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변호사는 있었다!_<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정명섭 작가 인터뷰

[작가 인터뷰]
“작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의 정명섭 작가 인터뷰


조선변호사_1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죠? 지금 하의삼도 사람들이 딱 그 꼴이에요. 매일 마름들의 행패에 시달리고, 바쳐야 할 세금은 날로 늘어나요. 거기다 사람 취급 못 받고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글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우리들은 땅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_본문 중

좀비, 역사, 추리, 스릴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하며 한국 장르소설계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정명섭 작가의 장편소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이 출간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변호사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절대 권력인 왕실에 소송을 걸다니…?!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호기심을 안고 정명섭 작가를 만났습니다!


의 정명섭 작가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의 정명섭 작가

조선시대에 정말 변호사가 있었나요? 그리고 조선변호사가 왕실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설정인지요?

모두 사실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우리 생각과는 달리 소송이 빈번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재산 가치를 지닌 노비들은 상속하거나 분배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소송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법적 절차와 재판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외지부였죠. 그리고 하의도에서 올라온 섬사람들의 대표자가 홍씨 집안을 제소한 것도 실록에 기록된 엄연한 사실입니다. 선조의 딸 정명공주가 민가에 시집간 무렵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무려 330년 동안 이어진 소송이었지요.

와, 330년 동안 소송이 계속됐다니 백성들의 고초가 말이 아니었을 것 같네요. 실제 사건을 소설로 가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은 영조 때를 배경으로 실제 사건의 비교적 초기 시점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 시기를 소설의 무대로 고른 이유가 있는지요?

약 백여 년 간 수탈을 당하던 하의도 주민들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대표자들을 한양으로 보내서 소송을 제기한 게 바로 이때입니다. 물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멀리 떨어진 섬에서 한양까지 와서 왕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랏법을 잘 아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시에 성행했던 외지부와 자연스레 그림이 맞춰졌습니다.

외지부 ⓒ국립중앙박물관

외지부 ⓒ국립중앙박물관

몰락한 외지부 주찬학의 캐릭터가 인상적입니다. 어떨 때는 정의로워 보이다가 어떨 땐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이거든요.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상대편인 홍신찬 역시 그 자신이 신분 계급 사회의 피해자이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에게는 완벽한 논리로 야멸차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인물을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사극에서 보면 정의로운 주인공은 계속 정의롭고 악당은 무작정 악당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을 보면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고, 시간에 흐르면서 생각이 변하기도 합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주찬학 같은 경우 한양 최고의 외지부였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극과 극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마냥 정의롭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무작정 사악한 인물은 더더욱 아닐 것 같았어요. 홍신찬 역시 집안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행동했는데 당시로서는 굉장히 절박한 이유였을 거예요. 그런 욕망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작가 소개를 보면,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었고 글을 쓰게 되었다’고 써 있습니다. 거창한 포부나 동기 없이 문득 그렇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궁금합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요?

제가 뭔가를 거창하게 계획하고 진행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바리스타가 된 것과 작가가 된 것 모두 제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단지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좀 컸었죠. 작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어서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crop_조선변호사_왕실소송사건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의도 토지분쟁은 조선시대 시작되어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에야 막을 내린 사건입니다. 하의도 사람들에게 이 일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소설보다 더 잔혹한 현실이었죠. 이 책을 통해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선변호사, 약자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제소하다
지음 정명섭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16년 1월 29일
사양 변형판 150x210 · 280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9430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백화점 경리 직원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었고, 글을 쓰게 되었다. 추리소설부터 역사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2006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 《적패》(전2권)를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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