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재구성. 1964년 동경 # 2

계곡 밑의 막다른 길에서 우회전해서 고속도로로 착각할 만큼 쭉 뻗은 새 포장도로를 질주했다. 왼편으로는 얼마 전에 우치사이와이초에서 이전한 NHK 전파 탑이 보였다. 우다가와초 아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급한 비탈길을 액셀을 밟으며 치고 올라갔다. 점점 높아져가는 1964년 8월 하순의 여름하늘을 배경으로 90퍼센트가 완성된 요요기 종합체육관이 공룡의 머리 같은 지붕 부분부터 서서히 위용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며 경외의 마음을 담아 휘이익 휘파람을 불었다. 이 나라에서 저런 건물을 척척 지어내다니…

 

상경한 지 6년째가 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도쿄의 변화하는 모습은 엄청난 박력이 있었다. 대학 1학년 때, 긴자 주위는 악취를 내뿜는 개천이었다. 데이코쿠 호텔 앞을 지나갈 때,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근사하게 차려입은 내국인 손님이 리무진에 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도 똑같은 일본인인가, 하고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이 나라에는 새로운 유산계급이 탄생하려고 하고 있다. 백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눈이 벌개진 일본인이다. 그건 즉 노동자 계급을 그대로 존속시키려는 꿍꿍이인 셈이다.

 

어제 신문에도 나왔지만, 올림픽 관련 공사로 얼마나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아세요? 도카이도 신칸센에서만 200명, 고속도로에서 50명, 지하철 공사로 10명, 모노레일로 5명, 빌딩과 그 밖의 건물까지 합치면 300명이 넘을 거에요. …

노동자의 목숨이란 얼마나 값싼 것인가. 지배층이 민중을 바라보는 시선은, 19년 전에 본토 결전을 상정하고 ’1억 국민이 모두 불꽃으로 타오르자’ 라고 몰아치던 시절 그대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민중은 한낮 장기 말로만 취급되고,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그게 전쟁이었고, 이제 그것은 경제발전이다. 도쿄 올림픽은 그 헛된 구호를 위해 높이 쳐든 깃발이었다.

 

저는 현재, 도쿄올림픽 건설 현장에서 일합니다. 일본 무도관과 요요기 종합체육관의 거대하고도 현대적인 건축물을 올려다보며 일본이 전쟁 후 25년여 만에 이토록 부흥했다는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감개에 젖습니다. 마르크스는 전 세계에 자본주의가 퍼질 것을 전제하면서 그 정점에 선 국가가 붕괴할 거라고 예언했지만, 그 말에 따르자면 일본도 그런 길을 착실히 걷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기에서의 노동은 한 마디로 가혹 그 자체입니다. 아침 7시에 버스에 차곡차곡 태워져 현장에 쏟아놓으면 그 다음은 소나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잔업은 사실상 강요되고 식사와 수면을 제하고는 오로지 노동뿐인 나날입니다. 부상을 입어도 산재가 인정되는 건 건설회사의 정규직 사원뿐이고 타관 인부는 무시됩니다. 사람이 죽어도 유야무야되고 맙니다. 노동력은 무한히 보충되는 것으로서 비품과 동일한 취급을 받습니다. 아니, 값비싼 중장비와 비교한다면 인간은 그 이하겠지요…

갑작스러운 말입니다만, 교수님은 도쿄올림픽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요.

 

도쿄는 참말로 좋구먼. 뭐든지 다 있고. 같은 나라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키타하고는 참말로 딴판이야. 이 정도면 올림픽을 해도 외국 사람들에게 하나도 부끄러울 거 없겠어. 어디든지 넉넉하고 화려하니 기운이 넘치잖아. 참말로 도쿄에서 복이란 복은 죄다 독차지한 것 같구먼…

복을 독차지했다….. 아니, 그렇게 놔둘 수는 없죠.

도쿄만 부와 번영을 독차지하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 나서서 그걸 저지해야 합니다. 내게 혁명을 일으킬 힘은 없지만, 그래도 타격을 주는 것쯤은 할 수 있어요. 올림픽 개최를 구실로 도쿄는 점점 더 특권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말없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벽의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국기의 빨간 빛이 평소보다 더 선열하게 비쳤다. 저건 어쩌면 민중의 피 색깔이 아닐까. 최근 한 달 동안 아키타 노동자가 둘이나 죽었다. 그것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아니, 알았다 해도 문젯거리로 생각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올림픽을 위한 인간 희생물로 국가에 바쳐졌다-.

개최 자체를 저지하기는 힘들겠지만 나라에 한바탕 파란을 일으킬 정도의 복안은 내게 있다.

올림픽을 인질로 우선 1억원 정도만 뜯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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