 5시에 집 밖으로 쫓아낸 아버지도 보았고, 친딸을 성폭행하는 아버지도 생각보다 많이 만난다. …… 남편의 관심과 재산을 얻기 위해 자식을 병든 아이로 만들어 이용하는 엄마들…… (『우리는 가족일까』, 189쪽)

뭐 이런 막장이 다 있나 했던 드라마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족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가족일까』의 제목처럼 질문을 던져봅시다. ‘우리 정말, 가족일까?’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직 안 본 분들에겐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도 술을 열정적으로 퍼드시는 우리의 아버지, 프랭크 갤러거의 건강 적신호는 그다지 새로울 일이 아니겠지요. <쉐임리스> 시즌4에서 마침내 프랭크의 간은 간이기를 멈추고, 이 아버지란 작자는 자식들이 간이식을 거부하자 그동안 들여다보지도 않던, 본의 아니게 숨겨뒀던(숨겨왔던 나의~♬) 첫째딸을 찾아가 사기를 치면서 간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이게,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 말하는 ‘핏줄’의 소중함일랑가요.=_=; 자, 앞에서의 질문을 다시 던져봅시다. 이게 정말 가족일까요?

영화 <똥파리> 중에서 _”<똥파리>는 가족의 상처, 아픔, 치유를 다룬 영화이다. 주인공 상훈은 욕과 폭력을 밥 먹듯 하며 자기 내키는 대로 살아온 용역깡패다. 그런 그에게 사실은 어린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자리한다.”(이은정, 「공감, 동일시, 그리고 사랑」)

 아버지 폭력의 결과 어린 상훈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는다. 어머니를 겨냥한 칼에 여동생이 찔리고 피 흘리는 여동생을 업고 달리던 상훈을 뒤쫓던 어머니는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승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 15년의 형을 살고 출소했지만 영원히 자신을 죄인으로밖에 여길 수 없고 뼈저린 후회와 자책으로 남은 생을 살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사실 가여운 존재가 아니던가! …자신의 팔목을 긋고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해 헌혈을 해주고 온 뒤 상훈은 연희의 다리를 베고 누워 눈을 가리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는 가족일까』, 268~270쪽)

드라마 <쉐임리스>를 보셨거나 영화 <똥파리>를 보셨거나 한 분들이라면 정말 “깝깝하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하셨을 텐데요, 이와 더불어 “가족이 뭐라고”라는 말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녜, 제 얘깁니다. 허허). 가족이랑 이혼하고 싶다는 말을 한 백 번쯤은 한 것 같은 저, 그래서 『우리는 가족일까』에서 말하는 가족의 전제, 가족의 공통분모는 형식(혈연)이 아니라 내용(사랑과 연대)이라는 말에 얼마나 동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드 <쉐임리스>에 나오는 피오나의 절친 베로니카와 그의 남자친구는 부모가 내팽개쳐 둔 갤러거가의 아이들을 챙기고 보살피고, (꽤 막장인 관계라 설명이 복잡하지만 아무튼) 이웃 아줌마 쉘라도 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보살핍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쁨을 나누고 힘든 일은 기꺼이 나눠 부담하는 이들이, <똥파리> 속 상훈에게 무릎을 내어주는 연희야말로 진짜 가족이 아닐까 싶네요. 각각, 저마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우리는 가족일까』에 나오는 말처럼 가족이라서 함께하는 게 아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곧 가족이 되는, 정서적 유대의 공동체로서의 가족이 필요한 바로 이때! 가족의 해체와 가족의 위기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들려오는 와중에 엥? 지겹게 뭔 가족이야!라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미드를 사랑하는 여러분도, 영화를 사랑하는 여러분도 모두 한번쯤 책과 드라마를 겹쳐읽어 보시길.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가족이 조금은 달라질지 모릅니다.

다양한 가족의 공통분모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시리즈 일상 인문학 1 | 분류 종교/역사 | 출간일 2014년 3월 4일
사양 변형판 128x190 · 336쪽 | 가격 16,000원 | ISBN 978895660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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