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좌충우돌 북트레일러 제작기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북트레일러 스틸컷

최첨단 마케팅을 선도하는 은행나무 출판사. 소셜 마케팅은 물론, <7년의 밤> 때 국내 최초로 영화 같은 북트레일러를 선보여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전민식 장편소설) 출간을 기념해 이번에도 북트레일러를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한순간의 실수로 잘나가는 컨설턴트에서 직업을 잃고 추락한 주인공이 고급 애완견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내용. 관건은 바로 그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티벳 사자견(짱아오 종)’의 섭외 문제였습니다.

 “말도 안 돼!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개길래?”

일단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티벳 사자견(짱아오 종)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본 순간 아까의 반발심은 스러지고 점점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자를 닮은 외모, 기품 있는 표정, 충성스러운 성격……. 가능하다면 한 마리 갖고 싶다는 탐심조차 생겼습니다. 저 귀하신 몸을 북트레일러에 출연시킬 수 있을 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아니 국내에 있기나 한 건지, 있더라도 촬영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짱아오를 보고 나니 꼭 그 개를 북트레일러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났습니다. 별 기대 없이 물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북트레일러 제작팀에게 짱아오 촬영 섭외가 가능한지를 의뢰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물으면서도 가능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2차 대안으로 다른 비슷한 개로 대체하는 방안과 일러스트로 만드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대 밖에 북트레일러 제작팀에서 짱아오 종 섭외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50만 원으로 좀 비싸긴 하지만 핸들러와 다른 개 다섯 마리까지 덤으로 촬영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사실 북트레일러 출연진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었고, 덕분에 제작비용이 껑충 뛰었지만 그래도 촬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습니다.

그렇게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보니 저희가 생각했던 짱아오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고(사자가 아니라 변견스러운), 핸들링도 서툴러서 촬영에 용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촬영이 잠정 중단된 채 시간이 흐르던 중 북트레일러 감독님의 지인의 지인이 개 농장을 하시고, 그 분께서 촬영에 적합한 짱아오를 키우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 짱아오를 섭외할 수 있었지만, 산 너머 산이라고 동물을 촬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동물 촬영을 한다는 것이 촬영감독과 저희 연출부도 처음 있는 일이라 기본적인 카메라의 시선처리나 동선을 연출부에서 미리 맞춰 놓은 동선에 연기자나 개를 맞추는 것이 아닌 개가 가고자 하는 방향, 앉고자 하는 곳, 보고자 하는 방향으로 카메라와 동선을 모두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그런 점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 최원상 감독

그리고 개의 성품은 착하고 순했지만, 책에 나온 대로 주인의 말 외에는 잘 안 들어서 촬영할 때 무척 고생했다고 합니다. 잠시라도 핸들러가 떠날 수 없었고, 잠시 볼일이라도 보러 가면 촬영팀 전체가 쉬는 시간이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다른 개를 보면 짖어대서 다른 개를 물어 버릴 것 같아 굉장히 조심조심 촬영해야 했다는 소식입니다.

실제로 마지막 촬영은 거리에서 이뤄졌는데 거리는 사람 통제나 애견들의 통제가 쉽지 않아서, 짱아오의 목줄을 풀어 놓고 걷게 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짱아오가 다른 개를 보고 따라가려고 하기도 해서, 스태프 모두가 짱아오가 혹시라도 뛰쳐 나갈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완성된 북트레일러 화면에서는 굉장히 순하고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순전히 보이지 않는 제작팀의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럼 짱아오의 명연기를 감상해 보세요…

tip ) 짱아오, 과연 얼마일까?
그렇다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짱아오는 과연 얼마일까요? 2012년 3월 13일자 <조선일보>는 상하이 특파원의 기사로, 상하이 국제애완동물박람회에 나타난 짱아오 ‘샤오바이룽(小白龍·사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원문보기)
‘샤오바이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라고 신민만보(新民晩報) 등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으며, 이 개의 주인 유쩌파(尤澤法) 중국짱아오클럽 비서장은 “지난해 시안세계박람회에 데리고 나갔을 때 2000만 위안(약 36억 원)을 제시하며 팔라는 사람이 있었지만 팔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샤오바이룽은 한 번 교배해 주는 데 약 3600만 원을 받으며, 연간 50차례 교배한다고 보면 매년 약 18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짱아오는 최근 중국 부자들 사이엔 푸얼(普爾)차 및 옥(玉)과 함께 3대 이색 재테크 상품으로 통한다고 하니, 이런 건 개테크라고 해야 할까요? 개 한 마리 값이 36억 원이라니 턱이 다물어지지 않지만, 2011년 5.16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이보다 더 놀랍습니다. 그 기사에는 “최근 중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애견 ‘짱아오’의 초정전이 열렸다. 이날 전시된 애견 중 가장 비싼 개는 몸값이 약 50억 원에 달해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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