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재구성. 1964년 동경 # 3

마침내 도쿄올림픽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아래의 지시에 따라주기 바란다.

1. 헌 지폐로 현금 8천만엔을 준비하라. 그것을 비닐에 싸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입방체로 만들어라.
2. 포장한 현금을 카키색 미군용 배낭에 넣어라.
3. 거래에 응할 경우, 10월 9일의 마이니치신문 조간에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를 내라. 내용은 ‘지로야, 모두 준비되었다. 걱정할 것 없다. 연락 바란다. 사쿠라다’ 라고 할 것. 끝에 전화번호를 적어주기 바란다. 거래 절차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하겠다.
4. 신문에 사람을 찾는 광고가 실리지 않을 경우, 혹은 거래가 성립되지 않은 채 끝났을 경우, 올림픽 개회 도중에 국립경기장을 폭파할 것이다.

이상, 경찰 및 정부의 협조를 부탁한다.
- 소카지로

 

필체는 지난번과 똑같다. 지문은 현재 감식과에서 검출 중이지만 시마자키 본인이 쓴 것으로 봐도 틀림없다. 필기구는 연필이고 필압은 안정되어 있다. 범인은 굳이 역탐지의 우려가 있는 전화 연락을 선택한 건 우리 쪽에 미리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9일에 신문 광고를 내고, 그날 안으로 연락이 온다고해도 우리에게는 단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 게다가 개회식 당일에 연락이 온다면 우리는 수비 태세도 취할 수 없다. 참고로, 이 협박장은 오늘 오전에 속달로 도착했다. 보낸 곳은 아오모리 우체국.

이대로 가다가는 개회식 날 정말 큰일이다. 무엇보다 천황을 비롯한 내외 요인들이 죄다 한 자리에 모이잖아. 황실 경찰은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펄펄 뛰면서 화를 내고 있고, 각국 황실과 수뇌부를 초청한 외무성도 지금 얼굴이 하얘져 있어. 경시총감은 9일까지 범인을 체포하라고 각 부장에게 엄명을 내린 상태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터졌다가는 우리 내부에서만 다섯 명쯤은 할복을 할 거야. 지금 그런 상황이다.

 

 

여러분, 지금 그 자리 그대로 좋다. 잠깐 할 말이 있다. 오늘 아침 내 이름으로 관내의 전 경찰서에 일제히 전보를 보냈다. 각 관할서 내의 공중전화를 모조리 파악해서 오전 9시부터 시마자키의 사진을 가진 경찰관이 감시하기로 했다. 수상한 인물을 발견할 경우, 억지로라도 신병을 확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물론 범인이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옆방을 지휘본부로, 여러분은 여기에서 대기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 전원 권총을 휴대할 것.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야. 미리 말해두겠는데 여차할 때는 예고 없이 발포해도 좋다. 위협도 필요 없어. 사살을 주저하지 마라.

 

 

그 학생이 평소에는 얼굴이 하얗고 가부키 배우처럼 곱상한 남학생이야. 그런 사람이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서니 더 깜짝 놀랐지… 그 학생네 형이라는 사람이 아키타에서 돈 벌러 올라온 인부인데, 무슨 사고가 났다나 병이 났다나 해서 죽어버렸대. 그래서 그 유골을 들고 아키타에 다녀오고 그 사흘 뒤쯤에 일하러 나간거야… 왜 도쿄대 학생이 노동일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형님 대신 도쿄올림픽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면서 웃더라고. 내 생각에는, 자기 형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직접 겪어보려는 거 같아. 참 괜찮은 학생이야. 착하고 예의바르고, 영화배우 한쓰로를 닮았어.

그 학생은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시마자키 구니오야.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생.

 

 

전화야, 전화! 누군가가 소리쳤다. 회의실에 있던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에워쌌다. 경쟁하듯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어폰 한 개에 세명이 달려들어 함께 들어야 한다. 간부들은 조금 떨어진 다른 테이블에서 유선 스피커에 바짝 다가들었다.

용건을 말하죠. 내일 오후 2시, 진구 수영장 앞에 돈이 든 배낭을 메고 한 사람이 나와 서있으십시오. 우리 동지 중의 한 사람이 갈 테니까 그 사람에게 배낭을 건네주세요. 아무 탈 없이 물건을 인수하면 그 동지가 내게 신호를 보내고 그러면 거래는 성사됩니다. 남은 다이너마이트는 파기할 것을 약속하지요. 동지의 신호가 없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거래는 깨집니다. 그럴 경우, 국립경기장 내의 어딘가가 폭파될 겁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개회식이 한창 진행되는 때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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