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롱라패스 찍고, 럼두들로 출발!!

# 1.

  5월의 마지막 날. 무려 서울의 오후 낮 최고 기온이 33℃까지 오른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플라자 호텔 로비에서 진행되는 정유정 작가의 북콘서트를 위해 M군은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도 행사의 시작 시간은 오전 열한시, 그리 덥지 않은 시간에 행사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스프링 라이브러리 북 콘서트’라는 무척 긴 타이틀을 달고 진행되었던 행사… 특별히 라운지 셰프가 “딸기 에프터눈티 세트”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기는 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어느새 입에는 군침이 가득… 저희가 은행나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다섯 분을 특별히 모셨었는데요, 정유정 작가의 행사에 단골로 참석해주시는 분들도 뵐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입은 냠냠. 귀는 쫑끗.

입은 냠냠. 귀는 쫑끗.

# 2.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정유정 작가와 눈을 마주치자 우습게도 갑자기 티벳의 국수인 “툭바(Thukpa)”가 생각났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수의 면발이 상당히 넓어서 흡사 우리나라의 칼국수와 비슷한데요, 진하고 낯선 향이 강렬함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라고 묘사한 마살라(masala)가 들어간 일체의 음식을 도저히 먹지 못했던 정유정 작가가 시도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4,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야크 고기가 들어간 툭바

4,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야크 고기가 들어간 툭바

맛있어 보이시나요? 뭐 사실 복불복입니다. 한족의 음식 문화를 많이 접한 티벳의 라싸에서 제가 먹었던 툭바는 상당히 맛이 있었습니다. 다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하며 티벳과 네팔 접경 지역에서 먹었던 뚝바는 차마 먹기 힘들었지요. 그러면, 정유정 작가는 어땠을까요??

 티베트음식이라면 입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혜나의 의견에 따라 나는 툭바를 시켰다. 나오기까지 무려 1시간이 걸렸다. 비수기라 그렇단다. 더하여 지나치게 짜고, 너무 걸쭉하고 어김없이 강렬한 마살라 향을 풍겼다……

  불현듯, 작년 가을 노고단 대피소에서 남편과 함께 먹은 점심이 생각났다. 달걀도 없이 잘게 썬 대파 한 줌만 뿌려서 끓인 얼큰한 라면이. 남은 국물에 햇반을 말아 새빨간 김치를 척척 얹어가며 먹던 것도……

  이곳에 와서야 깨달은 진실은 김치와 밥이 있어야 되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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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6미터, 쏘롱라패스 성공을 축하하며 기념샷!

생애 처음으로 떠난 해외 여행지는 안나푸르나. 그리고 안나푸르나에서 내려오며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에베레스트. 그 다음 목표는 마나슬루, 무스탕 그리고 다울라기리…(참고로 다울라기리는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산이며, 마나슬루는 8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합니다.)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 계속 산으로만 여행을 다니시겠다고 하셨는데, 산이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시냐고 웃으며 어떤 분께서 질문을 하셨더랬죠. 그랬더니 궁서체로 정유정 작가가 답하기를.

알래스카.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대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8』을 마치고 몸 안의 에너지가 모조리 바닥났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여행’이라는 처방전을 내리고, 그 행선지로 안나푸르나를 선택했던 이유는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그리워하던 곳이자, 정유정 작가에게도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라는 답변을 듣자 바로 머리에 떠오른 인물은 바로 “서재형”이었습니다. 『28』의 무대인 화양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알래스카로 이민을 떠나고, 세계 최대의 개썰매 경주인 아이디타로드에서 안타깝게도 썰매개를 잃고 자신도 큰 부상을 당하지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적인 공간이 소설에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4.

각설하고, 다음 작품까지는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지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눈 덮인 히말라야 성채에서 웅장한 랭클링라 곁에 자리 잡은, 유명하기는 하나 아직 인적미답에 가까운 럼두들” 원정에 나선 이들을 다룬 소설을 한 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면 된다." - 역자 김훈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면 된다.” – 역자 김훈

럼두들은 해발 1만2000m가 넘는 설산. 바인더가 이끄는 등반대가 정상에 오르기 전까진 전인미답의 봉우리였다. 바인더는 길잡이, 보급 담당, 과학자, 의사, 통역사, 사진촬영 담당으로 이루어진 최정예 대원(?)들과 요기스탄인 포터들을 이끌고 럼두들 원정에 나선다. 근데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인 길잡이, 포터가 3000명이 필요하다고 계산하는 보급 담당, 발음상의 실수로 3만명의 포터를 모집하게 만드는 통역 담당, 해면의 높이가 해발 153피트라고 계산하는 과학자, 저 혼자 온갖 질병에 걸려 골골거리는 의사까지.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등반대가 통째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지경이다 …

- 독서광 노동효의 썸플레이스 <럼두들 등반기>와 랑탕 히말라야 중에서…

1956년에 출간된 『럼두들 등반기』는 산악인들과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미 오랜 고전으로 자리 잡은 소설이며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에 등장한 책이기도 합니다. 정유정, 김혜나 작가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책임진 대장 검부 역시 알고 있다는 전설적인 소설. 마케터 M군이 사무실에서 책을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던 소설.(제게 그런 책이 딱 두 권 있었습니다. 한 권이 바로 『럼두들 등반기』그리고 다른 한 권은 임성순 작가의『문근영은 위험해』)   그리고 정유정 작가가 여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바로 그 소설.

오래전, 산악인과 극지과학자 등 모험파 사내들 손에서 떠돈다는 ‘전설의 소설’을 귀동냥한 적이 있다. 수십 년간 절판된 책의 복사본을 ‘무림비급’처럼 품고 다니며 너덜너덜하도록 돌려본다고 했다. 어느 남극원정대는 소설 속 지명들을 남극 몇몇 곳에 붙였고, 남극지도에 그대로 표기됐다고도 했다. 그 전설이 바로 이 소설인 것이다.

히말아야 랭클링라 곁에 자리 잡은 전인미답의 땅, 해발 1,200.15m 봉우리 럼두들 정복에 나선 오합지졸들의 등정기. 과연 그들은 럼두들을 밟을 수 잇을까? 헬멧을 준비하시라.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얻어맞을 테니. _ 정유정(소설가)

 

함께 읽고, 카트만두에 있는 럼두들 레스토랑이라도 가봅시다!!

함께 읽고, 카트만두에 있는 럼두들 레스토랑이라도 가봅시다!!

 

1억원 고료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지음 정유정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09년 5월 20일
사양 변형판 150x210 · 348쪽 | 가격 17,000원 | ISBN 9788956602998
반세기를 초월해 사랑받는 유쾌한 불멸의 모험담
지음 W. E. 보우먼 | 옮김 김훈
분류 해외소설 | 출간일 2014년 5월 21일
사양 변형판 136x210 · 236쪽 | 가격 11,500원 | ISBN 9788956607771
《7년의 밤》《28》의 소설 아마존 정유정 용감무쌍 좌충우돌 안나푸르나 환상종주기
지음 정유정
분류 비소설 | 출간일 2014년 4월 23일
사양 변형판 150x210 · 306쪽 | 가격 14,000원 | ISBN 9788956607726
정유정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영미권을 비롯해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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