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 토요일인 21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아사이 료와 독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무더위 속에서 책을 팔다가 행사장으로 이동했더니 이미 체력이 소진되어 버렸고, 작가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행사장을 보고 또 한 번 기진맥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쓴 아사이 료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커피 한 잔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금 행사 세팅 모드 충전….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좀처럼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마케터 M군. 일요일 서울국제도서전까지 마무리를 하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녹음기로 녹음한 그 날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곤 떠올렸습니다, 아사이 료가 트위터도 제법 공을 들여 하고 있다는 사실을…(친철한 웹브라우져 크롬은 자동으로 그의 트윗을 번역해주었습니다, 왈도체이기는 하지만…)
# 2.
아사이 료에게 소중한 것은 작가로서의 삶, 트위터 그리고 직장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누구』읽다보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할 수 밖에 없을텐데요, 그래서 이 날 바로 여쭈어보았습니다. 혹시 sns를 활동을 얼마나 하고 계신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공유하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140자에 국한된 글이 나를 나타낸다고 하니 자연히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급적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에,, 즉 실제로 글을 업데이트 하지 않을 때의 그 시간에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 주력합니다.
예를 들면… 새벽 3시에 친구가 “아… 나 잠이 안 와.”라고 트위터에 올리면, ‘아… 얘가 새벽 3시에 잠이 안온다고 (트위터에) 올리려고 잠을 안 자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제가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게시글을 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혹시나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책을 팔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에 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올렸습니다. 그러니 주변에서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미난 것을 올려볼까… 하면서 그런 것들을 올렸는데, 그것도 재미없다고 하네요. 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즐기고 있습니다.
독자들을 한바탕 웃게 만든 ‘새벽 3시의 트윗’. 하지만 웃고 나니 왠지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더군요. 『누구』를 읽고 영혼까지 털려버린 경험이 있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 번 트위터 계정을 폭파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지도…
# 3.
순간순간 센스 넘치는 코멘트로 응답해주신,, 아사이 료에게 이번엔 『누구』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취업준비생의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sns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방법이 바뀌었던 시기가 바로 제가 취업준비활동을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 때 느꼈던 답답한 마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그런 생각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 때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고 그래서 『누구』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사회인이 되어 1년차일 때, 약 6개월 동안에 걸쳐서 쓴 소설입니다. 또한 제 작품 중에서 가장 발톱을 드러낸 공격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 아무래도 이런 의도로 작품을 썼다면 다분히 자신의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혹시라도 작가 본인과 가장 유사한 캐릭터가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었죠.
이 작품에서 저와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캐릭터는 주인공인 ‘다쿠토’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sns를 통해서 전세계로 알릴 수 있는 시점인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마치 뭐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뭐라도 된 것처럼 느꼈을 때 반대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나만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나라는 존재가 증폭되는 시대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서 나의 추한 부분..멋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완전히 써버리자 라고 생각했고, 소설의 중반부까지는 저 자신에 대한 묘사를 하는 것처럼 썼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른 캐릭터가 주인공을 역습하고 공격을 하는데, 마치 나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 당시에는 컨디션도 안 좋고 그랬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sns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한 번에 140자를 쓰는데,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냥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는 경종을 울리고 싶었고, 그래서 이 작품을 썼습니다.
# 4.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에 이어서 관객분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세 분께서는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와 『누구』를 읽고난 소감을 아사이 료에게 짧게 이야기해주기도 했습니다. 일주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이사를 가고 싶고 김치를 즐겨 먹는다는(왜냐하면 김치는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려서, 김치를 넣고 다른 재료를 볶아버리면 언제나 맛있는 요리가 된다고 합니다) 아사이 료가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 기억에 남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리시마의 경우… 그 소설이 상업적으로는 첫 소설입니다. 사실은 만 5~6세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어떤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나면 취미로… 동화책을 보면서… ‘나도 동화나 써볼까’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동화책을 좋아했거든요. 그런 마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내가 다시 읽기 위해서 쓰고 있는 그런 기분입니다.
기리시마의 경우에는 “17세”가 주인공입니다. 제가 17세가 넘었을 때, 더 나이가 먹은 내 자신이 되었을 때 읽을 수 있도록, 17세의 표본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썼습니다. 이후에라도 17세의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쓴 작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제가 느낀 것을 적어서 남겨두고 싶다는 것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트위터처럼 앞으로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의 나를 간직하는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 5.
저는 트위터를 통해서 취업을 했습니다…
『누구』를 다시 읽으면서 저 역시 제가 구직활동을 하던 시기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마침 그 시기가 한국에서도 트위터가 막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하던 시기라서 다양한 정보를 트위터를 하면서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트위터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마케터 M군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시간이 짧아 더 이상의 이야기를 아사이 료에게 전할 수는 없었지만, 제 발언에 무척이나 놀라워하던 그 분의 표정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다니는 회사가 주말에는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있었다는 아사이 료. 아마도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통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을텐데요, 서울에서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며 트윗을 하나 올렸더군요. 지금쯤 회사의 사무실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을 아사이 료의 선전을 기원하며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