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커피를

언젠가부터인가 카페는 만남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아니 저는 혼자 있을 때도 늘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니, 제 삶의 일부라고 하는 게 맞을까요. 좋은 음악, 향미 풍부한 커피, 여유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인 카페에 매료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카페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이라고도 하죠…! 로망을 현실로 풀어낸 멋진 분들이 많은 걸까요. 요즘은 개인 카페 그중에서도 잘 찾아보면 이색 카페도 곳곳에 참 많습니다. 만화 카페, 플라워 카페, 낮잠을 즐기는 카페 등등. 늘 비슷비슷한 만남을 탈피하고 싶을 때가 오면 저도 이런 신기한 카페를 찾아 다니곤 합니다.

# 이곳은 도쿄 지유가오카의 카페 육분의

한참 이색 카페에 빠져들어 찾아 다니던 때여서 그런 영향을 받았는지, 작년 이맘때쯤 회사에서 재미있는 책이 뭐가 있을까 검토하던 중 제 눈을 사로잡은 어떤 소설의 줄거리 소개가 있었습니다.

도쿄 지유가오카의 카페 육분의에는 조금 색다른 진열대가 있다.
여기에 진열된 물건은 모두 ‘선물’이지만,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가지고 갈 수 있지만 암묵적인 규칙이 한 가지 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와 동일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진열대에 남겨야 한다.
이 카페는 대합실이다. 선물이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사람도 선물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그리고 때로는 선물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올해 상반기에 출간되었던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과 동시에 계약한 타이틀인데요. 표지나 내용에서 풍겨져나오는 따스한 느낌이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요. 전체적인 줄거리 소개만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은 바로, 나카무라 하지메 장편소설 <코코로 드립>입니다. 부제는 ‘지유가오카, 카페 육분의에서 만나요’입니다.

# 가능하면 커피는 천천히 마음을 담아서

<코코로 드립>은 고민 끝에 원서 제목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코코로’는 일본어로 ‘마음’을 뜻하고, ‘드립’은 ‘커피를 끓이는 방법의 하나로 커피를 잘게 빻은 원두에 끓는 물을 부어 걸러 내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소설에서 카페의 마스터는 “가능하면 커피는 천천히 마음을 담아서 내리고 싶으니까”라는 말을 하는데요. 제목을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페 이름인 ‘육분의’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데요! 육분의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카페 이름엔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마스터. 이 가게 왜 이름이 육분의예요?”
“천문항법이라는 게 있어. 육지가 안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별을 관측해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는 거야. 육분의는 그 항해술에 사용하는 도구고.” (중략)
“잠깐 길을 잃은 사람이 자신이 있는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곳.
여기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 내 커피, 다쿠의 요리, 지마의 미소,
모두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그래서 있는 것이거든.” _1권 101~102쪽

#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보물
당신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습니까?

받는 사람이 없는 ‘선물’들이 놓여 있는 조금 특별한 진열대. 이곳에는 지구의, 브로치, 도자기 인형, 손목시계, 수제 종이 집 모형 등 통일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이 물건들에는 어떤 애절한 사연이 얽혀 있을까요? 카페 육분의를 찾은 손님들은 선물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그 물건에 복잡하게 얽힌 마음을 풀어내고, 자신이 돌아갈 곳을, 언제든지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런 카페가 현실에 실제로 존재한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놓아둘까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보물을, 당신은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